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년 5월의 참상을 담은 영상물이 나오자 `가객’과 `공감’이 `오월의 노래’를 함께 불렀다. 지난 15일 북구문화의집과 문화예술공동체`터’가 공동 기획해 열린 `5·18노래이야기’. 당시 현장에서 광주 시민들이 불렀던 오월 노래들을 함께 부르며 5·18을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이번 공연을 이끈 노래모임은 전남대 단대 노래패 출신들로 구성된 `가객’과 `공감’.
이번 공연에서 `달려 달려’ `님을 위한 행진곡’ `광주 출전가’ `오월의 노래’ `너흰 아니야’ 등 익숙한 오월의 노래와 민중가요를 들려 주었다.
노래를 부른 이들은 `가객’의 오남경 정길중 김익중 최우석씨와 `공감’의 서인종 송민수 김재중 김익중 유민섭 노강미 안소영 장영 김원희씨 등 모두 13명. 김선영 박도인 최광영 박세환 나길조 이하림씨는 연주를 맡았다.
`가객’은 각 단대 노래패에서 민중가요를 부르던 이들이 졸업 후에도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지난 96년 졸업과 동시에 만든 노래모임이다.
학생에서 이제는 회사원, 교사, 대학원생, 수의사가 된 이들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해마다 `어려운 이웃돕기’공연 등 정기공연을 해온 `가객’이지만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없었던 터. 2년 전 구성원들 각자 사정으로 공연활동이 뜸해지자 96·97학번이 나서서 `공감’을 결성했다. 선배들의 빈 자리를 후배들이 채운 셈이다. `가객’과 `공감’은 이름만 다를 뿐 뿌리는 하나다.
작년 4월 반전평화 공연을 같이 한 이후 이번 `5·18노래이야기’공연을 계기로 `가객’과 `공감’이 다시 만났다. 5월과 관련된 공연은 이번이 처음.
학교에서는 오월만 되면 교정에서, 시위현장에서 오월가를 입에 달고 다녔지만 졸업한 이후에는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장이 그리 많지 않았다.
“91년은 분신정국이라 불렸던 때였죠. 그 때는 노래를 부르는 것 자체가 투쟁이었습니다. 최루탄 가스를 맡으면서 노래 부르다 잡히면 6개월 이상 구류 신세가 되거나 감옥에 들어가는 시절이었으니까요.”
현재 `가객’을 이끌고 있는 오남경(91학번)씨의 말이다. “그때 당시와 10년이 넘은 지금, 부르는 `오월’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가객’과 `공감’은 좀더 많은 세대들을 끌어 들이는 다양한 노래들을 불렀다. 80년 5월에 불렀던 노래 뿐만 아니라 `너흰 아니야’ `주문’ `바위처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 민중가요를 통해 오월정신을 전했다.
투쟁가 위주의 경직된 민중가요 판에 록밴드과 결합해 민중가요를 선보인 것은 이 지역에서 `가객’이 처음 시도한 것. `민중가요’를 삶의 투철한 고민을 담아낸 `노래’의 한 장르로 여기는 이들에게 팝이나 대중가요는 더이상 금지곡이 아니다.
`가객’과 `공감’은 닫힌 공간이 아니라,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정기공연 장소도 주로 전남대 후문 거리. 지나가는 어느 누구에게나 노래를 들려주는 게 그들의 즐거움이다.
“우리 얘기를 토해보자”고 만든 `부서져 불이 되어라’ `강물’ 등 창작곡도 만드는 `가객’과 `공감’이 만들고 싶은 무대는 `共感’에 있다.
정길중(90학번)씨는 “민중가요는 제 삶의 일부예요. 학창시절 대부분을 노래하는 데 바쳤어요.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게 하는 노래가 민중가요 아닐까요?”라며 민중가요만이 지닌 힘과 의미를 말한다. 정현주 기자 ibox@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