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 투입 ‘실감영상’ ‘대형 디스플레이’ 등 첨단시설 재단장
‘나만의 도자기’ 포토카드, 퀴즈풀이까지…체험 콘텐츠 한가득
무등산 자락 접근성 떨어져 ‘숨은 관광자원’ 극복 과제
지난 28일 무등산분청사기전시실이 낡은 모습을 탈피하고 현대적 시설로 재탄생했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70인치 대형 투명디스플레이와 폭 30m에 달하는 대형 미디어월을 설치하는 등 첨단기술을 집약시켰으며 디지털 사기공방이나 터치스크린을 통한 퀴즈를 준비해 방문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즐길 요소들을 준비했다. 다만 무등산 자락 북구 충효동에 위치해 있어 관람객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과제로 떠오른다.
7일 광주역사민속박물관에 따르면, 무등산분청사기전시실이 시설 노후화와 콘텐츠 부족 등의 이유로 리모델링의 필요성이 제기돼 사업비 40억 원(국비 20억 원·시비 20억 원)을 투입해 2년간 공사 끝에 지난 28일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분청사기란 청자에 백토로 분을 바른 사기를 말한다. 이 명칭은 1941년 미술사학자이자 미학자였던 고유섭이 ‘분장회청사기’라고 이름 지은 것을 줄여 부른 데에서 유래했다. 분청사기가 만들어졌던 조선 전기에는 도기와 자기로 구분하여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분청사기는 조선이 건국되면서 고려청자의 제작방식을 바탕으로 조선의 새로운 문양과 기법을 적용하여 새시대에 맞게 제작된 것으로 독특한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초가집을 연상케 하던 건물 외관은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변모했으며, 내부에는 곳곳에 터치스크린과 키오스크를 배치했다. 기존에는 문화관광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관람 순서, 시설 안내, 전시된 분청사기에 대한 해설을 듣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터치 한 번이면 언제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실감영상실에서는 △1막 혼의 기억 △2막 무등산의 기억 △3막 사기장의 노력 △4막 변함없는 숨결이라는 주제로 10분간 이어지는 수묵 애니메이션을 만나볼 수 있다. 가마시설을 미니어처로만 재현해뒀던 기존과 달리 폭 30m에 달하는 대형 미디어월을 설치해 충효동 가마터 사기장의 삶과 분청사기 제작 과정을 몰입감 있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체험공간에서는 오는 12월 14일까지 재개관 기념전 ‘분청 새로움을 잇다’가 진행되고 있다. 광주역사민속박물관과 무등산분청사기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 행사는 △과거를 빚다 △현재를 새기다 △미래를 굽다 등 3가지 테마에 맞춰 충효동 가마터에서 생산된 분청사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50여점을 전시한다. 체험공간에 비치된 70인치 디스플레이는 각각의 분청사기가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설명해 이해를 돕는다.
특히 체험공간 바깥에 놓인 3대의 ‘디지털 사기 공방’도 즐길거리 중 하나다. 터치스크린을 통해 도자기의 모양과 색깔을 원하는 대로 지정할 수 있고 기본으로 제공되는 스티커 외에도 손수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 ‘나만의 분청사기’를 제작하는 체험이 가능하다. 게다가 이렇게 제작한 도자기는 전시실 왼편에 위치한 ‘가마터 보호각’ 키오스크에서 포토카드로 출력해 소장할 수 있다.
리모델링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던 ‘가마터 보호각’은 자연채광과 자연환기가 가능한 첨단시설로 재탄생했다. 1994년 광주시는 봉통부, 소성실, 출입시설 등 가마의 구조가 양호한 상태로 보존된 2호 가마터를 침식과 붕괴 등의 훼손으로부터 막기 위해 보호각을 설치했으나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황이었다.
광주역사민속박물관 관계자는 “리모델링 전 가마터 보호각은 노후화로 인해 국가유산인 가마터에 물이 차고 곰팡이가 생기는 등 문제가 있었다. 현재는 가마터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관람객들에게 쾌적한 관람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가마터 보호각 로비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과 함께 2대의 터치스크린이 준비돼 있는데, 이곳에서 국가유산인 충효동 가마터의 가치와 구조, 특징을 설명받을 수 있으며, 무등산분청사기에 관한 상식퀴즈 10문제를 풀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이렇듯 다양한 체험행사를 진행하고 첨단설비를 갖췄음에도 전시실을 찾는 손님은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열악한 교통 접근성 때문이다. 무등산분청사기전시실이 광주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실제 광주 시내에서 무등산분청사기전시실이 위치한 북구 금곡동까지 운행하는 버스는 충효187번과 충효188번 2대뿐이다. 심지어 2대 모두 배차간격이 평균 50분~90분으로 매우 긴 편에 속하며, 금곡 버스정류장부터 무등산분청사기전시실까지 이어지는 길에 인도가 없어 대중교통 이용자에 대한 편의성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분청사기전시실을 이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무등산분청사기전시실이 품고 있는 충효동 분청사기 가마터는 아궁이에서 굴뚝까지 거의 완벽하게 보존돼 우리나라 가마의 구조를 이해하는 귀중한 역사적 자원이며, 출토된 분청사기에 새겨진 ‘광(光)’, ‘어존’ 등의 명문은 이곳이 왕실과 중앙에 분청사기를 납품하던 중요 생산지임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분청사기전시실 관계자는 “(전시실이 위치한) 금곡마을은 외진 곳에 있어 교통편이 많지 않다. 대중교통으로 방문하시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재개관 후로도 하루 20명 정도가 방문하신다”면서 “전시실이 가마터 보호각 옆에 지어져 시설을 이전시킬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정석 인턴기자 suwai1@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