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도시철도공사의 지하철 홍보문구다. “교통수단의 기능을 넘어서서 시민 모두가 부담없이 다가서는 시민문화운동의 전초기지, 문화수도의 시발력이 되겠다”는 것이 도시철도공사의 각오다. 빈말이 아니다. 개통과 함께 역사(驛舍)는 전시물로 가득 찼다. 전시의 경우 미술 사진 목공예 서각 수석 천연염색 등 10여개 분야의 작품들이 지하철 공간을 채웠다. 공연 일정 또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5월까지 하루 2∼5건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풍물 춤 통기타 페이스페인팅 마임 노래 등 분야도 다양하다.
이들 전시·공연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하철 전 구간의 입·출입구 벽면을 장식한 `병아리미술전’으로 꼽힌다. 지하철 13개 역 주변의 어린이집 유치원 등 86개팀 약 5000여점의 작품이 대리석 벽면을 울긋불긋하게 만들었다. 서울·대구·부산 등 다른 지역 지하철에서는 시도한 적이 없는 `참여형 미술이벤트’로 평가받고 있다.
아동미술가 김주리씨는 “시민들의 이동 공간이 갤러리로 변했다. 또 역 주변 지역의 아이들이 참여했다. 미술의 주체와 장소, 전문성 등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는 매우 의미있는 기획이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같은 전시와 공연을 진행하는 데 지하철 공간은 `공짜’라는 사실이다. 조명이나 음향에 들어가는 비용도 도시철도공사에서 부담한다는 방침이다. 도시철도공사 홍보교육팀 김지훈씨는 “한꺼번에 수용할 수 없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선별의 과정을 거치겠지만 어떤 경우든 전시·공연은 무료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과연 활성화될 것인가가 오히려 걱정”이라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활용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시철도공사는 △금남로 4가역, 금남로 5가역, 농성역, 돌고개역을 `전시가능공간’으로 △금남로 4가역, 금남로 5가역, 농성역(선큰광장)을 `공연가능공간’으로 특화시켰다. 물론 꼭 이 장소가 아니더라도 활용은 가능하다.
한편 공공미술가 박찬국씨는 “전시든 공연이든 지하철 공간을 사용하게 되면 시민들에 의한 긍정·부정의 평가가 함께 나오게 돼 있다. 문제는 시민들의 부정적인 평가를 핑계삼아 관이 전시·공연을 제한할 때 발생한다. 그런 사례가 서울 지하철에서 종종 있었다. 시민들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공적인 장치 마련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지하철은 교통수단으로만 취급되었다. 역사에서 벌어지는 전시·공연 등 `문화’는 지하철의 액세서리 정도로 취급됐던 게 사실이다. 광주지하철은 액세서리가 아닌, 그 자체로서 `문화공간’을 표방하고 있다. 지하철이라는 교통수단과 함께 그 가능성이 열려있는 `문화공간’을 동시에 얻은 셈이다. 공간을 채우는 일은 `시민들 몫’이겠다.
이정우 기자 arrti@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