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가장 생생한 장르입니다. 스크린을 통해 전달되는 영상과 달리, 무대에 선 배우들의 호흡과 감정이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되죠. 특히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까운 소극장에서는 배우와 관객이 같이 극을 끌어 갑니다.”
지난 1일 궁동 예술의 거리에 소극장을 연 극단 `얼·아리’ 대표 김종필(33)씨의 `연극 예찬론’이다.
“너무 힘들어 다시는 이 짓을 안해야지 하다가도 또 대본을 펼친” 세월이 벌써 10년째. `아리’라 이름붙인 소극장은 그에게 소극장 그 이상이다.
“연극합니다, 라고 하면 여자들이 다 도망가더군요(껄껄). 그렇게 연극을 하고 싶어도 정작 맘놓고 쓸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제대로 못했습니다. 예전에는 창고나 작업실을 빌려서 연습하거나 남의 극장에서 더부살이했었죠”라며 “이제 맘껏 공연해볼 생각”이란다.
지역에서 소극장을 `개관’한다는 것은 모험일 수 있다. 극단이 창단했을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도 연극 지망생도, 관객들도 많이 줄었다. 광주에 `연바람’ `문예정터’ `민들레 소극장’ 등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관객들은 이미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대형 뮤지컬이나 현란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공연에 익숙한 상태죠. 전문 배우 부족, 열악한 투자 구조 등 제반여건이 어려운 지역 연극계에선 관객들을 만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니 상설 공연장은 관객이나 지역 연극배우에게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기획한 공연이 지역으로 내려올 경우 `소극장’용이 `대극장’에서 버젓이 공연하는 일이 잦다. 일례로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는 배우의 얼굴 표정, 숨소리를 관객이 직접 느끼며 감상하는 소극장 공연이었지만 광주에 오면서 대극장에서 상영됐다. 연극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그는 “관객이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이 아닌 거시적인 안목에서 연극을 `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시의 문화정책에 쓴소리를 잊지 않는다.
오는 6~23일에 개관기념공연작 〈그들의 사회화, 2004〉(양태훈 작·연출)를 목·금(오후8시)과 주말(오후4시·7시)에 공연한다. 우리 사회의 제도적 `틀’안에 갇혀 살아가는 군상들을 죽은 자의 입으로 풀어 본 코메디극으로 류진화 김경숙 최해정 박선영씨 등이 출연한다. 극단 얼·아리는 지난 93년 창단 이래 〈프로이드의 꿈〉〈영산강 비갠<그림자를 찾아서> <이것이 연극같냐> 등의 작품을 꾸준하게 공연해 왔다. 문의 430-1708
정현주 기자 ibox@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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