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10주년 기념 첫 전시 ‘애호가 편지’
국민 음악 ‘트로트’ 재해석한 작품들 눈길
지직거리는 라디오 소리, 원색의 불빛, 흥겹게 춤을 추는 사람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첫 전시 소재는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상징인 ‘트로트’였다. 레트로한 분위기와 어우러지는 다양한 형태의 설치 예술과 미디어아트 작품들이 다양한 세대의 눈길을 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지난 22일 복합전시2관에 트로트를 소재로 한 전시 ‘애호가 편지’를 개막했다. ‘애호가 편지’는 1900년대 초 팬레터를 이르던 말로, 트로트만이 가진 감성과 의미를 다채로운 예술 작품에 실어 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겼다.
옛 것의 이미지가 강했던 트로트는 2000년대 들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젊은 트로트 가수들과 아이돌 가수들의 트로트 음반이 대중의 호응을 받았고,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며 그야말로 전성기에 이르렀다. 세대간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대중음악 형태로 자리잡고 있는 트로트 열풍 속에 ACC가 선보이는 전시가 주목된다.
이번 전시 작품은 총 14종으로 한국·베트남·인도네시아·일본·캐나다 등 5개국 13팀의 작가가 참여해 두 개의 주제로 나눠 선보인다. 첫 번째 주제인 ‘트로트와 도시 소리 풍경’은 트로트에 담긴 도시민의 삶을, 두 번째 주제인 ‘경계를 넘나드는 아시아 뽕짝’은 트로트와 아시아 대중음악의 연계를 살펴본다.
25일 찾은 전시장은 흥겨운 뽕짝 멜로디와 함께 옛 다방스러운 꽃무늬 패턴이 먼저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어쩌면 촌스러운(?) 인상이지만 각 방마다 작가들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트로트’가 다양한 형태로 경험해볼 수 있었다.
먼저 ‘트랜스로컬 댄스 마차’는 장터와 길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이동형 사운드 시스템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의 트로트와 태국의 모람, 베트남의 비나 하우스, 필리핀의 부둣 등 아시아 음악을 재조합할 수 있도록 한 작품이다. 북, 기타, 피아노 등 여러 악기의 리듬을 조합해 나만의 음악을 만들어 볼 수 있다.
‘딴따라-딴따’는 트로트가 가진 정서를 기하학적인 패턴과 리듬으로 해체해 표현했다. 강렬한 원색의 색감과 화려한 패턴이 ‘트로트’라는 음악 장르를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또 ‘변 천사 별곡’ 작품은 과거 운영되던 어느 다방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로 흥미를 끌었다. 다방 한 켠에 앉아 흘러나오는 음악을 감상하듯 마련된 헤드폰에선 새롭게 편곡된 트로트를 들을 수 있다.
또한 화려한 불빛 아래 춤을 추는 사람들 사이로 들어간 듯한 경험을 주는 작품과 미러볼이 돌아가는 사교 공간에서 전자 댄스 음악과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작품, 메카트로닉스와 트로트를 결합한 작품 등 트로트만이 갖는 감수성과 도시 풍경을 여러 매체 예술로 만나볼 수 있다.
이밖에 작품과 연계한 아카이브 전시 2종도 함께 마련됐다. ‘ACC 아카이브: 아시아의 대중음악 컬렉션’에서는 ACC가 수집한 아시아 4개국(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베트남)의 대중음악 중 트로트와 유사한 감성과 형식을 지닌 노래를 소개한다.
국내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닌 음반사인 오아시스레코드와 협업한 ‘오아시스레코드로 보는 트로트의 역사와 변천’에서는 오아시스레코드가 보유한 트로트 음반과 관련 자료를 공개한다. 주현미, 김연자 등 유명 트로트 가수들의 초창기 계약서와 1970년대 심의서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