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인터넷에서는 두 개의 다른 부대가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야근부대’와 `칼퇴부대’가 그들.
지난해 말 제2차 세계대전 참전과 관련한 포스터를 패러디한 `솔로부대’ `커플부대’가 등장한 데 이어 탄핵정국 이후에 `투표부대’가 나왔다. 포스터를 그대로 차용한 이번 `야근부대’와 `칼퇴부대’도 같은 `∼부대’소속인 셈.
야근을 적극 권장하는 `야근부대’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출현하자 이에 반발하며 `칼퇴부대’가 바로 만들어졌다. `야근은 내 새끼 밥값이다’ `폭설이 내려도 야근은 해야 한다’ `저녁 6시 이후 집에 있는 짓은 우리에겐 사치일 뿐이다’ `무슨 일을 해서라도 일하도록 독려하는 우리는 무적의 야근부대’ `일해라 그리고 돈 벌어와라’ 등을 외치는 야근부대.
“익숙한 아버지의 존재는 야근부대에서 볼 수 있다. `야근부대=돈 벌어오는사람’으로만 인식돼 소외받는 가장에게 애정을 가져라” “한국사회를 이만큼 성장시킨 건 다 야근부대 덕분 아닐까?”라며 기성세대와 결부지어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일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과도한 노동을 강요하는 야근부대를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그놈의 야근이 나의 몸을 종합병원으로 만들고 있다” “회사가 직원을 보호해주던 시대는 끝났다. 개인의 행복이 사회의 행복이다” “회사에 충성하면 명퇴 안시키더냐? 건강 버리구 가족 버리면 뭐가 남지?”라며 반론을 펴고 있는 것.
`야근부대’에 맞서 “칼퇴근을 통하여 삶을 윤택히 하고 나아가 나라 발전에 이바지하자” “어떠한 시련이 있더라도 칼퇴근에 참가하라” “저녁 6시 이후에 회사에 있는 짓은 우리에게 미친 짓일 뿐이다”라고 주장하는 `칼퇴부대’.
“삶의 질적 업그레이드를 추구하자. 칼퇴부대가 승리하는 그날까지 나가자” “우리는 연인만을 생각하는 칼퇴부대다” 등 웃음을 유발하는 의견에서부터 “노동력 착취를 독려하는 `야근’은 희화화할 대상이 아니라 아주 심각하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라는 다소 무거운 발언까지 `칼퇴부대’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많다.
입사 3년째라는 김민기(31·서구 화정동)씨는 “취업하기 어려운 시기에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게 다행스럽지만, 개인 시간까지 희생해가면서 야근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칼퇴부대’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회사원 김민희(28·동구 학동)씨는 “단순히 `야근’으로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평가할 수 없다. 기성세대와 달리 평생 직장이란 개념도 사라진 지금,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자기 계발에 시간을 투자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규노동시간 외 근무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인사담당 경력 10년차 백형수(35)씨는 “사회적으로 `직장’보다는 개인의 `직업’과 `경력’에 초점을 맞추고, 노동성과에 대해 장시간 근무가 아닌 효율성 평가 쪽으로 점차 비중을 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현주 기자 ibox@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