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애 개인전 ‘오하나 인피니티-소환된 미래기억’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4개 전시관 내달 6일까지

1전시관인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 전시된 송창애 작 ‘미래 기억_과거는 왜 지나가지 않는가’.
1전시관인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 전시된 송창애 작 ‘미래 기억_과거는 왜 지나가지 않는가’.

“우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야 할 폭력이 되풀이되는 시대를 살아갑니다. 그 반복 앞에서 우리는 고통받고 상처 입지만, 기억을 멈추지 않기에 전진합니다. 이 전시가 말없이 흘러가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 고통의 흐름에 잠시 머물며 함께 기억하고 응시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인간의 폭력성과 존엄, 상처와 회복의 이중성을 품은 역사 앞에서 ‘우리는 광주의 오월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전시가 열리고 있어 주목된다.

송창애 작가의 ‘오하나 인피니티-소환된 미래기억’ 전시가 광주 남구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글라스폴리곤, 베이스폴리곤에서 오는 6월 6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송 작가가 미국 유학시절부터 오랜 시간 축적해온 개인적 경험과 그 사유의 결과물을 5·18민주화운동을 통해 예술적 서사로 엮어내 선보인다.

송 작가는 미국 오리건대학교(University of Oregon)에서 회화 및 드로잉을 전공하며 인간 존재의 본질, 기억과 상처, 반복되는 역사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를 예술로 풀어내는 작업을 이어왔다.

3전시관인 베이스폴리곤 지하 1층 전시 전경.
3전시관인 베이스폴리곤 지하 1층 전시 전경.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맞닥뜨리며 완성한 ‘천개의 눈물’ 시리즈는 물의 수압을 이용해 바탕색을 지우고 씻어내는 독자적인 ‘물 드로잉’ 기법으로 그려냈다.

송 작가의 예술세계의 핵심에는 ‘물’이라는 매개가 자리한다. 작가는 흐르는 물을 통해 기억을 지우고 감정을 잇는 행위,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드러내는 비물질적 언어로서의 예술을 실험하고 있다.

관객이 한지 위에 물로 지우고 싶은 기억을 쓰고, 그것을 허공에 걸어두는 관객 참여 프로젝트 ‘물로 쓴 시(詩)’는 물이 증발하면서 종이의 구김이 감정의 흔적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예술이 곧 사유와 치유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번 ‘오하나 인피니티-소환된 미래기억’ 전시는 그간의 사유와 조형적 실험이 5·18의 역사와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한 예술적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는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의 4개 전시공간에 과거(아트폴리곤), 현재(연결로), 미래(글라스폴리곤)의 순환 구조로 구성됐다. 전시 제목 ‘인피니티’를 상징하는 뫼비우스의 띠 모양으로 시작과 끝이 연결된 구조다. 과거를 상징하는 아트폴리곤 차고 입구에서 관람을 시작하면 된다.

글라스폴리곤에 마련된 관객 참여 섹션 ‘물로 쓴 시(詩)_못다한 말’.
글라스폴리곤에 마련된 관객 참여 섹션 ‘물로 쓴 시(詩)_못다한 말’.

1전시관 ‘미래기억’의 입구에 들어서면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향하는 기찻길을 마주하게 된다. 인간이 만든 최악의 비극과 대면하고 관람객은 비극의 시간 속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이어 2전시관 ‘가까이 먼’에서는 이라크 아브 그라이브 수감자들의 인간 피라미드를 모티브로 한 드로잉 작품을 만나게 된다. 미군이 이라크 포로들에게 가한 잔혹한 고문과 학대 행위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과 사유의 장을 제시한다.

현재의 연결로를 지나 미래를 상징하는 3전시관인 베이스폴리곤 지하 1층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회화와 영상, 설치작품으로 표현한 ‘천개의 눈물’ 시리즈가 펼쳐진다. 전시는 글라스폴리곤 1층에 마련된 관객 참여형 섹션 ‘물로 쓴 시(詩)’로 마무리된다.

이 공간은 유리 벽으로 둘러싸인 침묵의 방으로, 관람객은 이곳에서 자신이 지우고 싶은 기억이나 말하지 못했던 감정을 물붓을 이용해 한지에 써 내려가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글자는 증발하지만, 감정은 공간 속에 고요히 남아 관객의 내면을 되돌아보게 한다.

정헌기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대표는 “이번 전시는 단지 5·18을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어떻게 그 기억을 품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며 “송창애 작가의 작업은 공간과 시간, 관객의 감각까지 통합하며 예술이 동시대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인상 깊은 실천이었다”고 전했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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