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쭉한 판소리로 변신한 〈캔디타령〉만으로도 관객들은 이미 뒤집어졌다. 지난 30일 광주비엔날레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광주드림〉 창간기념 시민한마당서 공연한 또랑깡대 김명자(39)씨.
그는 전주산조예술제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또랑깡대 콘테스트’ 출신이다. `명창’ 이 아니라 만만하고 친근한 `또랑깡대’를 자처하는 이들이 모여드는 이 대회에서 그는 창작판소리인 〈슈퍼댁 씨름대회 출전기〉와 〈슈퍼마징가며느리〉 등 〈슈퍼댁〉연작으로 지난 2001년·2003년 각각 우수상과 대상을 수상했다.
광주 무대에 선 것만도 벌써 5번째. 그래서 광주에도 `슈퍼댁’ 팬들이 꽤 많다. 소리든 너름새든 귄이 짝짝 흘러 누구라도 금세 자기 편으로 만들어 버리는 특별한 친화력이 그에겐 있다.
〈슈퍼댁 씨름대회 출전기〉를 부른 이날 무대도 마찬가지. “싸움도 슈퍼, 수다도 슈퍼, 욕도 슈퍼, 인심도 슈퍼, 브라자 빤스 사이즈도 슈퍼, 힘은 더욱 슈퍼, 쌀가마니 번쩍 들고 배달도 거뜬한” 서울 성북동 슈퍼마켓 아줌마가 김치냉장고 타러 씨름대회 나간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객석에선 폭소와 함께 “잘한다” “그렇제” 추임새가 끊이지 않았다.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씨름판도 마다 않고 `슈퍼’ 괴력을 발휘하는 `아줌마의 힘’ `엄마의 힘’ 앞에 특히 아주머니 관객들이 더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쉽고 친근한 판소리, 재미있는 판소리를 꿈꾸는 그녀는 이날도 객석 사이를 휘젓고 다니며 무대와 관객의 경계를 유쾌하게 깨뜨렸다.
“지역마다 관객반응이 다르다. 경상도에 가면 팔짱 끼고 앉아 `그래 너 잘하나 보자’라는 식의 근엄한 관객들이 많다. 광주나 전라도쪽 관객들은 처음부터 마음 열어놓고 함께 놀 채비가 돼 있다. 추임새도 척척 맞는다. 노래부르는 사람도 기운난다”.
“전해져 오는 판소리 다섯바탕뿐 아니라 우리 시대에도 불려져야 할 이야기는 많다”고 말하는 그녀. 최근에는 서울 변두리의 사라진 달동네를 담은 김영종씨의 <난곡이야기> 사진전에 맞춰 동명의 창작판소리를 만들어 공연하기도 했다. 동시대인들의 일상과 꿈이 담기는 `오늘의 판소리’를 하고 싶은 의지의 반영이다.
“동네의 대소사 마당이나 사랑방 등 생활 곳곳의 `판’을 지키며 늘 사람들속에 함께 했던 또랑깡대의 뜻을 되살려 득음이나 유파 등에 매몰되지 않고 판이 필요로 하는 소리, 그 자리에 맞춤하니 요긴한 소리를 해가고 싶다”고 그녀는 말한다.
서울 극단 `아리랑’에서 활동하며 민요 판소리 춤 풍물 할 것 없이 우리 것이라면 뭐든 섭렵해온 그녀는 영광 법성포 만신 최정옥에게 판굿 수업을 받고 있기도 하다. 남신희 기자 miru@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