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갑 광주 부시장 사직으로 또 다시 공석
4개월 넘는 부재 상태…비엔날레 차질 우려

광주 북구 용봉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입구.
광주 북구 용봉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입구.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직이 4개월 넘게 공석인 가운데 그 공백을 메우고 있던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마저 사직하면서 비엔날레 운영에 차질이 우려된다. 특히 오는 9월 개막 예정인 광주디자인비엔날레와 내년 개최될 광주비엔날레 준비가 본격화돼야 할 시점에 수장의 부재는 행사 전반의 추진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직은 지난해 말 박양우 전 대표의 임기 종료 후 현재까지 후임을 선임하지 못한 채 공석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그간 이상갑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이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직무 대행을 수행해왔지만 7일 더불어민주당 선거캠프 합류를 위해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비엔날레엔 다시 공백이 생기게 됐다.

 광주시 안팎에선 이같은 상황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술계 인사 A 씨는 “대행이라도 있었으니 큰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겠지만 대행조차 없다면 지휘자가 없는 격이라 문제의 수준이 다르다”며 “전시 기획은 총감독이 하겠지만 대표이사가 해야 할 재단 사업과 국제적인 관점에서 풀어야 할 일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공백이 길어질수록 계속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디자인비엔날레와 내년 광주비엔날레를 앞두고 총감독도 모두 선임된 상태라 지금부터 대표가 착수해야할 일들이 많은 때”라며 “국제적인 역량이 중요한 비엔날레 대표직이기에 그런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인사를 물색해 삼고초려해서 데려오지는 못할 망정 전문성도 없는 정치 인사를 계속해서 시에서 대행으로 앉히는 건 안 되는 일이라 본다”고 지적했다.

 제11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오는 8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너라는 세계: 디자인은 어떻게 인간을 끌어안는가?’를 주제로 개최될 예정이다. 세계적 기업과 다양한 산학 연구과제를 수행한 최수신 총감독이 지휘를 맡았으며, 내년 9월 개최될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는 싱가포르의 시각예술가이자 기획자인 호추니엔(Ho Tzu Nyen)이 선임됐다.

 총감독은 모두 선임됐지만 이들과 재단의 입장을 조율하고 큰 방향을 잡아 이끌어나갈 수장이 없는 상태다. 또한 대표는 세계적인 미술 흐름을 읽고 대외적 역할을 해내야 하는 만큼 길어지는 공백이 광주비엔날레가 그동안 쌓아온 국제적 인지도나 위상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르고 있다.

 광주시는 이 부시장의 사직으로 인한 대행 공백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건 없다’는 입장이지만 세계적 예술행사를 전담할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가 시 내부 인사 돌려막기 형태로 비엔날레 수장을 맡게되는 것은 아닌지 예술계와 시민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주섭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문화경제부시장직이 광주의 문화·경제 분야 정책을 담당하는 주요 직책인데 그러한 책임을 저버리고 정치권으로 향한 건 안타까운 일”이라며 “작년 말부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공정 선임 논란이 생기면서 공석이 이어지고 있는데 대행마저 없어지고 또 다시 공석이 되는 상태에서 디자인비엔날레를 해야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올해 초 광주시립미술관과 광주비엔날레 등 예술공공기관장들의 선임과 관련해 정치계 인사의 사전 내정설이 불거지자 “전문성과 리더십, 도덕성을 갖춘 인사를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임명하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광주비엔날레 김요성 사무처장은 “문화경제부시장직은 직위상 차순위인 기조실장이 맡게 되지만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대행과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어 알아보고 있다”며 “새로운 부시장이 오시면 정관상 직무대행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행정적으로 큰 이상은 없지만 대표이사가 광주비엔날레의 위상이나 이미지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이기에 공백이 더 이상 길어져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빨리 대표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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