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95세 일기로 별세

지난 2017년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우토로 마을을 찾았을 당시 만난 강경남 할머니. 다음 일정을 위해 길을 나선 일행에 “조심히 가라”며 손을 흔들고 있다.
지난 2017년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우토로 마을을 찾았을 당시 만난 강경남 할머니. 다음 일정을 위해 길을 나선 일행에 “조심히 가라”며 손을 흔들고 있다.

일본 우토로 마을을 지켜온 강경남 할머니가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향년 95세.

22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따르면, 지구촌동포연대로부터 강경남 할머니가 지난 21일 9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일본 교토부 우지시에 소재한 우토로 마을은 일본에서 ‘재일동포 차별의 상징’으로 통하는 곳이다.

일제강점기인 1941년 일본이 군사비행장 건설을 위해 동원한 1300여 명의 조선인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것이 우토로 마을의 출발이었다.

1945년 광복 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조선인들이 일본인들의 빈집에 자리를 잡고 살면서 조선인 마을이 형성됐다.

일본의 온갖 차별과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말과 문화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해 온 우토로 마을의 주민들은 강제철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시민단체 등의 도움으로 마을 내 보금자리를 마련, 우토로 마을의 역사를 보존할 우토로평화기념관도 추진하고 있다.

강경남 할머니는 우토로 마을의 1세대로 이 모든 역사의 산증인이었다.

8살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간 그는 전쟁의 공포와 위협을 피하다 우토로 마을에 정착했다.

이후 재일동포 1세대로 우토로 마을 지키기에 앞장 섰다.

시대의 변화에도 ‘우토로 1세대’로 자리를 지켰던 할머니는 지난 2017년 시민모임이 일본 우토로 마을을 찾았을 당시 90세가 넘는 나이에도 자신의 고향 ‘경상남도 사천군 용현면’을 또렷이 기억하며 ‘팔도강산’, ‘각설이타령’ 등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할머니가 눈을 감기 전 지난 17일이 95번 째 생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할머니의 자녀 등 유족들은 코로나19를 고려해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있다.

24일 고별식(발인)이 예정돼 있다. 다만, 강경남 할머니가 과거 거주했던 집에 49일 동안 유골을 안치하고 빈소를 마련한다. 

지구촌동포연대는 49제를 지내는 동안 한국에서도 강경남 할머니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모으기 위한 추모 모금을 진행한다.

모금액은 빈소 근조꽃바구니 구매와 유족에게 조의금을 전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우리은행 1005-803-428248 KIN 지구촌동포연대)

또 할머니의 모습을 담은 온라인 추모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공개할 예정이다.

지구촌동포연대는 "영상에 들어갈 추모의 글도 남겨줄 것"을 당부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회원들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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