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임소혁 라이프에세이전

“이제 지리산에 갈 시간이 부족한 이들은 임소혁이 모셔온 지리산의 영혼과 쉽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왜 10여 년을 산에서 혼자 살 수 있었는지도 충분히 교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전시를 기획한 전고필(북구문화의집 상임위원)씨의 추천의 말이다. `지리산, 빛의 그리움’이란 주제로 열리는 사진작가 임소혁(56)씨의 전시. 단순나열식의 작품 보여주기에서 나아가 `삶 보여주기’를 의도한 이 전시는 `라이프에세이전’이란 새로운 형식으로 산악인이자 사진가인 임소혁씨의 삶을 보여준다. 4일부터 15일까지 북구문화의 집 문화관람실에서 열리며 영상강좌가 5일 오후 2시 마련된다.
지리산을 찍은 사진 작가들은 무수히 많지만 임소혁씨의 지리산 작업은 남다른 데가 있다. 아예 지리산에 들어가 지리산과 한 몸이 되어 찍은 사진들인 것.1986년 지리산에 들어간 그는 십수년간 왕시루봉에서 살면서 빛이 있는 동안은 사진을 찍고 어둠이 내리면 글을 쓰며 살았다. 힘들지 않았나라는 물음은 그에겐 부질없다. “문만 열면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사진작가에겐 얼마나 행복한 조건인갚란 말이 답을 대신한다.
전시는 네가지 주제로 이뤄져 있다. `구름의 세계’에서는 지리산의 날씨와 함께 변하는 다양한 구름의 모습을, `섬진강이야기’에서는 지리산 자락 섬진강변의 풍경을 만난다. `지리산 야생화와 숲’은 물봉선화, 원추리 등 지리산에 피고지는 수많은 야생화와 고사목숲, 실비단폭포원시림 등 지리산의 숲을 담아내고 있고 `지리산의 사계’는 안개에 싸인 지리산의 봄, 지리산의 여름 계곡, 아름다운 가을 단풍, 반야봉의 겨울 풍경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시 작품은 모두 100여 점(액자로는 40여 점).
작은 풀잎부터 장엄한 운해와 일몰에 이르기까지 그의 사진들은 변화무쌍하면서도 속기 없는 자연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지리산의 `색’과 `선’(그가 `너울’이라고도 부르는)이 살아 있고 `숨결’이 느껴진다.
왜 지리산인가 물었더니 그는 “온갖 산을 돌아다녀봤지만 돌아서면 늘 그리운 것은 지리산이었다”고 답한다. `물리지 않는 산’ `찍어도 찍어도 늘 새로운 산’이 그에겐 지리산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왕시루봉의 A-Tent’라는 제목의 부스에서 그의 산악장비, 일기장, 사진전 도록, 촬영노트, 사진앨범 등도 만날 수 있다. 그의 지리산에서의 삶을 느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한 것. A-Tent는 젊은 시절 쓰던 군용천막과 왕시루봉에서 살던 집의 모양이 비슷해 그가 붙여준 이름.
그는 올 초 십수년간의 지리산 생활을 정리하고 하산해 곡성 태안사 초입의 동계초등학교 폐교터에서 `섬진강문화학교’를 꾸리고 있다.
산을 내려온 이유도 그답다. “섬진강과 보성강이 더 망가지기 전 아직 강줄기가 살아있을 때 강을 찍기 위해서” 아예 강 옆으로 삶의 거처를 옮겨온 것. 좋아하면, 빠져들면 `그 곳과 한 몸이 되는’ 것이 그의 작업 방식이고 사는 방식이다. 임소혁씨는 그간 《일출집》《쉽게 찾는 우리산-지리산》《지리산 산노을 산너울》《한국의 지리산-CD롬》 등을 냈다. 문의 510-1424
남신희 기자 miru@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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