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이 만든 '미루나무 인형극단'

▲ '미루나무 인형극단'의 정홍련 김선미 서숙희 채영주 박현숙 박옥란 조희 김현정씨.(왼쪽부터)
툭탁 툭탁! 북구 향토문화관 2층 공연장 무대에서 망치질 소리가 들린다.
무대 여기저기 받침대가 놓여있고, 단원들은 테이프로 받침대끼리 붙였다 뗐다를 반복하며 무대 높이를 눈짐작으로 조정한다. 무대 배경인 산을 `천’으로 만든 솜씨가 남다르다. 28일 공연 준비에 바쁜 `미루나무 인형극단’.
지난해 9월 결성된 미루나무 인형극단은 복지시설 어린이들을 위해 공연을 하는 극단이다. 북구청 지원을 받아 결성된 이 극단은 매주 금요일마다 2시간씩 연습을 하면서 실력을 쌓아왔다. 30대에서 50대까지 참여한 인형극단 식구들은 전업주부가 대부분. 서숙희 김선미 채영주 김현정 조희 강형민 박현숙 정홍련 박옥란씨 등 10명의 단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무대에 올릴 인형을 만들고, 대본도 직접 쓴다. 지난 12월 공연 이후 이번 무대는 두번째. 28일에 선보일 인형극은 `삼년 고개’와 창작극 `뿅망치 노래방’. 북구청 사회복지기관 아이들을 초청해 오전 11시·오후 2시 두 차례 공연할 예정이다.
처음 대본연습을 할 땐 저마다 목소리를 예쁘게 내는 데만 신경썼다. 배우는 개성이 있어야 한다는 인형극 지도 강사의 말에 지금은 저마다 역할에 맞는 목소리를 낼 정도까지 됐다.
지난주에 교통사고로 입원했던 김선미(39)씨는 토요일에 부랴부랴 퇴원 수속을 밟았다. 월요일에 있을 녹음 준비에 몸이 아픈 것도 무릅쓰고서둘러 병원을 나선 것.
`왕언니’로 통하는 정홍련(54)씨는 평소에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다 이번에는 인형극을 통해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마음은 정말 잘하고 싶은데, 무대에 서면 내 뜻대로 안되니깐 서운하지”하면서도 `젊은’ 친구들과 같이 작업해 즐겁다고 말한다.
조희(34)씨는 이번 공연이 처음이다. “공연 준비때문에 집에서 아이들이랑 같이 대사 연습을 하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재밌어하는지 연습이 즐거웠다”며 “요즘은 동화책을 보면 도통 인형극 생각밖에 안한다. 이 부분은 이렇게 표현하면 되겠다, 이건 그림자로 꾸미면 애들이 좋아하겠다 할 만큼 인형극에 푹 빠져들었다”고 한다.
공연에 나올 생쥐를 색칠하느라 바쁜 박옥란(41)씨와 수업도 한 시간 빼고 뛰어온 강형민(38)씨는 두 달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 “동작을 하다보면 온 몸을 다 사용해야 하고, 대사를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표정부터 달라진다”고 말한다.
공연 걱정에 입술이 다 부르텄다는 인형극단 회장 박현숙(43)씨는 “우리들의 공연이 아이들에게 작은 즐거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한다. 이번 공연이 끝나면 오는 8월 춘천인형극제를 준비할 계획이다. 정현주 기자 ibox@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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