나는 `낯익은 것’들에 지나치게 무감각해지곤 한다. 자주 보아오던 것들은 늘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기 일쑤고, 나의 눈은 매번 먹이감을 찾는 동물처럼 `새로운 것’을 갈구한다.
시각은 우리의 오감 중 가장 반응이 빠르다고 한다. 시각 중심의 광고는 보는 사람이 0.7초만에 대상에 대해 호불호(好不好)의 판단을 한다고 한다. 그만큼 시각은 즉발적이고, 반대로 빨리 싫증이 난다. 그래서 `구경’은 항상 `새로운 것’에 초점이 맞춰진다.
지하주차장은 아파트에 사는 내가 매일처럼 드나드는 곳이다. 나는 이곳을 통해 집이라는 `사적 공간’을 나와 회사라는 `공적 공간’으로 가고, 다시 돌아온다. 검은 구멍과 푸른 나뭇잎, 둘러친 아파트 숲, 그 위로 열린 푸른 하늘…. 그 형태는 너무 대조적이다.
출근하기 위해 나는 차 앞 범퍼를 치켜들고 주차장을 빠져 나오고, 돌아올 때는 반대로 누군가에게 고개를 숙이듯, 고즈넉히 차 앞 범퍼를 숙여 주차장 깊숙이 빨려 들어간다. 공과 사가 그렇듯.
이 가시적 형태를 보며 나는 어린이대공원과 같은 놀이공원에 있는 구조물, 그러니까 크게 벌린 동물의 그 큰 입 속으로, 내가 실제로 빨려 들어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바퀴벌레’라고 일컬어지기도 하는 현대도시, 특히 아파트 거주자들의 삶은 집과 아파트, 도시공간과 같은 주변의 물리적인 구성물들 속에 삶의 형태가 꽉 짜여지기 십상이다.
직장생활 15년째,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그동안 모아왔던 돈은 물론 은행빚까지 융자받아야 했던 나는 아직도 빚청산을 못했다.
아파트 내부구조는 나의 취향과 별 관계없이 방과 거실, 화장실, 베란다 등속으로 장방형의 구획을, 미리 알아서 짓는다.
엎어치나 되치나, 아파트 분양광고를 보면 불과 몇평에 지나지 않는 내부공간을 이리 가르고 저리 갈라 모양을 달리 한다고 해 대지만, 내가 보기엔 20평이나 30평이나 넓이만 조금 다를 뿐, 거기서 거기인 아파트 내부구조는 `발에 맞는 신발’을 고르는 게 아니라 `신에 발을 맞추는 격’이다.
`변격의 현을 튕기듯’ 오늘 나는 낯익은, 날마다의 일상에서 너무나도 낯익었던, 저 지하주차장을 `바라본다’. 나는 언제나 저 지하주차장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고 `미끄러져’ 들어갈까?
윤정현 <광주비엔날레 기획홍보팀>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드림투데이(옛 광주드림)를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드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