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금의 깊은 울림이 가슴속에 절절하게 맺힙니다. 이렇게 가슴 저미는 소리를 잊지 못해 여기까지 왔네요.”
소리에 이끌려 대금을 들었던 고등학생은 30여 년동안 한 번도 대금을 내려놓지 않았다.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이수자 최성남(53·금호초등 교사)씨. 계면조를 특기로 한 강백천류의 맥을 잇는 김동진 선생에게 대금을 사사받은 그가 3집 창작음반 <울엄마>를 출시했다.
고된 시집살이를 겪은 누이의 설움을 대금으로 풀어낸 `울엄마’를 비롯 음반 전체를 창작곡으로 채웠다. “내가 만든 곡들이 국악에 친근하게 다가서는 `끈’이 돼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업에 임했습니다.”
대금을 `연주하는’ 입장에서 한발짝 나아가 `들려주는’ 역할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최성남씨. 처음부터 음을 내는 게 까다로운 대금에, 초보자들도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채보 및 교본 작업도 열심히 하고 있다. 구전으로만 배웠던 故 김동진 선생의 대금산조를 악보로 정리했으며, 대금 교본을 출간했다. 보다 많은 이들이 대금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인터넷세상에 `최성남의 대금세상(www.daegum.pe.kr)’을 열어 대금 지도를 하고 있기도 하다.
연주자면서 대금을 만드는 장인(匠人)이기도 한 그는 “장사치들은 원재료(대나무)를 고를 때 무심합니다. 1~2년 밖에 안된 대나무도 잘라서 대금을 만드니까요. 그런 대금으로 처음 연습하는 이들이 진중한 소리를 놓칠까 안타깝습니다”고 아쉬움을 드러낸다.
“나이따라 세월따라 연주의 맛도 곰삭아가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전통국악을 지키면서도 오늘의 감각을 벗어나지 않고 대금소리를 친숙하게 들려주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정현주 기자 ibox@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