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여성영화제로 도약
아시아 각국 여성 영화 조명

올해로 16회를 맞은 광주여성영화제가 11월 6일부터 10일까지 광주극장, CGV광주금남로,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열린다. ‘우리는 빛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여성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작품들이 스크린을 밝힌다. 매년 새로운 시도로 여성영화의 지평을 넓혀온 영화제는 올해 역시 국내외 영화계의 주목할 만한 작품들을 엄선했다. 이번 기획기사는 광주여성영화제 주최 측이 심혈을 기울여 선정한 주요 섹션과 상영작을 미리 소개한다. (편집자주)

날 선 평화의 경계.
날 선 평화의 경계.

‘아시아여성영화제’로의 도약을 준비하며 작년에 신설된 ‘플래시 아시아’ 섹션은 올해 해외초청작을 포함하며 더욱 화려한 기획으로 돌아왔다. 영화제의 캐치프레이즈 “우리는 빛으로”를 주제로 어둠속에서 길을 열고 끝끝내 빛을 향해 나아가는 여성들을 그리는 아시아 영화를 소개한다. 아프가니스탄, 이란,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국에서 온 영화들은 전쟁과 폭력이 일상이 되어가는 이 세계에서 여성들이 만들어내는 정의와 공존의 감각을 일깨운다.  

<날 선 평화의 경계>(로야 사닷, 2024) 

해외 초청 다큐멘터리 <날 선 평화의 경계>는 수십 년간분쟁이 이어진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끝내기 위해 탈레반과 마주 앉은 정부 교섭팀 여성 운동가들의 여정을 다룬다. 이들은 누구보다 평화를 원하지만, 어렵게 쟁취한 여성의 권리를 포기하는 어떤 합의도 승인할 수 없다. 지금까지 이룩해온 여성의 권리 신장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는 막다른 골목에서 여성들은 평화와 여성의 권리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 상영 후에는 손희정 영화평론가와 함께하는 포커스 토크가 이어진다. 

살인자 말리나의 4막극
살인자 말리나의 4막극

<살인자 말리나의 4막극>(몰리 수리아, 2017) 

해외 초청작 <살인자 말리나의 4막극>은 2017년 칸영화제 감독주간 초청작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감독 몰리 수리아의 작품이다. 모래바람날리는 사막에 칼을 찬 여자가 말을탄다. 여자가 벤 남자의 머리가 그녀의 손에 들려 있다. 이 작품은 강간범의 머리를 잘라 경찰서로 향하는 과부의 통쾌한 복수극이자 인도네시아 페미니즘 서부극이라 칭할만하다. 감독은 남성적인 장르인 서부극을 차용해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는 강인한 여성의 서사를 완성한다. 작품 상영 후 발리국제단편영화제 프란시스카 프리하디Fransiska Prihadi 프로그래머와 여성영상집단 움의 홍소인 프로듀서가 “몰리 수리아와 페미니즘 서부극: 여성적 복수와 연대”라는 주제로 토크를 진행한다.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파얄 카파디아, 2024) 

2024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인도의 여성 감독 파얄 카파디아의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대도시 뭄바이에 꿈을 안고 모여든 세 여성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밝게 빛나는 꿈의 도시 뭄바이는 이들에게 자본도, 계급도, 자유도 그 어느 하나 허락하지 않는다. 차별적 관습과 사회적 금기로 어려움에 처한 세 여성들은 서로 곁을 내어주며 서로의 빛이 되어준다. 현실을 환기하는 다큐멘터리 스타일과 꿈꾸는 몽환적 이미지를 결합한 독특한 작품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빛을 향해 나아가는 여성들을 만날 수 있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
신성한 나무의 씨앗

<신성한 나무의 씨앗>(모함마드 라술로프) 

이란의 거장 감독 모함마드 라술로프의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2022년 이란을 뜨겁게 달궜던 히잡 반대 시위의 생생한 현장을 허구적 스토리와 결합한다. 영화는 대규모 히잡 반대 시위가 시작된 테헤란을 배경으로 체제에 편승한 수사판사 이만과 거리의 참상을 목격하며 각성하는 두 딸 사이의 균열을 그린다. 체제의 도구가 된 가장은 점차 가족의 감시자이자 억압자로 돌변하지만, 두 딸 레즈반과 사나는 스마트폰을 통해 거리의 참상을 목격하며 각성하는 정치적 주체가 된다. 영화는 당국의 감시를 피해 비밀리에 촬영되었고, 완성 후 감독은 정치적 망명길에 올라야 했다. 

이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어둠 속에서 빛을 상상하고 끝끝내 빛을 향해 가는 불굴의 여성들과 만난다. 이 여성들이 열어젖힌 스크린에서 낡은 제도를 깨부수고 새로운 세계를 열고자 하는 단호한 의지를, 평화와 공존의 진정한 가치를, 배제되고 소외되었던 이들이 함께열어가는 연대의 세계와 함께할 것이다. 

홍소인 광주여성영화제 객원프로그래머, 여성영상집단 움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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