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함께 춤을>이란 영화를 보면 인디언 부족들의 인상적인 이름들이 나온다. `늑대와 함께 춤을’ `주먹 쥐고 일어서’ `머릿속의 바람’…. 하긴 이처럼 긴 풀이말로 쓰이지 않았을 뿐이지 예로부터 지금까지 이름 속에 숨은 의미들은 참으로 절절하다. 개똥처럼 천하지만 오래 살라고 개똥이, 이뻐서 이쁜이, 혹은 태어난 달에 빗대어서 삼월이, 오월이. 빛나다, 크다, 누리다 등등의 한자어가 들어간 이름 등등.
그렇지만 역사 이래로 이름의 문화가 가장 풍요로운 시대는 요즘이 아닌가 싶다.
“와치독님!” “가을하늘님!” “나그네님!”….
인터넷을 이용해본 적 없는 이들이 듣는다면 “에엥?” 하고 돌아볼 호칭들이 온라인을 넘어서 일상공간에서도 종종 통용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붙여져버린 이름에 만족치 않고, `칼 있으마’ `살아만 있자’ `바람난 여자’ 등등 스스로 이름을 부여하고 그 이름으로 교류를 하는 시대, 이름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렇게 스스로가 붙인 이름 그 자체가 타자에게 보내는 하나의 신호, 자신을 알리는 미디어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닉네임을 정할 때도 고민 고민을 한다. 한번만 들어도 기억에 남을 것, 개성이 잘 드러날 것, 이미지 부각을 잘 시킬 것 등등 고려할 사항도 가지가지다. 문제는 새로운 시대의 미디어 그 첫 상징이자 기호인 직접 붙인 이 이름들이 종종 멸시를 당한다는 데 있다.
스스로가 붙인 이름들을 `익명’ 혹은 `본명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가명’쯤으로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이버상의 표현의 권리나 자유에 관한 문제도 익명성을 무책임성으로만 연결지어 파악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닉네임이 `익명’이나 `가명’으로 쓰이면 어떠랴. 정작 중요한 것은 마을의 사랑방도 대가족제도도 해체되어버린 시대에, 사이버 사랑방의 역할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어린놈이 무슨 말을 해?” “선배에게?” “배운 것도 없으면서…” “니가 언제부터?” 등등 얽히고 설킨 말 못할 관계들을 넘어서는 그 어떤 힘과 자유로움이 스스로가 붙인 이 이름들 속에서 나올지도 모를 일 아닌가.
김인정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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