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초 진행한 이정선 교육감 신년 기자회견의 후일담을 뒤늦게 접했다. 교육감은 “시의회, 2곳의 강성 시민사회단체, 2곳의 강성 교직단체와 상대하기가 버겁다”며 기자들에게 호소하였고 “관련 단체들과 소통을 통해 절충점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사실 ‘강성’이란 표현은 우리사회에서 썩 긍정적인지는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노총을 강성 노조로 표현함으로서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시켜 범죄 집단화시킨 것처럼, 이정선 교육감이 강성 단체를 개수로 공표한 것은 특정단체를 옥죄거나 배제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 전임교육감 시기에 광주시교육청 각종 위원회에 참여했던 교육 단체 관계자들이 이정선 교육감 취임 이후 임기가 만료되자 물갈이되기도 했는데, 관련 조례 개정 등 시의회 승인을 받지 않고 광주교육시민참여단(전임교육감 상징)을 서둘러 해체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교육감이 호소한 ‘강성’ 단체란?

 물론 기관장 정책 추진의 손과 발이 되어줄 내부 인사들에 대한 인사권은 존중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각계 전문성과 경력을 가진 외부 인사마저 정치색을 입혀 교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어떠한 비판도 수용하지 않고 거수기 역할만 요구되는 위원회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정선 교육감이 강성 단체를 손꼽아 제시할 정도로, 취임 이후 1년을 돌이켜보면 교육 단체들에게 호된 신고식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학교비정규직노조, 교원단체 등 현장 소통 부족으로 교육감 1호 공약인 방학 중 무상급식 사업 추진이 중단된 것을 시작으로, 각계 교원단체들이 공익감사 청구(교육공무원 인사 및 개방형 감사관 채용 비위, 감사처분 미이행 사학법인에 대한 미조치 등)를 제기하여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으며, 이 중 감사관 채용 비위의 경우 이정선 교육감, 교육청 간부 등을 직접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사태로 이어져 망신을 산 적이 있다.

 현재도 교육 단체들이 광주시교육청을 상대로 여러 건의 공익감사를 청구하여 감사원이 조사 중에 있는데, 교육 단체들이 교육청 사업부서 뿐만 아니라, 조사의 독립성이 보장된 감사관실마저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정선 교육감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교육 단체의 강경 대응을 통해 이정선 교육감을 보수 성향으로 몰아가는 거 아니냐며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교육 현안의 경중을 떠나서 교육 단체의 따가운 질책에 대해 광주시교육청이 소통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을 드리고 싶다.

 ‘학생들의 인권보장을 통해 삶을 지키자’며 정규수업 이외 교육활동 기본 계획 수립을 촉구하는 일인시위를 광주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200일 진행했지만, 눈길 한 번 안주는 게 광주시교육청의 불통 상징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단체들의 각종 면담 신청은 매번 불허되고 있다.

 색안경 벗지 않으면 왜곡 틀 못 깨

 간혹 광주시교육청 간부들이 연락을 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밥 한 끼 먹자’는 수준에 머물고 있으니, 불분명한 목적의 만남에 대해 교육 단체가 거부감을 갖는 것은 물론이고, 이정선 교육감의 소통도 결국 정치적 행보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난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아직 소통의 불씨가 남아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지난 1월24일 학교 스마트기기 활용 방안 마련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는데, 이정선 교육감 취임 이래 처음으로 갈등 사안에 대해 교육청, 교육 단체가 공개적으로 소통하는 경험을 가졌기 때문이다.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고 학생 중심의 교육을 실현하자는 교육 단체와 광주시교육청의 공동 목표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다만, 색안경을 끼고 교육 단체를 강성으로, 이정선 교육감을 보수로 규정한다면 조직의 목표는 왜곡되게 보이고, 앞으로의 소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상임활동가)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