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특별전 열려
‘소년이 온다’ 낭독하며 오월 기억 소생
“우리는 한강의 수상을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해, 그리고 동호처럼 온몸으로 계엄을 막아낸 모든 시민의 행위를 기억하고 그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기 위해 ‘소년이 온다’를 함께 읽습니다.”
5·18기념문화센터 지하 1층 전시관에서 5·18기념재단에서 주최·주관하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특별전 ‘소리 없는 목소리’가 진행되고 있다. 전시는 지난해 5·18전야제 예술감독을 맡았던 유재현 감독과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의 정현주 대표가 기획했다.
해당 전시는 같은 장소에서 2023년에도 개최된 바 있으나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비상계엄 사태로 5·18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다시 한 번 열리게 됐다. 이번 전시는 외국인 관람객들을 위해 전시문 번역, ‘소년이 온다’ 다국어 번역본을 배치하는 등 첫 전시보다 좀 더 보완됐다.
기획자는 이번 전시 제목 ‘소리 없는 목소리’에 대해 “국가에 의해 혹은 근본적 적대감과 차별 앞에서 침묵을 강요받은 이들이 사실과 진실을 규명하고자 갈망하는 꿈속의 외침이다”고 밝혔다. 역설적 표현을 통해 무의식에 각인된 독백과 상처를 함축한다.
전시는 김홍빈, 심혜정, 정기현 3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작품은 전시장 입구에 걸린 김홍빈 작가의 설치 작품 ‘소년이 온다’다. 이 작품은 80년 민주광장 분수대 사진 위에 블루프린트 천을 덧씌운 설치작품이다.
분수대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물처럼 보이는 블루프린트 천은 항쟁 당시 도청 앞 분수대 주변 광장에 빽빽하게 모인 불특정의 사람들을 찍은 사진 위에 덧씌워져 있으며, 불규칙하게 흩어져 있는 타원의 텅 빈 흔적들은 묘지조차 없는 수많은 이들을 기억하도록 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소년이 온다’를 중심으로 한 작은 서가가 펼쳐진다. ‘소년이 온다’는 2017년 이탈리아에서 ‘인간의 행위(Atti Umani)’로 번역·출간되면서 문학상 말라파르테 상을 받은 바 있다. 이와 함께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몽골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번역본을 배치했고 한강 작가의 전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공간에는 세 개의 영상이 독립된 채널로 상영된다. 전시장 오른쪽에는 심혜정 작가의 영상작품인 ‘어린 새, 소년2023’과 ‘제1장 어린 새’ 작품이 짝을 이뤄 상영된다. 2023년에 소환된 동호의 시야를 따라가는 이 영상은 흐릿한 광주의 모습에서 시작해 점점 또렷한 모습을 비춘다.
이어 총 6명의 오월어머니들이 참여한 ‘꽃 핀 쪽으로’를 감상할 수 있다. ‘소년이 온다’의 마지막 챕터인 ‘꽃 핀 쪽으로’를 인용한 해당 작품은 오월어머니들이 자식을 잃은 동호 어머니의 독백을 낭독하는 모습이 담겼다. 아픔을 소리 내어 이야기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그 아픔을 담아낸 소설을 읽으며 목소리 내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이는 우리들의 목소리로도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전시장 출구에는 관람객이 직접 낭독에 참여할 수 있는 낭독 부스가 운영되고 있다. 낭독부스에는 관객들이 ‘소년이 온다’의 각 단락을 이어가며 낭독하고
녹음할 수 있도록 책과 녹음시설이 갖춰져 있다. 책을 읽음으로써 아물지 않은 상처를 마주하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된다.
한편 전시 연계 행사로는 지난 25일 오프닝 행사로 강애심·권지숙 배우의 낭독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이어 오는 6월 4일에는 오월어머니들을 초청해 관객과 직접 만나는 전시 워크숍이 진행된다. 5·18기념공원에서 ‘소년이 온다’를 이어 읽고 기획자의 해설과 영상에 출연한 오월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