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도권 음반 시장에 앨범이 놓일 자리는 없지만 그들은 분명 뮤지션이다. 댄스, 발라드가 주류인 대중음악과 달리 자신만의 분명한 색깔을 갖고 있는 `인디밴드’. 그러나 정작 이들이 자유롭게 외칠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라이브클럽 `곡스’와 `네버마인드’는 특별할 수 밖에 없다.
조명, 스피커 등 공연할 수 있는 필수조건만 갖춘 무대는 관객과 인디밴드의 소통 공간이 된다. 격정적인 연주에 몰입하며 머리를 흔들고, 점프를 하거나 서로 몸을 부딪힌다. 자기 안의 그루브(흥)에 맞춰 음악에 빠져드는 이들에게 `클럽’은 소중하다.
지산동 법원 사거리 근처에 자리한 `곡스’. 지난 98년 말 문을 연 곡스는 그동안 수많은 인디밴드들의 공연장소였다. 곡스의 주인 이준희(42)씨는 음악에 미쳤던 시절이 있었다. “음악을 하는 이에게 공연장은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며 “실력에 상관없이 열정만 있으면 무대에 설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지역 밴드들이 `클럽’에 부여하는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지역 밴드와 클럽 문화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전국적인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7일 오후7시30분 도프, 스틸 등이 참여하는 공연은 `라이브음악문화발전협의회’에서 기획한 공연. 또 오는 20일에 창단할 `대한민국록발전협의회’를 통해 클럽문화의 부흥을 기대하고 있다.
전대 후문쪽에 자리한 `네버마인드’ 역시 인디밴드의 주요 활동무대. 주인 남유진(32)씨는 “음악이 좋아서 2년 전에 클럽을 열었다”고 한다. 니르바나(Nirvana)의 앨범명을 그대로 가게명으로 할 정도로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크다. 고등학교 시절 밴드활동을 했던 그는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클럽을 포기하지 않는다. 오는 9일 오후4시 옴니버스 앨범발표 기념 `Hard&Heavy Festival’을 한다. 앨범작업에 참여한 김길중, 모비딕 록밴드 등이 공연을 펼친다.
언더문화의 장(場)인 클럽은 상업논리와 유행코드로 조합된 주류 음반시장의 `편협함’을 다양한 음악으로 지적하는 공간이다. MTV를 장악하는 기계적 안무, 현란한 사운드, 조직화된 마케팅은 없지만 `잘 팔리는’ 음악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낸다.
이들 `클럽’은 단순히 라이브공연을 안주 삼아 술과 음료를 파는 `라이브까페’들과는 엄연히 다르다. 라이브까페가 인기 유행곡을 CD로 트는 대신 생생한 육성을 택한 술집이라면 클럽은 `자신만의’ 음악을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이다.
모던록 밴드 `코코티’의 베이시스트 오현정(25)씨는 “클럽은 자유롭다. 거리낌없이 우리 음악을 라이브로 들려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클럽 마니아 정주희(21)씨는 “CD가 아니라 밴드가 직접 연주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고, 틀에 얽매이지 않고 음악을 즐길 수 있다”고 클럽의 매력을 말했다.
정현주 기자 ibox@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