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혼을 했는데 나같은 사람이 나가도 괜찮겠느냐”고 출연자가 먼저 조심스럽게 물었다고 한다. 10일 방송될 광주MBC <다큐세상 우리> 중 `덕희씨의 육아일기’ 주인공 곽덕희씨의 물음이었다.
<다큐세상 우리>의 작가 김인정씨는 “출연자 섭외때면 늘 듣는 말이 `나같은 사람이 나가도 되겠느냐’는 것이다. 텔레비전엔 특별한 사람들만 나온다는 고정관념이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 진솔한 자기 삶의 이야기가 있는 사람, 어눌하지만 당당한 자기 생각이 있는 사람이면 충분하다는 게 제작진의 생각이다”고 말한다.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삶속에 깃든 눈물과 웃음을 담아내는 우리 시대 자서전이 바로 <다큐세상 우리>(월요일 오후 7시20분 방송)다.
광주MBC가 목포, 여수와 공동제작하는 휴먼다큐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3월 첫 방송된 이후 지역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휘 PD와 김인정 작가는 광주 MBC 특집다큐〈아! 소록도〉와 〈문화재 보존, 그 법고창신의 꿈〉 등 의미있는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온 `11년 지기’. 프로그램제작상, 이달의 PD상, 작가상 등 굵직한 상을 휩쓸어온 베테랑들이다.
이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어 가는 <다큐세상 우리>는 우리 이웃들의 진솔한 삶을 찾아 카메라를 들이댄다. 절하는 커피장수 전도섭씨, 화인코리아 부도, 남광주시장의 밥할머니, 한총련 최장기 수배자, 무등산 타잔, 화교 2세 장경발씨의 짜장면 이야기 등 `평범한’ 이들의 삶에 깃든 애환과 진정성을 담아 왔다. 지역방송이라는 한계를 딛고 장경발씨의 짜장 이야기 편은 17.8%(TNS 집계)라는 높은 시청률을 올릴 정도로 이 프로를 아끼는 시청자들이 많다.
담당PD, 작가, 카메라맨을 포함한 5명이 새벽부터 밤중까지 출연자를 따라붙는다. 카메라에 겁먹어 촬영 당일 출연을 고사하는 경우도 있다. 버스관광의 대모라 불리는 `뚱순아줌마’를 촬영할 때 일이다. 갑자기 `못하겠다’며 손사래치는 그를 담당 PD는 간곡하게 설득해 끝내는 허락을 받았다. 그렇게 어렵사리 일주일 내내 촬영을 한다. 화장실 빼고는 언제 어느 곳이든 카메라를 들이댄다. 빡빡한 강행군에 “으메~우리만 고생하는 줄 알았더니 지비들은 더 고생허요. 어찌까”하며 출연자들이 오히려 제작진을 격려할 정도다.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 부대끼다 보면 출연자들과 제작진은 `찐한 정’이 든다. 그래서 방송이 끝나도 `관계’는 계속된다. 출연자들을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일회성 대상’으로 생각지 않고 정말 `인간적으로 다가가는’ 이 프로그램 특유의 제작방식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김휘 PD는 작위적 연출을 하지 않는다. 촬영현장에서 `뭐 해주십시오’라는 주문이 없다. 간에 맞게 짜맞추지 않고 자연스런 `다큐정신’에 충실하게 위해서다. `삶’을 담아내는 일인지라 제작진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얻는 것들이 많다고 한다. 김휘 PD는 “사람들의 삶의 속내를 들여다보며, 누구의 삶도 쉽게 대해서는 안된다는 경외심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다큐세상 우리>가 시청자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데는 진행자 오정해씨의 공도 크다. 프로그램을 고르는 데 깐깐하다고 소문난 오씨는 “친정 어머니가 목포에서 살고 계세요. 저는 고향을 떠나 살고 있지만 꼭 고향을 위한 일을 하고 싶었어요. 우리 지역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만나는 이 일이 제 자신의 삶을 깨우쳐주는 때가 많습니다”라고 말한다. 오씨는 오랫동안 라디오와 국악 프로그램을 진행한 경험으로 차분하게 <다큐세상 우리>를 이끌고 있다.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 이웃을 전면에 내세우는 `휴먼다큐’. “인물 선정부터 카메라에 담아내는 과정까지 결코 쉬운 일은 없다”는 제작진의 치열한 노력을 시청자들은 알아 차린다.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묵묵히 일해온 사람들, <다큐세상 우리>가 이런 사람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 좋아요” (ID: 아영엄마), “지역방송에서 제작하는 줄 몰랐어요. 혹시 시청률이 낮다고 개편때 사라져 버리지 않길 정말 바랍니다”(ID: 애청자), “우리 지역에도 다양한 삶이 있다는 것은 신선한 자극이 되요. 내 자신의 삶에 투영해 볼 수도 있는 이 프로그램이 좋습니다”(ID: 나그네)….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시청자들의 글들은 <다큐세상 우리>가 지닌 소박하고도 튼실한 힘을 그대로 전해준다.
정현주 기자 ibox@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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