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이 만든 '미루나무 인형극단'

무대 여기저기 받침대가 놓여있고, 단원들은 테이프로 받침대끼리 붙였다 뗐다를 반복하며 무대 높이를 눈짐작으로 조정한다. 무대 배경인 산을 `천’으로 만든 솜씨가 남다르다. 28일 공연 준비에 바쁜 `미루나무 인형극단’.
지난해 9월 결성된 미루나무 인형극단은 복지시설 어린이들을 위해 공연을 하는 극단이다. 북구청 지원을 받아 결성된 이 극단은 매주 금요일마다 2시간씩 연습을 하면서 실력을 쌓아왔다. 30대에서 50대까지 참여한 인형극단 식구들은 전업주부가 대부분. 서숙희 김선미 채영주 김현정 조희 강형민 박현숙 정홍련 박옥란씨 등 10명의 단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무대에 올릴 인형을 만들고, 대본도 직접 쓴다. 지난 12월 공연 이후 이번 무대는 두번째. 28일에 선보일 인형극은 `삼년 고개’와 창작극 `뿅망치 노래방’. 북구청 사회복지기관 아이들을 초청해 오전 11시·오후 2시 두 차례 공연할 예정이다.
처음 대본연습을 할 땐 저마다 목소리를 예쁘게 내는 데만 신경썼다. 배우는 개성이 있어야 한다는 인형극 지도 강사의 말에 지금은 저마다 역할에 맞는 목소리를 낼 정도까지 됐다.
지난주에 교통사고로 입원했던 김선미(39)씨는 토요일에 부랴부랴 퇴원 수속을 밟았다. 월요일에 있을 녹음 준비에 몸이 아픈 것도 무릅쓰고서둘러 병원을 나선 것.
`왕언니’로 통하는 정홍련(54)씨는 평소에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다 이번에는 인형극을 통해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마음은 정말 잘하고 싶은데, 무대에 서면 내 뜻대로 안되니깐 서운하지”하면서도 `젊은’ 친구들과 같이 작업해 즐겁다고 말한다.
조희(34)씨는 이번 공연이 처음이다. “공연 준비때문에 집에서 아이들이랑 같이 대사 연습을 하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재밌어하는지 연습이 즐거웠다”며 “요즘은 동화책을 보면 도통 인형극 생각밖에 안한다. 이 부분은 이렇게 표현하면 되겠다, 이건 그림자로 꾸미면 애들이 좋아하겠다 할 만큼 인형극에 푹 빠져들었다”고 한다.
공연에 나올 생쥐를 색칠하느라 바쁜 박옥란(41)씨와 수업도 한 시간 빼고 뛰어온 강형민(38)씨는 두 달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 “동작을 하다보면 온 몸을 다 사용해야 하고, 대사를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표정부터 달라진다”고 말한다.
공연 걱정에 입술이 다 부르텄다는 인형극단 회장 박현숙(43)씨는 “우리들의 공연이 아이들에게 작은 즐거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한다. 이번 공연이 끝나면 오는 8월 춘천인형극제를 준비할 계획이다. 정현주 기자 ibox@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