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청일의 독서일기] (50) 난 두렵지 않아요, 프란세스코 다다모
필자는 그동안 책을 읽고 조금씩 메모해 온 내용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토론'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내용은 책 소개와 정리, 간단한 소감, 또는 깊이 있는 분석과 평가 등 책에 따라 달라진다. 읽기 편한 대화체 형식으로 서술하고 1차 목표는 100권이다. 100권을 쓸 수 있게 만드는 힘은 독자들과의 건강한 토론이라 믿고 있다-<편집자주>
독서일기를 연재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했던 건, ‘의미’였습니다. 쓰려고 하는 이 책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그게 분명하다, 당대의 의미가 현재 오늘의 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어떻게’ 구체화할까.
고민하다 보니 의미를 몇 개 분야로 나누게 되었습니다. 어린이청소년도서, 페미니즘 소설, 한국문학, 세계문학, 기타로.
두 번째는 ‘읽기’는 좋았는데, ‘쓰기’는 망설여지는 책들. “망설여지는 책”이란 ‘쓰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개인적으로 모든 책은 어떤 차원에서라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의미를 ‘나만의 의미’로 읽어 낸 후, ‘메시지’를 담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읽기’는 재미있었는데, 막상 ‘쓰기’를 고민하다 보면 쉽지 않은 책들. 이런 이유로 어렵고, 저런 이유로 어려워서, 그럼 좀 보류할까, 하는 책도 있고, 아니, 이건 안 되겠다, 싶은 책도 있습니다.
프란체스코 다다모의 ‘난 두렵지 않아요’ 책이 그랬습니다. 21세기에도 전 세계적으로 폭넓게 진행되고 있는 아동노동의 끔찍한 현실에 대해서, 이크발과 아이들을 조금만 상상해 보면, 더 나아가 관련 기사들을 읽어보면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돌을 쪼개고, 벽돌을 나르고, 방직기 앞에서 천을 짜고, 밭을 일구고, 공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짓눌려오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어떤 맥락으로, 어떤 의미를, 어떻게 전달할까, 하는 고민은 쉽게 풀리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쓰고 싶은 ‘전태일 평전’과 겹치는 거 같고, 우리의 현실에 막상 적용하기가 쉽지 않을 거 같기도 하고.
그런데 황망하고 현실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비상계엄’, 이어지는 ‘대통령 탄핵’, 그리고 또 이어지는 ‘국무총리 탄핵’, 헌정 사상 초유의 ‘대행의 대행’이 현실화되고 있는 현실. 하지만 ‘국정 정상화를 위한 협의’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개헌 논의’보다, 여야 가리지 않고 서로를 ‘적’으로, 당내 건강한 이견자/이견그룹을 ‘배신자’로 낙인 찍어 공격하는 모습.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당내 민주주의와 이 땅의 민주주의뿐 아니라,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좌표찍고’, ‘신상털고’, ‘낙인찍고’, ‘창피주고’, ‘가짜뉴스 만들고’, ‘인터넷 조리돌림하고’, ‘악마화하는’, 중세의 마녀사냥보다 ‘더 끔찍하고 폭력적인’ 21세기 현대판 마녀사냥이 일상화된 현실이, 끔찍하게도, 상상하기도 힘든 ‘폭력적 상황’을 초래하면서, 생각보다 오래 가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책꽂이에 꽂혀 있던 ‘난 두렵지 않아요’ 제목이 눈에 들어오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 한쪽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머릿속에 ‘쓰기’가 구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크발과 작가, 책 소개
이크발 마시(파키스탄, 1983~1995.4.16.)는 4살 때 부모님의 빚 때문에 팔려 카페트 공장에서 일당 1루피에 하루 10시간 이상 일했답니다. 결코 빚을 갚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는 두 번이나 탈출을 시도해 성공하고는 노예노동해방전선 전단지를 보고 그곳을 찾아가 2년 동안 교육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이후 노예 노동 근절을 위해 활동하였는데 그의 노력으로 1만 명의 어린이들이 노예 노동에서 해방되었고, 어린이카페트노동자협회 회장으로 활동하였습니다. 하지만 1995년 4월 16일 괴한이 쏜 총을 맞고 12살의 나이에 사망하게 됩니다.
이후, 2000년에는 어린이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 어린이상” 첫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2022년에는 파키스탄 대통령으로부터 파키스탄 시민이 받을 수 있는 두 번째로 높은 훈장인 ‘시타라에슈자트’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이크발 마시, 나무 위키).
오늘날 이크발 마시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폭력과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해방을 위한 투쟁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작가 프란체스코 다다모는 이탈리아 사람입니다. 그는 파키스탄을 가 본 적도 없고, 이크발을 만난 적도 없습니다. 그는 오직 신문과 자료로만 이크발을 접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세계 많은 사람이 이크발을 기억해주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이크발에 대한 기억을 새롭게 하기 위한 조그마한 증언이랄까 이바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재탄생한 이크발, 그러나 작품 속 등장인물들인 파티마와 살만, 마리아, 꼬마 알리 등은 작가가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들입니다. 하지만 작품을 읽다 보면 이크발의 주변에 그와 같은 어린이들이 있었을 거라는 작가의 말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실존 인물과 가공 인물들의 삶과 활동을 읽다 보면, 새삼 “문학의 위대함”을 느끼게 됩니다. 온전히 작가의 능력으로 빚어낸.
작품은 이크발과 함께 카펫공장에서 일했던 ‘파티마’가 지금은 오빠와 동생과 함께 이탈리아로 불법 이민을 하여 조심스럽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이크발을 회상하며 풀어내는 이야기입니다.
이탈리아, 미국, 프랑스, 스페인 등 세계 각국에서 번역 출간되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1998년 드라마로 방송되기도 하였습니다. 한국에서는 2002년 주니어랜덤 출판사에서 출판하였고, 2022년 재판이 발행되었습니다.
현대판 노예, 아동노동
작가는 작품이 끝난 뒷부분에 <이야기를 마치고>를 실었는데 일종의 ‘부록’ 정도가 되겠습니다. 이곳에서 여러 권의 책을 통해 전 세계 아동노동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초판이 한국에서는 2002년에 발간되었는데 그 후로 20여 년이 지났으니, 통계도 달라졌겠지요. 인터넷의 자료들을 함께 참고하여 중요 내용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아동노동은 ‘최소연령’ 이하의 어린이에 의한 노동을 말하는데, 국제 조약과 노동 종류에 따라 15세, 18세 등 기준이 달라집니다. 한국은 15세 미만을 기준으로 잡고 있습니다(아동노동, 나무 위키).
2002년 국제노동기구(ILO)는 6월 12일을 ‘세계 아동 노동 반대의 날’로 제정했습니다. ILO와 유니세프 공동의 ‘세계아동노동 현황 조사 결과(2020년)’에 따르면, 약 1억 6000만 명의 아동이 노동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 5-17세 아동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수로 아동 10명 중 1명이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셈입니다(초록우산 홈페이지).
어린이 노동자는 2000년 초반까지 약 2억 5000만 명으로 보고되었으니, 약 1/3 정도가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동노동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선진국에서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4년 1월 14일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미 노동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2023년 1-9월 미국에서 적발된 아동 노동법 위반 사례의 3/4 이상이 식품 서비스 업계에서 나왔다고 합니다(연합뉴스, 2024.1.15.). 2023년에는 뉴욕 타임즈가 미국 산업계에 만연한 이주민 아동 노동을 집중 조명하는 기사를 보도하면서, 아동노동 스캔들이 미국 전역을 강타하기도 했습니다(IMPACT ON, 2023.3.17.).
21세기 현대 사회인데도, 왜, 아직까지 열악하면서도 폭력적인 아동노동이 존재하는 걸까요? 작가는 작품 후반부에 이탈리아 아동 노동 연구 보고서의 내용을 언급하면서, 다음의 주장을 인용합니다.
“아동노동은 단순히 낡은 공동체의 유산이 아니다. 가난한 나라에도 부자 나라에도 이런 어린이들은 존재한다. 그들은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라 ‘서방 세계에서도 제3세계에서도’ 불가피한 존재들이다. 어린이들은 이윤이 유일한 기준이 되는 상황, 끝없는 경쟁이 발전의 기준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의 산물이다.”
빚을 물려받은 아이들
“그렇다. 난 이크발을 안다. / 너무 추워서, 너무 피곤해서 잠이 깨는 이런 밤이면 종종 나는 이크발을 생각하곤 한다.”
작품의 시작입니다. 서술자인 파티마는 열여섯, 혹은 열입골 살인데, 오빠, 남동생과 함께 이탈리아에서 이민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남동생 하산과 함께 착한 이탈리아 주인 부부 집에서 청소하고 시장 보고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합니다.
발각되면 추방되겠지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해야 했던 파키스탄에 비하면 노예가 아니라, ‘자유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자유스러움을 통해 꿈 속에서 이크발을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자신에게 이크발은 “자유와 같은 인물”이었으니. “내 인생에 단 하나뿐인 자유에의 꿈.”
파티마는 10살 때 후사인 칸의 집으로 와 방직기 앞에 서서 발목을 쇠스랑으로 채운 채 카펫을 짰습니다. 해가 뜨면 방직기 앞에 서서 잠깐 쉬는 것도, 말을 하는 것도, 한눈을 파는 것도 금지된 채 오로지 수천 개의 북만 쳐다보며 자신의 카펫의 도안에 맞는 실을 골라 카펫을 짰습니다. 한 시간의 점심 시간이 지나면 다시 방직기 앞에서 저녁이 될 때까지 일을 했습니다. 주인인 후사인 칸은 하루 일한 대가(1루피)로 파티마의 칠판에 그어져 있는 금을 하나 지워주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면 1루피를 주지 않습니다. 그럼 칠판의 금을 지우지 않습니다. 그래서 3년이 지나도 칠판의 금은 모두 사라지지 않습니다. 빚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거지요.
다른 아이들의 처지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고향도, 가족도, 집도, 들판도, 소와 병아리, 축제 때 먹었던 과자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이미 오래된 기억처럼, 자신들이 짜고 있는 색이 바랜 카펫처럼. 그런데 그해 봄날, 이크발이 찾아옵니다. 이크발과 함께 ‘자유’도.
여러 카페트 공장을 옮겨다니며 일하던 이크발은 10살 때 파티마가 일하고 있는 공장으로 옵니다. 이크발의 아버지는 종일 밭에서 일만 하시는 착한 분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이크발의 큰형이 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빚을 져 큰형을 치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동생이 대신 갈 수도 있었지만, 이크발은 자신이 가겠다고 하여 카페트 공장에 팔리게 된 거지요.
이크발은 그곳의 동료들에게 일하면서 깨달은, 빚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반드시 이곳에서 나갈 수 있다는 말을 합니다. 모두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만 보이고, 꿈과 희망이라는 낱말은 ‘금기어’가 되어버린 작업장의 현실에서, 이크발은 유일한 방법은 ‘탈출’이라고 말합니다. 그날 이후 파티마와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달아난다’는 말이 떠나지를 않습니다.
이크발의 저항과 아이들의 연대
작품을 읽으면서 감동스런 장면을 메모하고 라벨로 붙여놓는데, 그중 가장 감동스런 두 장면이 있습니다. 책을 다 소개하면, 독자 스스로 ‘읽기’ 과정에서 얻어지는 ‘즐거움’을 빼앗을 수 있기에, 의미있는 두 장면을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첫 장면. 공장주 후사인 칸과 여주인이 공장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맞이하기 위해 아이들 발목에 채워진 쇠사슬도 풀어주고, 아침 식사로 맛있는 음식도 내줍니다. 한쪽에 줄 서 있으면 후사인 칸은 아이들을 자신의 제자들이라 소개하고, 이곳에서 기술을 익히면 배고픔과 가난에서 벗어날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때 이크발은 아이들과 함께 줄 서 있지 않고, 자신의 방직기 앞에 서 있습니다.
“이크발은 자기가 일하는 자리 옆에 서 있었다. 이크발 뒤로 카펫이 있었다. 꽃무늬가 복잡하게 그려진 생전 처음 보는 하늘색 카펫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해 보였다. 이크발은 그 카펫의 3분의 1 정도를 짜 놓았다. 그는 다른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훌륭하게 일을 했다. 외국인들은 그런 카펫을 보면 정신을 잃을 것이다. …. 이크발은 실을 자를 때 쓰는 칼을 들고 있었다. 그가 칼을 머리 위로 높이 들었다.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카펫을 정확히 반으로 잘랐다. …. 후사인 칸이 상처 입은 돼지처럼 울부짖었다. 여주인도 소리를 질렀다. …. 그들이 달려와 칼을 빼앗기 전에 이크발은 다시 두 번 더 카펫을 찢었다. …. 그들이 이크발의 팔을 잡고 마당으로 끌어냈다. …. 이크발이 돌투성이 마당에 동댕이쳐져 무릎이 다 까지고 팔이 우물가에 부딪히는 것이 보였다.”
두 번째 장면. 말도 못한다고 생각했던 어린 마리아가 주인 몰래 ‘연’이 담긴 카펫을 짜고 있었던 일. ‘연’은 이크발과 아이들이 자유를 찾으면 밖에서 함께 ‘연날리기’를 하자고 했던 ‘자유’의 상징이었습니다.
이크발이 두 번째로 지하 감옥같은 ‘무덤’에 갇혀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일주일이 다 되어가고, 아이들은 무력감만 깊어지면서 이크발이 죽을 거라고 절망하던 그때. 모두 휴식을 취하는 성금요일인데도 후사인 칸은 그동안 아이들이 일했던 걸 검사하기 위해 공장을 돌며 카펫을 살펴봅니다. 그런데 어린 마리아 앞에 선 후사인 칸은 ‘연’을 짠 그림을 앞에 두고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너도 무덤 행이야!”를 외칩니다. 그러자 아이들이 취한 행동이 참으로 감동스럽습니다.
“후사인이 마리아 쪽으로 자기 다리를 뻗었다. …. “마리아를 보내려면 ….” 살만이 목소리를 떨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말했다. “그렇다면 저도 보내 주세요.” …. “오, 세상에.” 모하마드가 말했다. 그는 곧 감동을 했고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러면 나… 나… 나도….” “계속해!” 뒤에서 다른 아이들이 용기를 주었다. “나… 도 보내 주세요.,” 모하마드가 아주 어렵게 말을 마쳤다. …. 잠시 후 우리 모두가 손을 들었다. 그리고 소리쳤다. “나도 보내 줘요! 나도 보내 줘요!” 꼬마 알리도 언제나처럼 내 치마 뒤에 숨어서 소리쳤다. …. 결국 후사인은 달아나고 말았다. …. 한 시간 뒤 이크발은 다시 우리들에게로 돌아왔다.”
난 두렵지 않아요!
탈출에 성공하고 아이들과 함께 자유를 찾은 이크발은 노예노동해방전선에서 교육을 받습니다. 그리고 자신처럼 노예 노동을 하고 있는 아이들의 해방을 위해 활동하고 싶다고 스스로 길을 정합니다. 그러나 그 길은 너무도 위험합니다. 해방전선본부 앞에서는 구타가 발생하고, 시장에서 연단을 만들어 노예 노동을 철폐하자고 외치면, 집단 폭행이 일어나고, 심지어 본부에 폭탄을 터트리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크발은 다른 카펫 공장에 침투하여 아이들과 만나고 공장주를 고발하여 아이들을 해방시키는 일을 멈추지 않습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뛰어든 현장이라지만, 과연 두렵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이크발은 벽돌공장에 몰래 잠입하여 인터뷰를 하다 주인이 총을 쏘며 쫓아내던 그날 밤, 파티마에게, 실은, 많이 두려웠다고, 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달라고 합니다.
인간도,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는 위험 앞에 늘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 두려움이 너무 거대하다고 느낄 때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커다란 절망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해방전선 본부에서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던 이크발은 스스로의 의지로, 어른들의 회의와 토론에 함께 했고, 어른들이 할 수 없는 여러 일들을 훌륭하게 해 냈습니다.
작금의 현 정세도 그렇지만, 다가오는 2025년에도 국내외 정세가 심상치가 않습니다. 자기 당과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우며 ‘나’, ‘나-우리’만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윽박지르는 거대한 힘 앞에 어떤 반론과 협상, 타협, 설득과 토론은 존재하지 않는 현실. 국내와 한반도, 세계적으로 상상하지도 못할 ‘폭력적 상황’이 발생할 거만 같고, 그럼에도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이에 맞는 ‘도덕’을 함양하고 ‘향상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노력들은 너무도 미미한 현실.
가끔, 전태일 열사와 윤상원 열사가 다시 살아 돌아온다면, 지금의 현실에서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할까, 묻곤 합니다. 그런 질문을 이크발에게도 던져봅니다. 이크발이 살아 돌아온다면 그는, 지금의 현실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까요?
이크발 마시의 ‘난 두렵지 않아요’라는 외침이, 그래서 필자를 부끄럽게 합니다. 먼 훗날, 지금을 돌아볼 때, ‘어쩔 수 없었어’, ‘불가피했어’라는 말 대신, ‘다른 길’과 ‘다른 선택’이 있었음을, 충분히 사고할 수 있을 것이기에, 부끄러움을 안고, 오늘 하루도 여러 모색을 하게 됩니다. 여전히 부끄럽지만요.
백청일(논술학원장)
■ 참고문헌
난 두렵지 않아요, 프란체스코 다다모, 주니어랜덤, 2002.
“미 패스트푸드 기업, 인력 부족에 ‘아동노동법 위반’ 온상지로”, 연합뉴스, 2024.1.15.
미국 뒤흔든 아동노동 스캔들, IMPACT ON, 2023.3.16.
세계 아동노동 반대의 날: 아동에게 어린 시절을 돌려주세요!, 초록우산 홈페이지, 2024.6.7.
아동노동, 나무 위키.
이크발 마시, 나무 위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