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해남·영암 고찰기행’ 동행기
“고찰 속에서 여유와 힐링 느껴”

지난 27일 ‘강진·해남·영암과 함께하는 고찰기행’ 참가자들이 영암 도갑사로 향하는 길에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찰을 찾는 발걸음마다 단순한 휴식이 아닌 배움이 함께했다. 역사와 문학 전문가 이대석 선생과 임준성 교수의 해설은 고찰의 풍경을 살아 있는 이야기로 바꿔줬고, 참가자들은 남도의 문화와 정신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진·해남·영암을 잇는 여정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문화기행이었다.

 ‘강진·해남·영암과 함께하는 고찰기행’이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강진·영암·해남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하고 본보가 후원한 이번 기행엔 25명의 참가자가 함께했다. 이들은 역사·문학 전문가인 이대석 선생님과 임준성 교수의 해설과 함께 전남 영암·해남·강진 일대의 주요 사찰과 문화유산을 탐방했다.

참가자들이 영암 도기박물관을 관람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영암 도기박물관을 관람하고 있다.

 첫걸음은 영암 도기박물관이었다. 2200년 역사를 간직한 구림마을에 자리한 박물관은 한국 최초로 시유도기를 생산한 고장의 자부심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전시실을 둘러보니 흙이 불과 만나 빚어낸 도기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왔다. 흙냄새가 배어 있는 유물 사이로 고대 영산강을 따라 교류했던 흔적들이 살아 숨 쉬었다.

 이어 향한 도갑사는 신라 도선국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도갑사 해탈문 앞에 서니 세월의 깊이가 한눈에 들어왔다. 해설과 함께 도선사에 들어서니 마침 ‘도선국사 문화예술제’가 열리고 있어 평소와 달리 북적이고 있었다. 전통차 시음, 단주·등 만들기, 명상 싱잉볼 체험 등이 곳곳에서 진행됐고 옥룡교 밑에서는 천연기념물인 남생이 20마리가 방생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영암 도갑사 옥룡교 밑에 방생된 남생이.
영암 도갑사 옥룡교 밑에 방생된 남생이.

 행사 일환으로 준비된 짜장공양 나눔으로 점심을 먹고 영암 가야금산조기념관을 찾았다. 영암은 가야금 산조의 창시자 김창조 선생의 고향이다. 40마리의 뿔과 순금 2돈으로 제작했다는 우리나라 유일의 화각 가야금을 비롯해 가야금과 관련된 다양한 유물과 자료를 만나볼 수 있었다.

 오후에는 강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만덕산 자락에 자리한 백련사는 고려시대 민간 결사운동 ‘백련결사’가 일어났던 장소다. 고즈넉한 절집 뒤로 펼쳐진 동백숲길은 아직 꽃이 피지 않았지만, 울창한 초록빛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 시절 학문을 이어갔던 다산초당에 닿는다.

참가자들이 강진 백련사에서 이대석 선생의 해설을 듣고 있다.
참가자들이 강진 백련사에서 이대석 선생의 해설을 듣고 있다.

 저녁 무렵, 일행은 해남 대흥사 인근으로 이동해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 첫날을 마쳤다. 둘째 날 아침은 대흥사에서 열렸다. 안개가 자욱한 산길을 따라 대흥사에 들어서자 천년고찰의 위용이 드러났다. 대흥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가운데 하나다.

 점심 뒤에는 미황사로 향했다. 절집 뒤로 남해 바다의 수평선이 펼쳐졌다. ‘육지의 끝절’이라는 별칭답게, 끝과 시작이 맞닿아 있는 듯한 풍경이었다. 미황사를 출발해 전날 들리지 못한 강진 백운동 정원을 들리고 광주로 돌아와 참가자들은 1박 2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지난 27일 `강진·해남·영암과 함께하는 고찰기행’ 참가자들이 강진 백련사로 향하는 길을 오르고 있다.
참가자들이 강진 백련사로 향하는 길을 오르고 있다.

 기행에는 캐나다에서 온 미리얌과 에티엔도 함께했다. 광주에 살고 있는 이채희 씨와 정재원 씨의 권유로 참여했다는 이들은 “한국 여행 일정이 빠듯해서 피곤했는데, 이곳에 와보니 마음이 진정되고 자연 속에서 힐링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낯선 땅에서의 고찰 체험은 그들에게 또 다른 여행의 의미를 안겨주었다. 사찰의 고즈넉한 풍경과 역사, 그리고 함께 나눈 이야기들이 마음 한편에 따뜻한 흔적으로 남은 듯했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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