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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군의 철쭉 명소로는 일림산, 초암산, 삼비산을 꼽는다. 광활한 능선에 펼쳐진 핑크빛 양탄자 같은 풍경은 레드카펫이 분명하다. 하지만 유명세로 이 시기에는 등산객이 몰려 기차놀이같은 긴 행렬을 각오해야 한다. 반면 보성 계당산(桂棠山·580.2m)은 숨은 철쭉 명소다. 산을 많이 다녔다는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오지에 있지만, 호남정맥꾼들 사이에서는 호젓하게 철쭉을 즐기기에 좋은 곳으로 입소문 났다. 3만여㎡의 철쭉군락지는 올해로 11회째 철쭉 축제(5월5일)가 열린다. 계당산 철쭉은 유난히 짙은 선홍빛이 특징이다. . 계
호남의 명산
김희순
2024.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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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임실 신덕면을 지나는 55번 지방도로를 가다 보면 두 봉우리에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시선을 단박에 끄는 것은 상사봉想思峰(402.1m)과 노적봉(405.3m)이다. 두 봉우리는 작은 하천인 옥녀동천을 사이에 두고 연인처럼 다정하게 서로 마주 보고 있다. 마치 진안 마이산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이 연상된다. 상사봉은 남성적이고 노적봉은 여성적이다. 분지에 우뚝 솟은 두 봉우리는 동양화에서나 봤을 법한 수직 암봉으로, 높이는 낮지만 위압적이고 강렬하다. 두 곳 모두 ‘여기에 정말 올라가는 길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파르다.
호남의 명산
김희순
2024.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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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면 떠오르는 산이 있다. 호남정맥의 끝자락인 백운산(1216m)에서 망덕포구로 떨어지는 지맥의 꼬리에 있는 쫓비산(538.2m)이다. 평소에는 주변의 백운산과 지리산에 밀려 등산객이 잘 찾지 않지만 매화가 만개할 즈음이면 앞다투어 찾는다. 산 아래 섬진강변과 마을이 온통 매화로 뒤덮여 하얀 눈이 소복하게 내린듯하고, 흰 구름 위에 둥둥 떠 있는 모습으로 변한다. ‘전설 속의 이상향이 바로 이곳이구나’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게다가 은은한 매화 향기는 첫날 밤 신부의 속살 내음 같아 정신을 잃을 지경이다. 매화는 봄을 가장 먼저
호남의 명산
김희순
2024.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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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억불산億佛山(517m)은 면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싼 산중에 하나다. 미국의 1달러 환율을 한화 1300원으로 계산하고, 1억 불이면 억불산의 가치가 어마어마하다고 호사가들은 말한다. 억불산은 천관산, 제암산, 사자산과 함께 장흥의 4대 명산에 속한다. 장흥읍 동남쪽에서 읍내를 굽어보고 있으며 코뿔소의 뿔처럼 툭 튀어나온 며느리바위의 웅장한 위용이 압권이다. 억불산은 골고루 잘 차려진 밥상과 같다. 힐링 명소로 이름난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는 60년전에 조림된 곳으로 약 47만 그루의 편백나무가 자라는 광활한
호남의 명산
김희순
2024.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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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전문기자 김희순은 토박이만 알 수 있는 우리 고장의 山을 전국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15년째 ‘월간 山’ 잡지에 ‘전라도의 명산’을 기고하고 있다. 山을 단순하게 오르고 내리는 대상이 아니라 山의 주인인 나무, 새, 식물, 지질, 그곳에 얽힌 역사와 사람의 이야기까지 입체적인 이해를 높인다. ‘김희순 호남의 명산’ 시리즈가 격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신선들이 산다는 삼심산(三神山)은 중국 전설에 나오는 이상향으로 봉래산(蓬萊山), 방장산(方丈山), 영주산(瀛洲山)을 말한다. 삼신산의 위치를 사마천의
호남의 명산
김희순
2024.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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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전문기자 김희순은 토박이만 알 수 있는 우리 고장의 山을 전국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15년째 ‘월간 山’ 잡지에 ‘전라도의 명산’을 기고하고 있다. 山을 단순하게 오르고 내리는 대상이 아니라 山의 주인인 나무, 새, 식물, 지질, 그곳에 얽힌 역사와 사람의 이야기까지 입체적인 이해를 높인다. ‘김희순 호남의 명산’ 시리즈가 격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전국에는 계족산(鷄足山)이 여러 곳 있다. 순천·광양 계족산(729.4m)을 비롯해 대전 계족산(423.8m), 구례 계족산(702.8m), 영월 계족산(
호남의 명산
김희순
2024.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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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전문기자 김희순은 토박이만 알 수 있는 우리 고장의 山을 전국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15년째 ‘월간 山’ 잡지에 ‘전라도의 명산’을 기고하고 있다. 山을 단순하게 오르고 내리는 대상이 아니라 山의 주인인 나무, 새, 식물, 지질, 그곳에 얽힌 역사와 사람의 이야기까지 입체적인 이해를 높인다. ‘김희순 호남의 명산’ 시리즈가 격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변산은 바다와 내륙을 접한 유일한 반도지형 국립공원이다. 감탄사 연발하는 빼어난 경관이 즐비하지만, 갑남산(甲南山) 떡바위에서 내려다보는 환상적인 풍경은
호남의 명산
김희순
2024.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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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 부용산(芙蓉山·611m)은 우리나라 최남단 정남진(正南津) 천관산(723.1m) 옆에 있는 숨은 명산이다. 포근한 육산으로 사계절 어느 때나 산행하기 좋지만 겨울철에도 편안하고 회귀산행을 할 수 있다. 산은 들어가 봐야 제 맛을 안다고 했다. 부용산은 평범해 보이는 산세와 달리 암릉이 힘차고 곳곳에 아기자기한 매력이 많다. 정상에 올라서면 강진만과 보성만, 다도해 섬이 조망되며 날이 맑은 날은 제주도까지 볼 수 있다. 인근에 있는 영화 ‘축제’의 촬영 현장인 소등섬에서는 날씨가 추워지는 12월에서 3월 초까지 싱싱한 굴구
호남의 명산
김희순
2024.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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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서남단 남도의 끝자락에 있는 진도는 멋과 맛과 흥의 고장이다. 과거 대표적인 유배지였던 만큼 유배인들의 문화가 녹아서 시·서·노래가 꽃 피운 예술의 용광로가 되었다. 진도아리랑에서 알 수 있듯이 진도는 고단한 삶과 한을 예술적 경지로 높였다. 망자를 위한 씻김굿과 상갓집 귀신도 웃게 만드는 ‘다시래기’는 초상집에서도 해학과 풍자가 넘치게 한다. 여럿이 하나가 되어 공동체 만들어 가는 것, 오랜 세월을 통해 체득한 지혜, 그것이 진도 사람의 기질이다. 진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거제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해안선의 굴곡이 심하
호남의 명산
김희순
2023.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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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칠산’이라는 말이 있다. ‘사흘 동안 조기를 잡아 일년을 먹고 산다’는 칠산바다를 두고 하는 전해오는 말이다. 칠산바다는 조기의 고향이다. 영광군 송이도(松耳島)는 그 중심에 있는 아름다운 섬이다. 소나무가 많고 섬의 모양이 사람 귀를 닮았다고 해서 송이도라고 전한다. 눈길을 끄는 잘생긴 소나무는 없다. 그래도 사람들은 보물섬이라고 부른다. 썰물때면 송이도와 대각이도 사이에 하루 두 차례 열리는 신비의 바닷길은 직선거리로 무려 3km에 달한다. 이곳에서 채취하는 맛조개는 유난히 크고 맛이 좋아 명품 대접받는다. 주민들의 주된
호남의 명산
김희순
2023.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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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전주 이씨 시조 이한의 21세손이다. 그 덕분인지 조선 건국과 관련한 문화 자원은 67곳 중 51곳이 전라북도에 모여있다. 이성계는 전북 임실 성수산 상이암에서 하늘의 소리를 들었다 하고, 진안 마이산에서는 개국의 상징인 금척(金尺)을 받았다고 한다. 전라북도 남원시에 위치한 만행산(萬行山·909.6m)에도 이성계의 흔적이 남아있다. 과거 그는 만행사에서 고승의 설법을 듣고 감동했는데, 훗날 왕이 된 후 이곳에 들러 3일간 머무르면서 정사를 살피고 돌아 갔다고 전해진다. 현재 만행사는 정사를 살피고 돌아
호남의 명산
김희순
2023.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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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여원치(女院峙)에서 고남산(古南山·846.8m) 구간은 백두대간 총 도상거리 1400km와 남한 701km 거리 중 고도가 가장 낮은 곳 중 하나다. 470m 높이의 여원치는 예부터 군사적 요충지였다. 전라도와 경상도로 이어지는 큰 길목에 있어 굵직한 역사적 현장의 주 무대가 되었다. 여원치는 고려말, 함흥 출신의 변방 무사가 중앙무대에 존재감을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1380년 고남산 아래 운봉읍과 황산(698.7m) 일대에서 이성계(李成桂·1335~1408)는 3000 병력으로 아지발도(阿只拔都)가 이끄는 1만 명
호남의 명산
김희순
2023.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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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두방산(斗傍山 486.4m)은 ‘점입가경’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산이다. 벌교와 고흥반도 경계에 있는 두방산은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양파같은 매력이 있다. 일단 산에 발을 들여 놓으면 숨은 매력이 하나씩 드러난다. 낮은 높이에 비해 조망이 탁월하다. 순천만을 비롯해 여자만과 득량만, 고흥반도 황금들판이 한눈에 조망된다. 굵직한 암릉 산세이지만 부드러운 능선을 가지고 있다. 귀절암이 있다 하여 귀절산, 말의 명당이 있다하여 말봉산이라고 불렸고, 고문헌에는 지리산, 지래산 등 다양한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다. 크고 작은 골
호남의 명산
김희순
2023.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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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이 제철이다. 꼬막은 찬바람이 부는 11월부터 이듬해 봄까지가 가장 찰지고 맛이 좋다. 전라도에서는 잔칫상에 홍어와 함께 참꼬막이 있어야 ‘걸게 장만했다’는 말을 듣는다. 제사상에도 으레 참꼬막을 올릴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외서댁을 보자 말자 가심이 찌르르 하드란 말이여, 고 생각이 영축 들어맞아 뿌럿는디, 쫄깃쫄깃한 것이 꼭 겨울 꼬막 맛이시." 조정래의 대하소설에서 염상구가 외서댁을 겁탈하고 나서 내뱉은 말이다. 덕분에 벌교는 ‘꼬막의 고장’이라는 대명사가 붙게 되었다. 벌교 사람들은 벌교 앞바다 여자만汝
호남의 명산
김희순
2023.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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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장수군과 경남 함양군의 도계를 나누는 할미봉(1026m)은 육십령에서 북쪽 남덕유산을 바라보고 있다. 할미봉은 삼국시대에 백제와 신라의 국경선으로 치열한 격전지였다. 할미봉이라는 지명은 과거 정상 부근 명덕산성에 군사들이 먹을 양식을 쌓아 놓았다 해서 합미성(合米城)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백두대간 종주꾼들은 할미봉을 남덕유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봉우리 정도로 생각하지만, 최근에는 할미봉 주변의 암봉을 보기 위해 오롯이 이곳을 목적으로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할미봉의 들머리인 육십령휴게소는 해발 730m의 고지대. 할미
호남의 명산
김희순
2023.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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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고 했다. 안도현 시인은 ‘화암사. 내사랑’이란 시에서 불명산의 화암사에 대해 ‘잘 늙은 절 한 채’라고 말했다. 그는 화암사를 나 혼자만 알고 싶고, 알려지면 순백함을 잃을까 묻어 두고 싶다고도 했다. 전라북도 완주에 위치한 불명산(480m)은 금강정맥에 있다. 하지만 금강정맥을 알려주는 지도에서 불명산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근처의 운장산, 마이산, 천등산, 대둔산 등 워낙 이름난 산들에 비해 불명산은 산세가 뛰어나거나 볼거리가 많은 편이 아니어서 그럴 것이다. 그런 불명산에도 진흙
호남의 명산
김희순
2023.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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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바다의 보물 고군산열도는 60여 개의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신시도,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대장도가 다리로 연결되어 하나가 되었고 선유도(仙遊島)가 맏형격으로 중심에 있다. 이제는 승용차로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섬 아닌 섬이다. 신선이 노닐었다는 선유도는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호젓한 아름다움을 점차 잃어 가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군산열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관리도(串里島)가 인근에 있다. 섬 전체가 해금강이라는 찬사를 들을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기암괴석이 솟았다. 관리도가 지닌 매력 중의 하나는 배를 타고 유람하듯
호남의 명산
김희순
2023.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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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죽도(竹島)’는 육지속의 섬으로 유명하다. 덕유산에서 발원한 구량천과 금강의 합수 지점이며 두 물줄기가 마치 산을 에워싸고 있어 섬처럼 보인다. 기암절벽과 어우러진 경치가 매우 빼어나서 사계절 인기있다. 천반산(天盤山·647m)은 죽도를 보기 위해 거쳐 가는 산 정도로 알려졌지만 죽도의 풍광은 천반산이 보여주는 매력과 압도적인 비경에 비한다면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천반산을 명산의 반열에 오르게 한 구량천(九良川)은 천반산의 3면을 감싸며 태극 모양으로 흐르고 있다. 산 위에서 내려다보면 여덟 폭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호남의 명산
김희순
2023.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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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백운(白雲)’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산은 50여 곳이 넘는다. 그중 많은 백운산 중, 광양에 위치한 백운산(1222m)은 높이와 규모에서 ‘맏형’이라 할 수 있다. 백운산은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호남정맥을 완성하고 섬진강 오백리 물길을 갈무리한다. 흔히 정맥은 힘차게 꿈틀거리다가도 바다나 강을 만나면 그 맥이 사그라지기 마련이지만, 백운산은 그렇지 않다. 섬진강과 남해로 떨어지기 직전까지도 백운산의 맥은 흐트러짐이 없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지리산의 위용에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기운차다. 그 때문인지 한
호남의 명산
김희순
2023.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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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장군목은 요강바위로 유명해진 섬진강변이다. 섬진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도 말한다. 산골 오지였던 이곳에 길이 뚫리며 예쁜 펜션들이 들어서면서 휴양지로 변모하고 있다. 강의 지형은 장구목처럼 잘록하다. 그동안 장구목과 장군목을 혼용해 불렀지만 순창군에서 ‘장군목’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장군목 요강바위 주변은 수만 년 동안 물살에 깎인 기묘한 바위들의 수석 전시장이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세 개의 암봉이 마주보고 있다. 전혀 다른 산줄기다. 우측으로 성수지맥(56.8㎞)의 마지막 기점인 용궐산(645m)과 무량산(586.4
호남의 명산
김희순
2023.07.2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