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설명의 말을 붙이지 않고 그냥 “한 번 읽어봐” 한 마디면 된다. 《종이밥》은 그런 책이다. 끝까지 읽는 동안 몇 번이나 먹먹해진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도서관 창 밖을 봐야 했다.
철이는 송이가 없었으면 했던 적이 많았다. 철이는 여섯 살 때부터 송이를 돌봐야 했다. 일 나간 할아버지 할머니가 집에 올 때까지 송이를 안고 분유도 먹이고 업어 재웠다. 철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할머니는 송이를 방에 혼자 두고 문을 잠갔다. 철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열쇠를 따고 방문을 열 때까지, 송이는 단칸방에서 혼자 놀았다. 철이가 방문을 열면 송이는 눈이 부셔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뒤뚱뒤뚱 걸어와 철이에게 안겼다. 송이가 혼자 놀던 방바닥에는 언제나 종이 조각이 흩어져 있었다. 송이는 그때부터 종이를 씹기 시작했다. 심심하고 배고플 때, 할머니가 보고 싶을 때 송이는 종이를 먹었다. 송이는 종이를 씹으면 밥풀을 씹는 것 같다고 좋아한다. 이제 그런 송이를 떠나 보내야 하는데, 헤어질 날이 가까울수록 철이의 마음은 무거워진다.
아무리 어려워도 가족 간의 믿음, 정이 있으면 아이들은 바르게 살아낼 수 있다고 믿는다. 가슴 아픈 현실 속에서도 서로를 보듬어내려는 안타까운 마음. 그런 안타까움이 모여 이루어내는 삶. 그것을 따뜻하게 지켜보는 작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가난한 아이들의 이야기이지만 결코 어둡지 않고, 읽는 이의 마음 속에 약하고 힘없는 이들에 대한 사랑을 일깨워 준다.
양선숙<광주동화읽는어른모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