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양숙현·임용현 전시 개막
1전시실 뉴미디어아트특화전 ‘사변적 물질들’
3·4전시실 ‘Post Genesis: 새로운 연대’ 선봬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이 이달 13일부터 오는 6월 15일까지 동시대 기술로 현대 사회의 면면을 들여다본 다채로운 미디어아트 전시들을 선보인다.
먼저 뉴미디어아트특화전으로 마련된 양숙현 개인전 ‘사변적 물질들’을 G.MAP 제1전시실, 1층 로비, 외부 미디어파사드월에서 진행한다.
양숙현 작가는 기술 환경 안에서 발생하는 감각과 경험, 데이터와 물질의 상호 작용, 기술적 오류의 창의적 활용 등을 주제로 활발히 활동해온 작가로, 이번 전시를 통해 3D스캐닝, VR모델링,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의 동시대 기술을 활용한 9개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명인 ‘사변적 물질들’은 인간 중심적 사고를 넘어 세계와 사물의 독립적 실재를 탐구하는 흐름을 지닌 철학적 사조 ‘사변적 실재론’에 기반하고 있다. 인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물질성에 주목해 인간 또한 생태계의 일부이자 물질이라는 인식에서 비롯해 비인간존재, 인공지능 등 인간 외부대상을 전과는 다른 관점인 사변적 관점으로 이해하려 한다.
작가가 말하는 ‘사변적 물질’은 알고리즘의 시대 기술 환경 내에서 발생하는 글리치와 에러에서부터 읽어내거나 정의하기 모호한 일련의 정보, 더 나아가 다중 매트릭스에 의해 합성되는 인공지능의 정보까지도 포괄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이번 전시 대표작인 ‘OOX 2.0_지구물질인간존재도를 위한 어플리케이션’(2024)은 서양 중심의 기술 발달로부터 터부시돼온 동양 철학에 주목해 인공지능의 시각으로 인간을 물질적 존재로 해석해 보는 참여형 작품이다. 관람객들은 본인의 생년월일을 입력해 즉각적으로 펼쳐지는 인공지능에서 생성된 시와 다채로운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이와 함께 광주·전남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인 임용현 초대전 ‘Post Genesis: 새로운 연대’를 G.MAP 제3, 4전시실과 미디어파사드월에서 선보인다.
임용현 작가는 영화 및 방송 제작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디어가 지닌 양면성과 디지털 시대가 초래한 사회적 변화를 탐구하며,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는 작품 세계를 구축해오고 있다. 특히 3D 프로젝션 맵핑, 인터랙티브 영상,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미디어 기법을 통해 기술 발전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사회와 개인의 인식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다층적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는 기술과 문명의 발전이 초래한 사회적 변화와 그 이면을 세 가지 주요 주제로 나누어 선보인다. 먼저 미디어의 양면적 특성을 탐구한 작품들이다. 스마트폰, CCTV, 위성 등 사회의 감시 시스템을 시각화한 인터랙티브 영상 작품 ‘달콤한 트루먼’(2021)과 정보 과잉 사회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는 허위 정보의 거대한 흐름을 태풍에 비유한 설치 작품 ‘태풍(2025)’ 등이 있다.
다음으로 기술 발전이 현대인의 노동 환경과 소비 문화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조명한다. ‘Apple Consume’(2019)은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사과가 끊임없이 생성되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현대인이 미디어 속에서 정보를 소비하는 과정이 중독적이며 일시적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No More 9 to 6’(2025)은 물리적으로 업무 공간에서 벗어나 있음에도 미디어를 통해 24시간 업무와 연결되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기술이 노동과 여가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 현실을 날카롭게 조명한다.
끝으로 기술 문명이 초래한 환경 위기를 반성하고 인류 이후의 새로운 시대를 상상한다. ‘아나스타시스 생존기’(2025)는 인간의 자원 착취와 환경 파괴로 인해 인류가 사라진 이후 지구가 스스로를 회복하며 새로운 생태계와 균형을 형성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와 연결된 ‘ANASTASIS: The Silent Revival’(2025)은 VR 체험 작품으로 관람객은 인류가 사라진 지구를 직접 탐험하며 폐허가 된 도시와 무생대의 시간을 지나 인류를 대신한 ‘프라즈마 소울 나노봇’과 조우하게 된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