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퀴어 동사무소 에세이]
성소수자는 여기에도, 어디에나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연재는 광주에서 살아가는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들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과 목소리를 조명합니다.
연재의 타이틀인 ‘퀴어 동사무소’는 퀴어 시민이 지역사회에서 ‘보이는 존재’로 자리 잡고, 목소리를 내며, 서로를 기록하고 돌보는 공공 공간을 상상하는 의미입니다. 성소수자들은 단순한 정체성 이상의 존재이며, 다양한 차별과 연대를 경험하며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입니다. 이 에세이들이 누군가에겐 용기와 위로가, 또 누군가에겐 이해와 변화의 출발점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예술의 장르 중에는 ‘퀴어’라는 장르명도 존재한다. 말 그대로 퀴어를 전면에 내세워서 스토리를 진행하는 작품을 의미한다. 영화로는 왕가위 감독의 ‘해피 투게더’, 소설로는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을 예시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퀴어 장르들이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이유를 학술적으로는 잘 알지 못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퀴어의 삶을 조명하고 그 인권을 신장시키는 데에 기여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슬프게도, 퀴어 장르는 계속 보고 싶으면서도, 내심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체되면 좋지 않을까라는 소망이 괜히 생기고 만다. 퀴어들의 어려운 현실을 담아낸 작품이 계속 나온다는 건, 오랜 세월이 지나도 퀴어들의 삶이 남녀 로맨스와는 결이 다르다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사실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퀴어들의 사랑을 그리면서도 그것이 남녀의 사랑과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를 기획해 본 적이 있다. 그 스토리를 여기서 풀어보고자 한다.
스토리는 결별 직전의 한 퀴어 커플에게서 시작한다. 성별이나 젠더는 어떻게 해도 상관 없다. 애초에 어떤 사랑도 상관없다는 게 스토리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서로를 너무 오래 만나 지겨워진 두 사람은 자신들의 만남에 제 3자를 넣기까지 이른다. 그중에서 특히 한 인물이 이 두 사람과 잘 어울려준다. 서로의 애기를 잘 들어주고, 맞장구쳐주고, 두 사람을 잇는 윤활유 역할을 해주게 된다. 하지만 어느 날, 두 사람은 크게 싸우고 말았고, 그렇게 그날의 회동은 해산하게 된다. 며칠이 지나, 겨우 화해한 둘은 자신들 사이에서 당황스러웠을 그 사람에게도 사과하기 위해 그를 찾기로 한다. 하지만 찾을 수 없다. 본인이 얘기한 소속에 문의한 결과 그런 사람이 없다고 떴다. 분명 자신들 사이에 있었는데 휙 사라진 것이다. 그제서야 이들은 그 인물을 언제 어떻게 만났는지 기억이 안 나면서도 어느새 어울리고 다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무언가 뒤숭숭한 그날 밤, 두 사람은 우편을 하나 받게 된다. 주소는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두 사람은 그 사람에게 온 것임을 느낀다. 우편 안에는 사진 하나가 담겨 있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고향의 냇가 다리의 사진이.
사건은 사진 속 장소로 이동한 두 사람이 추억을 회상하고, 새 사진을 찾고, 그 장소로 가 자신을 추억하는 식으로 반복된다.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목적지는 자신들과 관련없는 한 사진관이었다. 사진관을 찾은 이들은 벽 한쪽에 크게 걸려있는 앳된 그 사람의 사진을 발견한다. 사진관 주인은 예전에 이혼할 때의 충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죽은 자신의 자식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를 쫓아온 두 사람에게, 지금까지 그렇게 헤어지기 직전의 커플들이 많이 찾아왔고, 마지막 사진을 찍으며 감정을 정리해 좋게 헤어지거나 연애를 이어나갔다고 설명해 준다. 두 사람이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이 어떤 커플들이 모여 있는 보관함에 들어가게 되면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이 작품을 통해 나는 퀴어들의 사랑도 남녀 커플의 사랑처럼 질곡이 있고, 헤어짐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주변의 시선과 같은 퀴어 연애의 힘든 부분보다는 평범한 로맨스처럼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연애를 추적하는 과정에 따라 삶을 구성하면서, 퀴어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들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의 연애의 질곡에서 퀴어들의 난관이 꼭 들어가게 되었다. 필연적인가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이야기가 언젠가는 의도 그대로 세상에 나올 수 있으리라 믿는다. 퀴어라는 로맨스는 금지된 사랑이 아니라 가장 보통의 연애로 과거의 반짝이던 유물로 남아야 한다. 언젠가는 성소수자들이 모여서, 예전의 퀴어 작품을 보고 그 때는 그랬지, 우리가 참 힘들게 노력했지라며 지난 일들을 회상하며 아름답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글=나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