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시기사 박원기씨
당신의 인생에는 어떤 음악이 있는가. 잊을 수 없이 아름다웠거나 가슴아팠거나 기쁨으로 충만했거나…. 그런 삶의 순간에 당신 곁을 스쳐간 음악을 기억하는가.
20년간 택시를 운전해 온 택시기사 박원기(54·광주 `택시온’)씨의 삶에는 `입영전야’가 있었고 첫사랑의 추억이 떠오르는 `배신자’가 있었는가 하면 월드컵의 환희가 되살아나는 조수미의 `챔피온’이 있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일일 DJ’로 나서 자신의 삶의 이야기와 음악을 들려주는 북구문화의 집 테마뮤직카페. 오는 28일 오후 7시30분에 열리는 테마뮤직카페의 DJ로는 택시기사 박원기씨가 나선다.
“웬만해야제. 너무 친절해서 너무 미안스럽소.”
이런 말을 듣는 택시기사. 불친절과 푸대접에 익숙한 택시 손님들은 그의 차를 타는 순간 받게 되는 명랑한 `오프닝멘트’ 앞에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다. 누구라도 감동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사건건 친절’ 앞엔 때론 엉뚱한 의심의 눈초리가 돌아오기도 한다. “혹시 지금 몰래카메라 찍고 있나요?”
그가 차에 태우고 싶어하는 고객은 몸이 불편한 사람, 할머니 할아버지, 어린아이들, 짐이 많은 사람, 인원이 많은 팀들. 서비스할 기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까닭이란다. 막다른 골목 끝이든 굽이굽이 돌아가는 아파트 마지막동이든 한번 탄 손님은 반드시 문앞까지 모셔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에게 합승 안 하기는 기본.
언제 다시 얼굴 부딪힐지 모르는 불특정 다수를 향해 `무차별적 친절’을 사정없이 퍼뜨리고 다닐 수 있는 비결은 “남을 행복하게 하려고 작정하는 순간 내가 먼저 행복해지더라”는 것.
손님을 위해 `달리는 뮤직다방’의 DJ 노릇을 자처하기도 하는 박기사의 유쾌한 택시에 동승해 보자.
박원기 기사의 삶의 음악은 중고등학교 시절 유행했던 이미자의 `그리움은 가슴마다,’ 나훈아의 `사랑은 눈물의 씨앗’으로부터 시작된다.
뜨거운 젊은날을 스쳐간 박상규의 `조각돌’, 혜은이의 `제3한강교’, 군생활과 함께 떠오르는 최백호의 `입영전야’, 첫사랑의 추억을 간직한 배호의 `배신자’를 거쳐 친절한 택시기사로 자신이 소개되던 라디오에서 흘러 나왔던 윤수일의 `도시의 천사’, 두 아이들과 자주 부른 `아빠와 크레파스’, 택시노조시절 뜨거운 마음으로 불렀던 `타는 목마름으로’, 월드컵의 환희로 떠오르는 조수미의 `챔피온’으로 이어진다.
남자친구와 헤어져 울고 있던 고객을 더 울게 만들었던 야속한 노래 이수영의 `라라라’, 자신의 노래를 얹은 혼성듀엣으로 손님에게 들려준 왁스의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등은 최근의 음악이다.
손님이 내리고 난 차에서 분실물이 발견되는 것을 수치로 여기는 박기사. 테마뮤직카페를 찾은 손님들에게 그는 여전히 이런 마지막 멘트를 날리지 않을지….
“손님과의 만남 즐거웠습니다. 내리실 때는 소지품 잘 챙겨서 분실물 없이 안녕히 가십시오.” 문의 510-1424.
남인희 기자 namu@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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