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상상력으로 책에 옷을 입히는 '북아트'

책과 예술적 감성이 만난 `북아트’. 책에 자신만의 감수성을 입히는 `북아트’의 매력에 빠진 이들이 늘고 있다.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고, 작업과정에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성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재미있는’ 작업으로 다가간다.
북아트는 판화기술이 발전한 19세기 중반에 책의 내용을 미술가들이 삽화나 그림으로 옮긴 것을 의미했다.
프랑스어로 `미술가의 책(livre d’artiste)’이라 불렸던 북아트는 현대로 오면서 책의 형식을 취한 시각 미술작품을 일컫게 됐다.
지난 2월 `김지희 북아트전’을 열었던 김지희(28·전남대 미술대 대학원)씨는 “북아트는 실생활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 수제노트에서 북바인딩(제본), 텍스트를 이용한 활판인쇄 등에 이르기까지…. 또한 설치미술과 결합해 새로운 예술장르로 그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북아트 작업에 사용되는 재료는 가죽 비닐 색지 종이 천 끈 말린꽃잎 등 다양하다. 색바랜 신문지도 재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인쇄된 책이나 노트, 앨범 등을 꾸미기도 하지만, 직접 `수제 노트’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얇은 천, 짚, 나무껍질, 목재 등의 원료를 이용해 직접 종이를 만들어 수제지로 한권의 책을 완성하기도 한다.
`책’ 자체가 예술 영역이 되기도 한다. 회화적인 요소를 도입해 책 한권을 작품으로 만들거나 기존의 `책’에 갇혀있는 틀에서 벗어나 여러 형태를 보여준다. 다양한 상상력을 책에 불어넣는 것.
활자화된 책을 즐겨 꾸민다는 장선경(23·남구 방림동)씨는 “텍스트에 맞는 책의 이미지를 구상해 표지에 가죽을 입히거나, 색지로 감싸는 등의 작업을 거치다 보면 어느덧 새로운 책이 돼 버린다”며 “책을 소재로, 다양한 상상력을 입히는 게 북아트”라고 정의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노트’를 만들고 싶어 북아트를 하게 됐다는 김민정(27·서구 화정동)씨는 북아트 정규 강좌가 개설된 곳이 없어 인터넷을 보며 혼자 만든다. 그는 “내가 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책을 만드는 게 재밌는 일이다. 아직은 책 표지를 꾸미는 정도지만 직접 속지도 만들어 책 한권을 다 만들고 싶다”고 의욕을 내비친다.
인쇄술의 발전으로 대량생산된 `책’을 `작품’으로 바꾸는 작업인 `북아트’는 생활속의 예술로 점차 자리를 굳히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 《북아트》(임프레스 출판사)의 저자 김나래씨는 국내 북아트 시장의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고 북아트가 하나의 장르로 정착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오는 9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2004 Book Art Fair’를 기획했다.
이번 전시에는 독일, 영국, 미국 등 해외 작가 26팀의 작품과 북프레스, 국내 대학연합 등 총 20개 팀이 참가했으며 북바인딩, 수제종이 실습 등 체험의 장과 세미나도 마련돼 북아트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고 있다. 정현주 기자 ibox@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