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곳에 가면 과거 군사정권 시절 숨죽이며 5·18을 말해야 했던 86년 당시 대학생들이 돌려 듣던 `라디오 다큐멘터리(가제)’도 접할 수 있다. 5·18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에서 읽는 `5·18아카이브전’.
`기억의 역사, 새기는 5·18’을 주제로 열리는 `5·18아카이브전’은 21~30일 5·18기념문화관 전시실에서 진행된다.
문화예술공동체`터’와 (재)5·18기념재단이 마련한 이번 전시회는 역사적 기록물을 뜻하는 `아카이브’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소소한 일상을 담아낸 자료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책, 사진, 리플렛, 영상물, 신문자료, 유품 등 다양한 시각적 자료를 활용한 이번 전시회의 자료는 시청 자료실과 5·18기념재단 자료실이 제공한 것.
5·18기념재단 김점옥씨는 “20여 년이 지났지만 5·18자료는 기존 자료외에 추가 공개분은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전시와 함께 `기증 코너’를 운영할 계획이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오월을 기억하고 함께 간직할 수 있도록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들이 `기증 코너’에 많이 기증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번 `5·18아카이브전’은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등 5월을 그려낸 책들을 선정한 `도서 전시 공간’, 당시 오월의 현장이 기록된 사진 1000장이 전시될 `5·18 모자이크’, 오월의 참상과 투쟁을 알린 `투사회보’나 정부 유인물 등에서 과거를 들춰보는 `리플렛 전시 공간’, 다큐멘터리와 채록 등 영상물로 보는 `영상 전시 공간’ 외에 신문 자료, 유품 전시 등으로 구성됐다.
단순히 기록물의 시대적 나열이 아니라, 공감을 이끌어 내는 전시 배치로 관객들을 만나는 `5·18아카이브전’은 기존의 전시회와 달리 `기록예술전’이다.
오월의 참상을 기록한 초등학생의 일기장을 전시하거나 역사적 배경이 되버린 현장 속 인물에 `현재’를 투영한 `사람을 찾습니다’ 등의 전시 공간에서 흔히 갖게 되는 기록물에 대한 `상식’을 뒤집게 된다. 보도 사진이나 유물 뿐만 아니라 `일상의 기록’에서 오월을 읽는다.
전시회를 기획한 최병진(전문작가 프로젝트팀 `미래인’ 대표)씨는 “5·18을 겪지 않은 세대들에게 당시 80년 5월의 현장을 담아낸 자료들은 생생한 역사의 기록이 된다. 현장성을 살린 기록들을 통해 5·18의 의미가 과거 속 사건으로 끝나지 않게 된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하면서 “유물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4·3항쟁과 비교할 경우 5·18 관련 자료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기록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현주 기자 ibox@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