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극장 8월 4~5째주 상영작 소개
11월까지 ‘시네마 다이어리, 해피아워’
광주극장에서 거장 감독만의 확고하고 독특한 연출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3편의 영화를 만나볼 수 있다.
20일 개봉하는 ‘아임 스틸 히어’는 마르셀로 파이바가 집필한 회고록 ‘Ainda estou aqui’를 바탕으로, 행복한 가족을 산산조각 낸 남편의 강제 실종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일생을 건 여인을 그린 영화로 1971년 브라질 군사 독재 정권하에 벌어진 강제 실종 사건을 다루고 있다.
세계적 거장 월터 살레스가 메가폰을 잡았다. 어린 시절 파이바 가족과 친구였던 살레스 감독은 7년 동안 정성을 쏟아부어 이 영화를 제작했다. 영화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제81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각본상을 비롯해 전 세계 유수 영화제 53개 상을 수상했다.
21일에는 ‘엠파이어’가 개봉한다. 프랑스 북부 해안 마을에 강림한 ‘메시아’ 아기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외계 세력들이 인간 세상에 숨어들어 벌이는 우주적 전쟁에 대한 영화이다. 인간 내면의 어두운 모순을 기묘한 블랙코미디적 화법으로 묘사하는 동시에 사회의 뒤틀린 단면을 서늘하게 포착해낸다.
브루노 뒤몽의 신작으로 선과 악의 대립, 우주적 존재들의 전쟁 속에 종교적 상징과 정치적 풍자가 교차한다. 봉준호 감독 ‘미키17’에서 요원 ‘카이’역의 아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가 여전사 ‘제인’역을 맡아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거침없는 액션을 통해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제74회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했다.
24일 개봉하는 ‘내 말 좀 들어줘’는 할 말을 참지 못해 늘 트러블이 생기는 팬지(마리안 장 밥티스트)와 그녀를 둘러싼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칸, 베니스, 로카르노 최고상을 석권한 81세의 노장 감독 마이크 리가 전 세계의 극찬을 받은 신작이다.
‘캐릭터 연구의 장인’으로 불리는 감독 특유의 내밀한 통찰력으로 현실에 있을 법한 생생한 주인공 팬지와 그 가족을 조명한다.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버거운 현대인의 고독과 불안한 심리를 섬세하면서도 담담히 파고든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95%, 해외 주요 매체들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영화’에 꼽혔다.
이밖에도 새로운 도전과 시도가 담긴 영화들이 찾아온다.
‘THE 자연인’은 귀신 콘텐츠를 찍기 위해 첩첩산중에 입성한 유튜버들의 THE 쫄리고, THE 웃기고, THE 기막힌 괴랄 서바이벌, 미스터리 팝업 코미디로 ‘낮술’(2009), ‘조난자들’(2014)의 노영석 감독이 11년 만에 선보이는 3번째 장편영화다.
감독이 시나리오는 물론 프리부터 프러덕션, 후반작업까지 제작 전 과정을 홀로 100% 커버리지한 1인 제작 프로젝트이다. 출연 배우들이 첩첩산중 오지에서 먹고, 구르고, 뛰며 실제 괴랄한 서바이벌을 벌인 코미디 영화로. 자극적인 가짜를 진짜처럼 연기하는 사람들, 그 세계를 향한 통렬한 현실 풍자를 담고 있다.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2023) 대상을 수상했다.
‘너는 나를 불태워’는 고대 그리스의 시인 ‘사포’와 요정 ‘브리토마르티스’가 사랑과 죽음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는 허구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로 문학을 질료 삼아 영화를 만들어오며 비평계의 큰 찬사를 받아온 아르헨티나의 젊은 감독 마티아스 피녜이로가 체사레 파베세의 저서 ‘레우코와의 대화’ 중 ‘바다 거품’을 독특한 방식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영화는 자살로 생을 마무리한 원작의 작가인 체사레 파베세의 삶부터,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여성인물의 삶을 독해하듯 관객에게 전달하면서 시의 파편들, 그리고 각주 또한 영화 내에 등장하며 일반적인 영화 문법에서 벗어나, 스크린을 통해 독서를 하는 체험처럼 새로운 감각을 보여준다. 감독이 촬영한 16mm 필름카메라로 담은 이미지 또한 색다른 비주얼을 선사한다.
광주극장과 광주시네마테크는 오는 11월까지 영화인들이 추천한 작품 상영 후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네마 다이어리, 해피아워’를 진행한다. 그 첫 번째로 영화포스터 디자이너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 프로파간다 최지웅 대표의 추천작 ‘시네마 천국’(1988)을 23일(토) 오후 3시에 상영한다.
상영 후에는 영화 간판 사진 1000여 점을 수집해 수록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더욱 빛나게 해줬던 단관극장의 모습들도 볼 수 있는 ‘영화간판도감’(지은이 최지웅)의 북토크가 이어진다. ‘시네마 천국’의 배경이 되는 극장 ‘시네마 파라디소’의 아름다운 모습과 지금은 찾아볼 수 없어 더 소중한 ‘영화간판도감’에 수록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지역의 단관극장들의 자료는 영화의 여운과 함께 극장의 멋과 낭만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영화 ‘시네마 천국’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영화가 세상의 전부인 순수한 소년 ‘토토’와 마을의 유일한 극장 영사기사 ‘알프레도’가 나누는 우정을 통해 삶의 의미를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탈리아의 두 거장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과 엔니오 모리꼬네 음악 감독이 첫 호흡을 맞췄고 뭉클한 스토리와 서정적인 음악으로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두 번째 상영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진모영 감독의 추천작 ‘서칭 포 슈가맨’(2011)이 8월 30일(토) 오후 3시 상영한다. 상영 후에는 진모영 감독과 박일구 사진가의 토크가 이어진다.
‘서칭 포 슈가맨’은 단 두 장의 앨범만 남긴 채 사라져버린 전설의 록 스타 ‘슈가맨’을 찾아 떠난 두 열성 팬의 기발하고 아름다운 여정을 담은 음악다큐다. 전형적인 다큐멘터리 형식을 타파해 마치 추리물 같은 긴장감을 선사하는 신선한 전개와 자기 자신 조차도 몰랐던 ‘슈가맨’의 감동적이고 매력적인 스토리, 영혼을 울리는 강렬한 OST는 영화가 끝나도 한동안 귓가에 맴돈다.
문의 광주극장 T.224-5858 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cinemagwangju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