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퀴어 동사무소 에세이]

성소수자는 여기에도, 어디에나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연재는 광주에서 살아가는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들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과 목소리를 조명합니다.

 연재의 타이틀인 ‘퀴어 동사무소’는 퀴어 시민이 지역사회에서 ‘보이는 존재’로 자리 잡고, 목소리를 내며, 서로를 기록하고 돌보는 공공 공간을 상상하는 의미입니다. 성소수자들은 단순한 정체성 이상의 존재이며, 다양한 차별과 연대를 경험하며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입니다. 이 에세이들이 누군가에겐 용기와 위로가, 또 누군가에겐 이해와 변화의 출발점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사진=광주퀴어문화축제 페이스북.
사진=광주퀴어문화축제 페이스북.

 화요일. 금남로를 가로질러 식사를 하러 나선 길에는 여전히 주말의 열기가 남아있습니다. 가로수에 걸린 족자들은 광장에서 만난 수많은 동료 시민들의 흔적처럼 남아, 꼭 사십오 년 전의 광주와 지금의 광주를 이어주고 있있는 것만 같습니다. 천변 어귀의, ‘공익변호사’라는 단어가 상호에 들어가는 단체에서 일하는 저는 광주 시민이자, 광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 위서현 변호사라고 합니다. 먼저 이 지면을 통하여 광장에서 마주하였던 모든 동료 시민들께 안부를 묻고 전합니다. 모두 안녕한가요?

 ‘공익변호사’라는 단어를 마지못해 말할 적마다 많은 분들이 제게 어떻게 ‘공익변호사’를 하게 되었는지를 묻습니다만, 그럴듯한 답을 드리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입니다. 사실 광주퀴어문화축제의 ‘조직위원’ 또한 비슷한 느낌입니다. 지역의 여러 인권 침해 사안, 차별 구제 청구, 그리고 소외된 여러 공간에 소위 ‘대리인’ 등으로 결합하여 있으면서도 자신을 ‘활동가’라고 설명하기에는 다소 무색함이 있는 것과 유사하게, 이제 막 다시 시동을 건 광주퀴어문화축제에서 어떻게 ‘조직위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와 관련하여도 사실 낯섦이 앞섭니다. 지역에서 때로 성소수자의 대리인으로, 그리고 성소수자 권익옹호를 위한 조력을 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권익옹호 ‘활동가’보다는, 권익옹호 ‘노동자’에 더 가깝게 정체화하는 탓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어떤 설명을 찾자면, 아무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하여 이런 종류의 ‘노동’을 계속하여 온 것도 같습니다. 노동조합 변호사에서 공익변호사로, 여학생위원회 등 학부 자치단위에서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로 향하여 온 것 또한 결국 차별과 혐오를 멈추고 모두가 지금보다 더 존엄하고 평등한 세상을 향하는 길 위에서만 저를 포함한 모두가 조금 더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을 것이라는 어떤 바람으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닐까. 그렇게 추측할 뿐입니다.

 오월을 맞아, 빛의 도시 광주에서 모두가, 특히 약자와 소수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반짝이기를 바라고, 때로는 함께 연대하여 다투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실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은 반짝이는 편보다는, 다투어 나가는 편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다투어 나가는 과정에서 함께하거나 혹은 그 옆에 동행하는 정도의 역할을 넘어 무엇을 해 나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무언가를 바꾸어 나가기 위하여 다투는 편에 서겠다는 다짐을 다시 나누어 봅니다.

 위서현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드림투데이(옛 광주드림)를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드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