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기록관 특별전 ‘증인: 국경을 넘어’
데이비드 돌린저 등 외국인 이웃들 다뤄
“나는 그들과 같이 천구백팔십년 봄이 더욱 자유를 가져오길 꿈꾸었고 기도하였습니다. 그러한 꿈과 기도가 산산히 부서진 것도 그들과 같이였습니다.”
1980년 미국 평화봉사단원으로 전남 영암보건소에서 근무했던 20대 청년 데이비드 돌린저는 오월의 참상을 목격한 후 계엄군에 함께 맞서 싸운 시민군이 됐다.
광주에서 선교 활동을 했던 30대 아놀드 피터슨 목사는 1980년 광주에 남아 계엄군의 무력진압 장면을 기록하고 헬기 사격과 미군 폭격계획 내용을 밝힌 핵심 증인이었다.
광주에서 태어난 10대 제니퍼 헌틀리는 1980년 광주를 떠나라는 미국 정부의 권고에도 부모님과 함께 광주에 남아 계엄군에게 쫓기는 청년들을 지킨 소녀였다.
1980년 5월 광주엔 서툰 말 솜씨에도 진실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광주 시민들과 함께한 ‘푸른 눈의 이웃’들이 있었다.
전일빌딩245 9층 기획전시실에서는 5·18 당시 광주에 머물렀던 외국인 3명의 회고록을 통해 광주의 아픔과 민주화의 여정을 재조명한 특별전 ‘증인: 국경을 넘어(Witness: Beyond Borders)’이 열리고 있다.
올해 광주명예시민으로 선정된 데이비드 돌린저를 비롯해 고(故) 아놀드 피터슨, 제니퍼 헌틀리 등 3명의 시선을 담아냈다. 이들은 모두 미국 정부의 철수 권고에도 불구하고 광주에 남아 시민을 보호하고 진실을 목격했으며, 이후 자신들의 경험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쓴 인물들이다.
전시는 △푸른 눈의 이웃 △10일간의 일지 △오월 이후 등 3개 구역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구역은 세 외국인의 삶과 활동을 소개하고, 두 번째 구역에서는 10일간의 광주항쟁 기간에 그들이 마주한 장면들을 텍스트와 사진,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영상으로 재현한다. 세 번째 구역은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이들이 국내외에서 펼친 활동과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미국 평화봉사단원 출신 데이비드 돌린저는 5·18 당시 광주에 머물며 민주항쟁을 직접 목격했다. 이후 시민군으로서 도청에 들어가 계엄군 무전기 감청 임무를 수행했고, 윤상원의 외신 기자회견 통역을 맡는 등 적극적으로 항쟁에 참여했다.
그가 5·18 당시 목격한 것들을 1981년 8월 한인교회에서 발표하기 위해 한국어와 영어로 작성한 수기를 이번 전시에서 직접 읽어볼 수 있으며, 오는 14일에는 ‘명예시민증 수여식’을 위해 해당 전시를 찾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소개된 고 아놀드 피터슨 목사는 미국 출신의 선교사로 1980년 광주에서 벌어진 계엄군의 무력진압 장면을 기록했으며, 이후 회고록을 통해 헬기 사격과 미군 폭격계획 등을 폭로하며 1995년엔 서울지검의 참고인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제니퍼 헌틀리는 양림동 선교사 마을에서 목사였던 아버지와 간호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어머니 밑에서 자란 사남매 중 막내로 5·18 당시 집을 수색하러 온 계엄군에 대응해 집 다락방에 광주 청년들을 숨겨줬다. 제니퍼는 이후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제니의 다락방’을 출간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증인: 국경을 넘어’ 전시는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5·18 45주년을 맞이해 기획한 특별전이며 지난 2일 개막, 내년 3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