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의 필연으로서의 반전운동

 작년에 발생했었던 ‘강남역 살인사건’ 은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을 등장시켰다. 마치 매우 이상한 개념이기나 한 것처럼 대하는 사람이 있는 점은 잠시 차치하자. 중요하고도 확실한 사실 한 가지는 페미니즘은 그동안 남성의 억압 아래 신음하던 대한민국의 여성들에게 자신들의 억압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부여해 줬다. 그 동안 그러한 억압을 견디면서도 표현할 방법이 없던 여성들에게 소통하고 연대할 기회가 부여된 것이다. 이것은 그럴 억압을 해소할 기회를 부여했다고도 생각해볼 수 있을 때, 확실히 괄목할 만 하다.

전쟁은 여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필자 또한 이런 시류에 힘입어 페미니스트를 자처하고는 있지만 사실 ‘페미니즘은 이런 사상이다’라는 마땅하고 반박불가능하며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정의를 말하기는 힘들다. 또한, 만약 자격이라는 것이 있다면 말이지만, 페미니스트가 되기 위한 자격에 스스로 완벽히 부합하는지도 역시 대답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반전운동과 여성운동이 어떤 문제의식을 공유해야 하는지, 어떤 흐름을 통해 결국은 만나게 되는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북한과 국경을 맞닿고 있는 국가이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자신과 자신의 동맹국에 아낌없는 적개심을 표출하고 있는 국가와 휴전 중에 있다. 그리고 그 국가는 언제든 전쟁을 일으킬 수 있음을 과시하고, 자신들이 핵무기 보유국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전쟁 억지를 위한 일련의 세계적인 노력과 의견 표출에도 더 목소리를 높인다.

 이 모든 것이 여성운동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전쟁 상황 하에서 ─ 무정부 상태라고 읽을 수도 있다 ─ 여성은 가장 심각한 폭력과 수탈에 노출된다.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한국 여성들을 ‘일본군 위안부’로 삼았던 기록이 그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아마 필자의 생각으로는 고대, 중세, 근대동안의 전쟁 중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뿐이지 이러한 착취가 곳곳에 만연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맥락 하에서 반전운동과 여성운동의 접점은 명확해진다.

몰락하는 평화, 전락하는 여성

 최근 경북 성주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드(THAAD)포대의 배치는 그것의 실효성을 포함한 수많은 논의들을 떠나 한 가지 사실을 명시한다. 바로 공해전(Air-sea battle) 원칙의 수립으로 더욱 구체화 되고 있는 미-중 갈등관계에 한국이 직접적이고 긴밀하게 관여한다는 사실이다. 동시에 1981년 레이건 대통령 시절부터 미국이 노력해 온, 또 다른 주요국들이 반대해 온 MD(Missile Defence) 체계의 수립에 우리나라도 동참했음을 표시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이러한 노골적인 상징의 등장이 곧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 위협을 증가시키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이런 위협에 매우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사드가 필요하든 아니든). 북한의 사드에 대한 태도만 봐도 알 수 있다. ‘방어만을 위한 무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기는 항상 전쟁을 통해서만 쓸모를 가진다. 때문에 전쟁을 부른다. 무기는 전쟁의 미봉책일 뿐, 해결책은 아닌 것이다.

반전과 페미니즘, 서로 멀지 않다

 확실히 페미니즘이 우리나라에 자리 잡은 시간은 길지 않다. 더군다나 ‘굳이’ 전쟁 위협이 아니더라도 싸워나가야 할 문제들은 도처에 산적해 있으며, 이런 문제들이 페미니즘에 있어서 덜 중요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필자는 페미니스트들이, 특히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페미니스트들이 반전운동이 여성운동에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인식해주기를 성토하고 싶다. 전시 하에서, 그 이전에 페미니스트가 수호하고자 했던 여성인권은 ─ 다른 인권들보다 특히 더 ─ 곤두박질친다. 굳이 타국의 군인에 의한 점령 상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현재의 대한민국이라면 자국민들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여성에 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또한 이런 피해들이 반전운동 없는 여성운동 하에서 더 심화되고 규모가 커질 수 있음도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독자가 페미니스트라면 한 번쯤 이런 피해를 감소시키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어쩌면 평화야말로 페미니즘이 바라는 가장 큰 가치가 아닐까, 조심스레 던지며 끝을 맺는다.

성원 <전남대학교 사회문제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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