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다랑어인가/ 죽은 말인가/ 엉킨 채로 트럭에 발로 차 넣어…”
80년 5·18광주민중항쟁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이 문구는, 그러나 5·18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오카 이야기》라는 일본의 목판화집에 나오는 시(詩)의 일부분이다.
《하나오카 이야기》는 일본이 패망하기 직전인 1945년 6월, 일본 아키타현 오다테시 하나오카 광산에 강제 징용됐던 중국인들 418명이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다 일본인들에게 살해당했던 `하나오카 사건’을 담고 있다.
이 사건을 증언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일본의 민주적인 예술가들과 노동자들이 사건 발생 2년 뒤인 1951년 직접 하나오카에 들어갔고, 이들은 공동작업을 통해 총 57점의 목판화 및 이에 짝을 이룬 서사시가 수록된 《하나오카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 판화와 시들을,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하정웅컬렉션기념실’에서 11일∼8월25일 석달 남짓한 기간 동안 열리는 `하나오카 이야기’ 전에서 관람할 수 있다. 재일교포 2세인 하정웅(66·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씨가 지난해 7월 기증한 원본판화작품들로,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나오카 땅의 평화로웠던 시절에서 잔인한 살육, 그리고 전후 각성과 투쟁의 과정까지를 묘사하고 있는 《하나오카 이야기》는 80년 5월 이후 우리 땅에서도 활발하게 전개된 `판화운동’과 많이 닮은 모습이다. 11일 개관식에 참석한 하정웅씨가 “하나오카 이야기에는 과거 탄압 받았던 광주의 이미지가 그대로 연결돼 있다”고 `기증의 이유’를 밝힌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한편 `하나오카 사건’에서 역사적 교훈을 얻으려는 일본인들은 1966년 `일·중 불전(不戰) 우호비’를 세웠고, 이후 이 비석을 `지키는 모임’이 결성돼 `하나오카 사건’을 일본과 전 세계에 알리는 일을 펼치고 있다.
전시에 맞춰 회원 30여명과 함께 광주를 찾은 이 모임의 대표 토카시 야스오씨는 “하나오카와 광주의 역사가 공통되게 가르치는 바는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 우호와 친선을 위해 우리가 힘을 써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회를 찾은 윤영규 전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인들 스스로가 역사를 옳게 평가하려는 노력이 특히 주목된다”며 “여전히 가해자가 없는 `광주문제’에 던져주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arrt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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