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환경운동연합 “가로수 바꿔심기 업무처리 절차 무시”
월드컵4강로· 염화로 30년넘는 110여그루 무참히 베어져

월드컵4강로 베어내기 전후. 광주환경연합 제공
월드컵4강로 베어내기 전후. 광주환경연합 제공

주택재건축사업이 진행 중인 서구 염주주공아파트 주변의 가로수가 지난 27일과 28일 무참히 베어졌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은 이곳 나무들은 재건축 승인 시엔 이식으로 허가났는데, 막상 공사에 들어가자 방침을 바꿔 ‘제거’해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재건축조합과 허가권자인 서구청이 관련 조례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8일 광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월드컵4강로와 염화로의 메타세콰이어와 은행나무길은 1987년 도로 개설과 함께 식재됐다.

이 중 흉고직경 80cm~20cm, 수고 7~8m에 달하는 메타세콰이어 56주와 염화로 은행나무 62주가 최근 베어진 채 밑둥만 남겨졌다. 30년 동안 주민들에게 그늘을 주고, 마을 풍경의 일부로 자리한 수목들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

광주환경운동연합은 “당초 염주주공 재건축사업 승인 시엔 도로 확장을 위해 메타세콰이어와 은행나무 가로수를 이식할 계획이었다”면서 “그러나 지난 10월 재건축조합은 가로수를 모두 제거하고 이팝나무로 교체하겠다고 서구청에 협의를 요청했고, 서구청은 이를 허가했다”고 적시했다. 재건축조합의 협의 요청과 서구청 허가는  10여일만에 일사천리 진행됐다.

광주시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비해 가로수들이 함부로 베어지지 않도록  ‘가로수 관리 조례’(광주광역시 도시림·생활림·가로수 조성 및 관리조례)를 제정·시행하고 있지만, 이번엔 무용지물이었다.

2019년 제정된 ‘광주광역시 도시림 등 조성·관리계획’은 가로수의 무분별한 제거를 막기 위해 ‘가로수 관련 업무 처리 절차’가 규정돼 있다. 이에 따르면 가로수를 제거·교체할 때는 ‘도시림 등의 조성·관리 심의위원회’ 심의를 상정한 후 실행토록 하고 있다.

염화로 베어내기 전후. 광주환경연합 제공
염화로 베어내기 전후. 광주환경연합 제공

그러나 "서구청은  ‘가로수 관련 업무처리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채, 가로수 제거에 동의했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서구청은 '광주광역시 도시림·생활림·가로수 조성 및 관리 조례' 제13조(바꿔심기 및 메워심기) 제3항에서 가로수 바꿔심기를 할 경우, 시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였으나, 같은 조례 제25조에서 이에 대한 승인권한을 자치구청장에게 위임하도록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염주주공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지구 내 가로수는 바꿔심기가 아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가로수 관련 조례 제17조(관리청 외의 자의 조성 등에 관한 승인) 및 보·차도 등 다른 법률에 의해 적법한 가로수 옮겨심기 대상으로서, 같은 조례 제18조에 의하여 원인자부담금 436만 원을 세외수입금 고지하여 납부한 상태라고 밝혔다.

광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가로수 이식 방안, 도로와 가로수가 공존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면서 “주민 의견의 청취와 광주시의 ‘가로수 바꿔심기 업무절차’로 심의위원회 상정도 하지 않은 채 가로수 제거를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언제까지 가로수를 함부로 베어낼 것인가? 오랜 기간 지역의 정체성과 상징성을 갖고 있는 가로수가 함부로 베어지지 않도록 한 가로수 관리 절차는 왜 이행되지 않는 것인가?”라며 따져 물으며 “도심 가로수가 함부로 베어지는 현 상황에 대해 전반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어 “지금 광주시 곳곳에서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진행 중”이라면서 “허가받을 때는 이식하겠다고 해놓고 막상 허가 이후 가로수 제거로 변경 협의하는 사례가 비단 염주주공뿐인지, 광주시 전역의 개발사업에 대한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 승인시 가로수 이식의 조건이 실행 단계에서 제거로 변경되는 상황, 가로수 바꿔심기 업무처리 절차가 무시되는 상황에 대해 광주시의 철저한 조사를 주문한다”고 밝혔다.

권영웅 기자 nicev@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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