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미술제 수상작가 박형규전

팔이나 다리, 혹은 날개를 얻어 어디론가 기어 가거나 날아가고 있는 손톱깍기들….
손톱깍기들 뿐만 아니다. 고무찰흙 수세미조각 한방침 집게 핀 전기부품…주변에 굴러다니거나 버려졌음직한 것들이 다시 `낯선 생명체’로 거듭나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수명 다한 핸드폰이나 전자계산기, 알 빠진 손목시계의 금속틀이나 낡은 시계줄 같은 것들도 본래 `출신’을 굳이 숨기지 않으면서도 크게 `변신’한 모습으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제6회 광주신세계미술제 수상작가 초대전으로 열리고 있는 박형규(29)씨의 전시(5.21~5.29, 신세계갤러리).
“죽어있는 것, 생명없는 것을 또 죽어있는 것이나 생명없는 것으로 만드는 것은 재미없잖아요.”
무엇보다 `재미있었으면 한다’는 작가의 바람대로 전시장엔 유쾌한 활기가 감돈다. 저마다 작품 앞에서 할 말들이 많다. 사람을 수다스럽게 하는, 혹은 웃게 하는 힘을 가진 작품들이다.
“난해할 필요 있나요? 보는 사람을 억압하고 싶지 않아요. 고개 갸우뚱거릴 필요 없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보는 이들의 상상력에 제동을 걸거나 틀을 씌우고 싶지 않아서 작품 설명이나 제목도 되도록 달지 않았다. 전시 제목도 그냥 `박형규’.
“나, 박형규를 보여주는 전시”란다. 이번이 첫전시. 전시를 통해 들여다본 그는 짓눌림없이 천진하고 발랄한 상상력의 소유자다. 버려지고 낡은 것들, 무표정한 것들은 그의 마음과 손길을 거쳐 독특한 조형성을 얻고 자기만의 표정과 숨결을 얻는다. 재료들로 말하자면 “산 게 별로 없다”. 집안에 굴러다니는 물건들이거나 딸이랑 아들이랑 문방구 가서 뽑은 장난감들이거나 누가 버린 것들을 집어들고 오거나…. 그래서 이 흔하고 작은 재료들은 가난한 젊은 작가를 `돈’과 `작업장소’에서도 자유롭게 해준다.
그 작은 조각작품들을 응용한 사진작품들도 있다. 사진속에서 선인장이나 나무나 하늘이나 물과 만나는 생명체들. “휑한 흰 벽이나 전시공간에 던져두기보다 `이 애들’한테 어울리는 공간을 주고 싶었던 마음”의 소산이다. 거기 또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들여다보면 그 속에 장난스런 표정과 몸짓의 그도 들어 있다. 그 세상속에서 그도 그야말로 “놀고 있다”.
작업하다 보면 “흐흐흐흐…” 혼자 웃는 순간들이 있단다. 그 웃음이 작업하는 힘이 된다. 자신의 작품이 보는 이들에게도 박장대소까지는 아닌, 그런 조용한 웃음, 마음속 미소를 주는 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박형규씨는 조선대 미술대 조소과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기존 전시장이 아닌 술집, 카페, 단란주점, 도서관, 공장, 극장 등 일상의 공간을 택해 그 공간을 유쾌하게 변주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들을 해온 그룹 `Fusion’의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남신희 기자 miru@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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