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표지에 그런 글귀가 보이는 책을 당신도 광주 어디선가 발견할 수 있으리라.
`골방의 책을 사람의 광장으로’란 기치로 책 나눔운동을 펼치는 프리유어북이 5·18재단, 한겨레신문사 등과 함께 16일 금남로에서 `책 해방의 날’ 행사를 열었다.
프리유어북은 책을 혼자 소장하거나 소유하지 않고 공공장소에 내놓아 함께 돌려 보자는 새로운 독서문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로, 5월을 맞아 `해방과 나눔’이란 5·18정신을 함께 하기 위해 광주에서 행사를 가진 것. 전국의 시민들이 보내온 책들이 이 날 거리에 쌓이고 놓여져 새로운 독자들을 만나는 긴 여정을 시작했다.
이날 행사에서 박석무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학창시절 가장 갖고 싶고 절실한 것이 책이었다. 책이 없어서 못읽던 시절이었다. 좋은 책 읽어 좋은 뜻을 펴는 실천 중의 하나가 책을 돌려가며 읽는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신문사 고희범 사장은 “프리유어북은 해방과 나눔의 독서운동이다. 책을 서가에 묶어두지 않고 해방시키면서 여러분 자신도 해방되는 기쁨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에 `방생’된 책은 1000여 권. 작가 송기숙 황지우 박완서 김용택, 정치인 노회찬 박영선 유시민, 가수 정태춘 윤도현 이상은, 미술평론가 유홍준, 화가 임옥상, 방송인 황정민, 영화배우 안성기씨 등이 기증한 책들도 함께 했다.
“내 취미가 독서여”라며 《중동의 화해》란 책을 집어든 변기수(81·북구 오치동)씨는 “서점에서 사보기만 했는데 이렇게 서로 책을 돌려본다니 참 좋은 일이네”라고 말했다. 딸에게 읽힐 동화책을 고른 이향숙(39·서구 쌍촌동)씨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즐거움뿐 아니라 책을 풀어놓는 즐거움도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광주문화연대, 광주동화읽는어른모임, 광주여성민우회, 학교도서관사서지부 광주지회 등도 함께 했다. 광주문화연대 김지원 사무국장은 “책은 그동안 도서관이나 서점 등의 공간을 통해서만 유통되고 읽혀졌지만 이제 `책 공동체’를 통해 우리 일상 어디에서든 책이 나눠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책에게 자유를 주고 싶은 사람은 프리유어북(www.freeyourbook.com)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한 다음 책을 등록하고 스티커를 프린트해 책 속표지에 붙여 내놓으면 된다. 책을 어디선가 `발견’한 이들 역시 프리유어북 사이트에 들어가 받은 책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면 `책의 여행 경로’를 공유할 수 있다.
프리유어북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전한 책을 읽고 난 뒤 다음 사람에게도 전할 수 있도록 지하철, 찻집, 길거리 등에 책을 다시 내놓아 `책의 여행’이 이어지도록 한다는 점이다.
<자유를 찾은 책들이 힘든 사람에겐 힘을, 외로운 사람에겐 좋은 말벗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김외경), <후훗, 벤치에 살짝 던져놓고 지하철 날롬 집어탔습니다. 왠지 두근두근하대요>(두리), <제가 정말 좋아했던 책입니다. 소중히 읽어주세요>(한혜정)…. 프리유어북 게시판에 올라온 책나눔의 사연들이다.
미지의 누군가에게 닿으리라는 기대와 설렘으로, 책꽂이에 붙박힌 책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자. 프리유어북 운동의 로고인 `날아가는 책’ 처럼 책에게 자유를 선사하면 그 순간 책은 하나의 생명체가 되어 세상을 여행하며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갈 것이다.
남신희 기자 miru@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