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내일채움공제 갑질 보고서’ 발행

청년내일채움공제 안내 이미지.
청년내일채움공제 안내 이미지.

노동자의 목돈 마련을 위한 제도인 내일채움공제가 노동자들에게 오히려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도를 악용하는 사업주들 때문이다.

노동전문가들의 단체인 ‘직장갑질119’가 최근 발행한 ‘내일채움공제 갑질 보고서’에는 내일채움공제를 악용한 직장갑질 사례, 근로조건 악화, 허위등록 등 다양한 사례들이 담겼다.

직장갑질119는 ‘아름다운 재단’의 지원을 받아 올 5월부터 9월까지 4개월 동안 연구팀을 구성해 2020년 6월 1일부터 2021년 5월 31일까지 1년 동안 직장갑질119에 신고 된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중 청년내일채움공제,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내일채움공제 제보 사례를 분석했고,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각 사업별 가입자의 신고 및 신고사건 처리현황 등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공제사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목돈 ‘인질’ 삼아 직장갑질… 근로조건 악화, 허위등록까지
‘내일채움공제’ 제도는 중소·중견기업 우수인력 유입, 핵심인력 장기 재직, 노동자 자산형성을 목적으로 일정 기간 공제에 가입한 노동자에게 적립금을 지급하는 정책으로 만기 시 본인이 불입한 금액의 3~4배 이상을 만기공제금으로 받을 수 있으며, 청년내일채움공제,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내일채움공제의 세 가지 제도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내일채움공제 누적 가입자는 △청년내일채움공제 47만9336명(2016년~2021년 7월, 2, 3년형 통합),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12만5173명(2018년~2021년 7월), △내일채움공제 6만6717명(2014년~2021년 7월)로 총 67만1226명이었다.

하지만 중도해지율도 높은데 34세 이하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의 경우 2016년7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중도해지율이 23.4%에 달했다. 2년만 채우면 목돈을 받을 수 있는데 청년 4명 중 한 명이 중도에 회사를 떠난 것.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관련 제보들을 보면 청년들이 회사를 떠난 이유를 알 수 있다.

내일채움공제 사업들이 중소/중견 기업 노동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직장갑질119 제보를 보면 내일채움공제를 악용해 갑질과 불법을 일삼는 사업주가 적지 않았다.

직장내괴롭힘을 당하고 있지만 청년공제 기간을 채우기 위해서 신고를 미루고 있는 사례들이 많았다. 신고에 대한 불이익 조치 규정도 있고,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는 경우 사업장 귀책사유로 퇴사도 가능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인정이나 불이익 조치 입증 문제를 개인이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퇴사 이후로 신고를 미루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퇴사 이후 괴롭힘 신고는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제재가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청년공제제도가 직장내괴롭힘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내일채움공제 신청에 따라 적립되는 정부지원금과 기업의 지원금을 이유로 노동자에게 급여 삭감을 강요하고, 징계과정에서 차별을 하는 등 일방적이며 부당한 근로조건의 저하를 강요하는 사례들도 있었다. 공제기간 이후에 노동자가 받게 되는 공제금을 ‘공돈’인 것처럼 여기고 노동자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들이다.

정부지원금을 받을 경우 인위적인 인원조정이 어렵다는 것을 악용해 정부지원금을 받고있는 노동자에게 자진 퇴사를 강요하는 사례들도 있었다. 정부지원금은 기업의 우수인력 유입, 장기근속, 고용창출 등을 목적으로 하기에 인위적인 인원조정을 해서는 안 된다는 감원방지의무를 지게 된다. 회사는 사용자 귀책사유로 노동자와의 고용 관계를 종료하면서도 다른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해 노동자에게 자진 퇴사를 강요하는 경우다. 사용자의 압박에 못 이겨 사직서를 제출하는 경우. 자진 퇴사가 되기 때문에 부당해고 여부를 다툴 수 없고,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다.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계약할 의사가 없었던 사용자가 정부지원금 제도를 신청하기 위해 근로계약 내용을 허위로 작성하여 신고하는 사례들도 있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신청하려면 표준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첨부해야 하고, 고용장려금을 신청하려면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을 증빙해야 한다. 정부지원금 제도가 요구하는 범위 내에서 서류를 구비하지만, 이는 형식적인 것일 뿐 이면계약을 통해 실제 노동조건은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사례들이다.

회사가 사후적으로 자진퇴사로 처리하는 사례들도 있었다. 즉 권고사직 등 인위적으로 인원조정을 했음에도, 실제 고용보험 피보험자격상실 신고는 자진 퇴사로 하는 등 이직 사유를 허위로 신고하는 것이다.

익명신고센터 설치·사용자 입증책임 강화·예방교육 절실

직장갑질119는 내일채움공제 악용을 막기 위해서 내일채움공제 신고 절차를 마련하고 신고센터에 신고가 접수되었다는 이유로 사용자가 피해(신고)자에게 대한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지원받는 정부지원금 환수 △향후 3년간 정부지원금 신청 제한 △상습적이고 심각한 갑질의 경우 명단 공개 등을 추진하여 피해자가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도해지나 공제금을 신청하는 경우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노동자도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양측의 사실관계가 다른 경우 상대적으로 관련 자료를 더 가지고 있는 사업주가 입증책임을 부담하도록 해야 하고, 내일채움공제 가입 노동자에 대한 직장갑질 예방 방안으로 기업과 노동자에 대한 교육 의무화, 내일채움공제 사업 담당자들의 역량 제고 필요성도 제기됐다.

직장갑질119 임혜인 노무사는 “내일채움공제 제도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이지만, 악덕 사용자들 때문에 직장갑질의 족쇄로 악용되고 있다”며 “정부가 익명신고센터를 만들고 내일채움공제를 활용하는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통해 악용사례를 근절시켜야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웅래 의원은 “청년들의 희망이어야 할 내일채움공제가 오히려 고통과 절망을 주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정책의 부작용”이라면서,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당사자에게 와닿지 않는 정책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감사를 통해 진상을 파악하고, 노동부에게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겠다”고 개선의지를 밝혔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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