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곡뮤지엄 오는 6월까지 ‘안중근 유묵 특별전’
‘끽소음수락재기중’…옥중 남긴 친필 유묵 공개
1945년 8월 15일, 모두가 바라고 고대했던 해방의 날. 그로부터 80년이 지난 올해, 우리 사회는 극심한 정치 혼란에 빠져있다. 어지러운 시국 속 나라의 진정한 평화와 독립을 위해 싸웠던 안중근 의사의 미공개 유묵이 공개됐다.
감옥에 갇혀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도 남은 이들을 위해 삶의 가치와 조국을 향한 의지를 전하고자 쓰인 안중근 의사의 유묵이 혼란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오늘날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광주 동곡뮤지엄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지난 1일부터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 유묵 특별전’을 선보이고 있다. 안중근 의사의 깊은 정신세계와 동양 평화에 대한 그의 신념을 엿볼 수 있도록 마련됐으며 전시는 오는 6월 29일까지 진행된다.
‘유묵(遺墨)’이란 생전에 남긴 글이나 그림을 일컫는다. 안중군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조국의 독립과 동양평화를 염원하며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체포됐다. 뤼순 감옥에 갇힌 그는 사형선고를 받아 이듬해 3월 26일 순국했지만 그 시간 동안 자서전이나 동양평화론 등의 글을 남겼다.
그가 남긴 유묵은 단순한 글씨에 그치지 않고 독립 정신과 동양 평화 사상이 단긴 혼의 기록으로 평가받고 있다. 몇 점의 유묵이 남아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우리나라 문화재로 지정된 유묵은 30여 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던 안중근 의사의 친필 유묵 ‘끽소음수락재기중(喫蔬飮水藥在其中)’이다. “나물 먹고 물 마시니 그 속에 즐거움이 있네”라는 뜻의 이 글은 평화로운 세상에서 소박한 삶을 갈망했던 안중근 의사의 내면세계를 잘 나타낸다. 또한 글 아래 찍힌 안중근 의사의 손바닥 낙관이 그의 결연한 의지를 전한다.
이 유묵은 가로 52㎝, 세로 212㎝ 크기로 115년 전 작품임에도 보관 상태가 좋아 자료적 가치가 크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됐었으나 국내 한 소장자가 다시 국내로 들여와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안중근 의사의 삶과 동양 평화 사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 유품·서적 등 30여 점도 전시됐다. 순국 당일 어머니가 직접 지어주신 수의를 입고 찍은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비롯해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다룬 만조보, 거사 당일 행적이나 유언 등을 정리한 글 등이 있다.
정영현 동곡뮤지엄관장은 “이번 전시는 단순히 안중근 의사의 삶과 업적을 들여다보는데에 그치지 않고, 그의 정신과 사상을 통해 오늘의 우리를 돌아아보고 미래를 향한 평화와 화합의 길을 모색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도 안중근 의사의 유해는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의 유해가 묻혔을 곳으로 추정되는 곳은 있지만 발굴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우리 군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해 달라”는 그의 마지막 유언은 순국 115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이뤄지지 못했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