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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송강정(潭陽 松江亭)은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 송강정로에 있는 앞면 2칸·옆면 3칸의 팔작지붕 정자로 정철이 죽록정을 중수하여 송강정이라 일컬었다. 식영정(息影亭), 환벽당(環碧堂)과 더불어 대표적인 송강 정철의 유적이다. 앞면에는 ‘송강정(松江亭)’이라는 현판이, 옆면 처마에는 ‘죽록정(竹綠亭)’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정유재란 때 불타 빈터로 남아 있던 것을 1770년 후손들이 다시 건립한 정면 3칸, 측면 2칸의 정자로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에 가운데 작은 방이 꾸며져 있다. 정자 옆에는 임금에 대한 충정을 표
역사 속 전라도
서일환
2024.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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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주머니란을 만나고 나서 정말 덩실덩실 춤을 췄다. 멸종위기식물이라 귀하기도 하지만 훼손이 심해 복원한 계곡에서 단 한 송이가 삐죽이 꽃대를 내고 나타나 주는 것만으로도 감동이기 때문이다. 같은 장소를 6년 동안 다니면서 5월이면 그 꽃을 만나기 위해 오매불망 설레는 맘으로 기다린다. 어느 해에는 꽃대가 잘려 꽃이 피기도 전에 고사하고 어쩔 땐 아예 보이지도 않아 애를 태운 적이 많다. 온전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결코 방심할 수 없는 꽃이 복주머니란이다.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고 복원한 계곡에서 만난 복주머니란은 이제 안전
남도 풀꽃나무
김영선
2024.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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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백차의 생산량은 겨우 1% 남짓에 지나지 않았고, 차 애호가에게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처지의 차였다. 그런데 대략 2010년을 전후한 시기부터 너도나도 마치 엘도라도를 발견한 것처럼 백차의 효능과 함께 신비함을 칭송하고 다녔다. 소위 ‘1년 차(茶), 3년 진(陳), 5년 약(藥)’ 혹은 ‘1년 차(茶), 3년 진(陳), 7년 보(寶)’를 마법의 주문처럼 외치고 다니는 것이었다. 현지에서 차를 공부하는 필자 역시도 그들의 그 당당함에 압도당해 “예로부터 어떤 것들을 소개할 때는 약간의 과장도
좌충우돌 중국茶
류광일
2024.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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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수술이 실밥처럼 길게 나와 햇살에 반짝거린다. 깊은 숲속 어두운 길을 밝히듯 피어난 작은키나무인 꼬리진달래를 만난다. 진달래와는 반대로 잎이 먼저 나오고 꽃이 나중에 피는 한여름날의 꽃이다. 빛깔은 하얀색이나 꽃 모양은 진달래를 닮아 청초하다. 이 아름다운 꽃에 꼬리가 어디에 달렸을까? 척박한 바위지대를 지나 소나무 숲속 그늘에서 푸른 잎에 하얀꽃이 핀 상록활엽수 꼬리진달래를 만나니 감개무량하다. 겸허해진 마음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니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자그마한 꽃과 꽃잎사이로 10개의 꽃 수술들이 꼬리를 치며 한 아름 안긴다.
남도 풀꽃나무
김영선
2024.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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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회 광주 연극제’(3월 5~9일)의 네 번째 작품은 극단 ‘시민’의 ‘갈매기’였다. ‘갈매기’는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작품이다. 극단 ‘시민’은 작년에 있었던 ‘제37회 광주 연극제’에서도 체호프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작년에 올라갔던 작품은 ‘세 자매’였다. ‘갈매기’는 1896년 10월에 페테르부르크의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되었는데 대실패로 끝났다. 실망한 체호프는 다시는 희곡을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는다. 하지만 체호프의 천재적 극작성을 알아본 네미로비치 단첸코가 체호프를 설득한다. 또, 단첸코는 작품 연출
무대 읽기
임유진
2024.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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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영정(息影亭)은 김성원(金成遠)의 스승이자 장인이던 임억령(林億齡)을 위해 전라도 담양의 창계천 언덕 위에 지어진 정자이다. 임억령이 ‘그림자가 쉬고 있는 정자’라는 뜻으로 식영정이라 명명했다. 성산(星山)의 언덕과 창계천 계곡에 자리하고 있는 식영정, 부용당, 서하당 등이 송림, 배롱나무 등이 아름다운 원림을 구성하고 있어 담양 식영정 일원(潭陽 息影亭 一圓)이라 하며 명승 제57호로 지정됐다. 서하당(棲霞堂) 김성원(金成遠)은 임억령(林億齡)의 사위이자 김윤제의 문인으로 정철과 함께 수학했다. 1592년 동복현감에 재임 중에
역사 속 전라도
서일환
2024.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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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를 길들여 찻잎을 따 오게 해서 만들었다는 전설이 이름에 들어있는 차가 있다. 바로 이름에 ‘원숭이 후(猴)’자가 들어간 태평후괴이다. 전설은 어디까지나 달빛에 물들어야 신비해진다. 그 신비함은 여러 종류의 이름난 차라면 하나씩은 있다. 전설이 있는 차가 나올 적에 그 소개를 하도록 하겠다. 단 전설을 역사로 오인하지 말자. 태평후괴의 산지는 안휘성 태평현(太平縣)이고, 현재의 황산시 황산구(黃山區)이다. 후갱(猴坑)과 후강(猴崗)의 해발 750m 부근의 토층이 1.5m에 달하는 비옥하고, 통기성이 좋으며, pH4.8~5.5의
좌충우돌 중국茶
류광일
2024.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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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웠어요. 그 노랗게 핀거? 그 이름이 뭐라고 했던가요? 아… 털조장나무요….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무등산국립공원 함충재 일원에서 3월 21일에 첫 꽃망울을 터뜨렸다며 봄꽃 소식을 전해준다. 한걸음에 달려가 올해 첫 개화한 털조장나무를 만났다. 올해 핀 꽃은 오직 지금 이 순간에만 볼 수 있는 한정판이기에 겸허한 마음으로 들여다본다. 가지 끝에 조그마한 꽃은 봄의 향연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눈에 띄게 아름답다. 오래된 가지나 새 가지나 녹색을 띤 채 그 끝에 촛대 모양의 노란 불빛을 밝히는 꽃은 은은한 향내를 풍긴다. 생강나무
남도 풀꽃나무
김영선
2024.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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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이론을 우리에게 알린, ‘코끼리는 생각 하지마’라는 책이 있다. 어느 날 교수는 학생들에게 코끼리는 ‘절대 생각하지마’라는 숙제를 부여했다. 어떤 학생도 통과하지 못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코끼리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프레임 이론이다. 말은 태어날 때, 의미가 달라붙어 있어서, 말소리 소리만 듣고도, 금방 맥락적 의미를 알아들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람들이 “컵 가져오세요!” 했는데, 숟가락을 가져오지 않는 이유는 컵의 생김새와 기능, 의미 등을 이미 소통 가능케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화된다는
교육의 창
이재남
2024.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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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회 광주 연극제’ 두 번째 작품은 극단 ‘까치놀’의 ‘이장(移葬)’이었다. 묘를 옮긴다는 의미의 ‘이장(移葬)’은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박근형의 작품이다. ‘이장(移葬)’은 2023년에 ‘제17회 차범석 연극상’을 받았다. 이번 극단 ‘까치놀’의 ‘이장(移葬)’은 이영민 씨가 연출을 맡았다. 무대에는 바깥과 내부를 가르는 기둥(골조)이 몇 개 있다. 오른쪽에는 벽이 세워져 있다. 무대 중앙에 단이 하나 있고, 거기에 나이 든 엄마가 누워 있다. 이 단출한 무대 장치는 의외로 작품을 잘 설명해준다. 사실적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
무대 읽기
임유진
2024.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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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순(宋純)은 전라도 담양도호부 출신으로 송흠(宋欽)과 박상(朴祥)의 문하에 수학했다. 21세에 진사시에 합격하고 26세에 문과에 급제했다. 호당(湖堂)에 들어가 사가독서(賜暇讀書)를 하였다. 정6품 사간원 정언이 되었으나 중종의 부마인 김안로(金安老)가 권세를 잡자 귀향하여 면앙정을 짓고 면앙정가를 남겼다. 김안로가 사사되자 정계로 복귀하여 정품 대사간에 이어 종2품 경상도관찰사에 올랐으나 중종의 처남인 윤원형(尹元衡)에 의하여 종2품 전라도관찰사로 좌천됐다. 송순은 명종이 즉위하자 복귀하여 중종실록을 찬수했고 종2품 이조참판이
역사 속 전라도
서일환
2024.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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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차 중에서 녹차인데도 백차의 이름을 달고 다니는 차가 있다. 바로 안길백차이다. 동식물의 백화현상은 드물게 보이기에 영물이나 길조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백사, 백호, 흰 거북이 등이 발견되면 반드시 미디어의 가십거리로 등장하기도 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안길백차가 문헌에 최초로 기재된 것은 북송 시대로 “잎은 희고, 싹은 종잇장처럼 얇으며 민간에서는 상서로운 차로 여긴다”라고 나와 있으며, 송휘종(宋徽宗)은 그의 저서 대관차론(大觀茶論)에서 말하기를 “백차는 예로부터 오직 한 종류만 있었는데, 다른 차와는 다른 점
좌충우돌 중국茶
류광일
2024.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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楓橋夜泊(풍교야박) 풍교에서 배를 정박하고 밤을 지새우며/ 장계(張繼)月落烏啼霜滿天(월락오제상만천)달 지고 까마귀 우는 서리 내린 밤江楓漁火對愁眠 (강풍어화대수면)강가의 단풍과 고기잡이 등불은 시름을 더해 잠 못 이루고姑蘇城外寒山寺 (고소성외한산사)고소성 밖의 한산사에서는夜半鐘聲到客船(야반종성도객선)깊은 밤 종소리는 나그네의 뱃전에 이르네. 벽라춘의 고장 소주(蘇州)의 이름이 들리면 곧장 연상되는 인구에 회자하는 시이다. 당대(唐代)의 시인 장계가 과거시험에 낙방하고 쓸쓸히 귀가하면서 머무르던 풍교(楓橋)와 함께 지근 거리에 있는
좌충우돌 중국茶
류광일
2024.03.1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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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증가에 대한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사교육비 규모가 또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한다. 학생수는 줄고 있지만 사교육비는 전년대비 4.5%가 증가한, 27조 1144억 원이다. 우리나라 교육비가 학생수와 상관이 없음을 증명해주는 통계이다. 지난해 초등학교 사교육비는 전년도보다 4.3% 늘어난 12조 4000억 원이다. 규모만 보면 7조 2000억 원인 중학교, 7조 5000억 원인 고등학교 사교육비보다 각각 72%와 65% 높다. 초등학교의 사교육 참여율이 86%로 중학교보다 10%, 고등학교보다 2
교육의 창
이재남
2024.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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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이 지나고 녹음이 짙어질 무렵에 숲속 땅바닥에 무리 지어 피어난 옥녀꽃대, 꽃이라고 부르기엔 매우 특이하다. 꽃잎도 보이지 않고 흰색 수술이 길게 뻗어서 나와 있다. 게다가 수술은 세 갈래로 보이지만 아랫부분에서 합쳐지고 그 끝에는 노란색 꽃밥이 묻어 있다. 꽃밥은 안쪽에 숨어 있어 겉으로는 하얀 수술만 보인다. 최대한 자세를 낮춰서 정서적 유대감이 가능한 눈빛 교환만이 가능하다. 그래서 “옥녀야 너를 바라봄!!”하면서 속삭이는 봄을 맞이한다. 역시 봄은 바라봄이다. 모든 생명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게 한다. 꽃눈도 잎눈도 새롭게
남도 풀꽃나무
김영선
2024.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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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화)부터 3월 9일(토)까지 빛고을시민문화관 대극장에서는 ‘제38회 광주연극제’가 열렸다. ‘광주연극제’는 ‘대한민국연극제’의 예선전 성격을 띠고 있다. 올해로 제42회를 맞은 ‘대한민국연극제’는 이번에는 경기도 용인시에서 개최된다. 6월 28일부터 7월 25일까지 열리며, 16개 광역시·도에서 경연을 거쳐 올라온 대상 작품들이 경합을 벌인다. ‘제38회 광주연극제’의 첫날 작품은 극단 ‘아트컴퍼니 원’의 ‘돌아오는 길’(연출 원광연)이었다. 제목에서 벌써 고난이 느껴진달까. 무슨 사정으로 낯선 장소에 가게 되었는지는 몰
무대 읽기
임유진
2024.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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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소쇄원, 완도 세연정, 영양 서석지를 우리나라 3대 민간 정원이라고 한다. 딤양 소쇄원은 양산보가 낙향하여 담양 지곡마을에 조성한 정원으로 가지고 있는 기운이 맑고 깨끗해진다는 뜻이다. 완도 세연정은 윤선도가 완도 보길도에 정자를 짓고 말년에 풍류를 즐긴 정자로 기분이 상쾌해진다는 뜻이다. 영양 서석지는 정영방이 영양 연당마을에 건립한 개인 누정으로 연못에 60여 개의 서석들이 있다는 뜻이다. 양산보(梁山甫)는 외가인 창평에서 태어나서 15세가 되어 한양으로 상경하여 조광조의 문하에서 소학(小學)을 학습했다. 17세의 나이로
역사 속 전라도
서일환
2024.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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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내리는 날, 계곡에서 푸른 잎의 석창포를 만났다. 물흐름이 조금만 강해도 떠내려갈 듯 위태롭게 보인다. 그러나 씨앗을 퍼뜨리기엔 이만한 환경이 없다는 것을 석창포는 이미 알고 있다. 물 따라 바람 따라 종자가 싹을 틔울 수 있는 깨끗한 계곡물이 흐르는 환경조건이라면 상류에서 하류까지 원 없이 떠내려간다. 그리고 씨앗 하나 싹틔울 수 있는 틈을 만난다면 그곳이 어디든 겸허한 마음으로 희망을 틔운다. 물 흐름에 최대한 방해받지 않도록 로제트식물처럼 납작 자세를 낮춘다. 때론 여름날 장맛비가 쏟아져 식물체가 흔들리면서도 돌이나 바
남도 풀꽃나무
김영선
2024.0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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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23일부터 24일 이틀간 ‘민들레 소극장’에서는 ‘판도라의 상자’라는 작품이 무대에 올라갔다. ‘전남대학교 극문화연구회’(이하 전대극회)의 제123회 정기 공연이었다. 원작은 권호웅의 ‘낙하산’이라는 작품인데, 전대극회 소속 대학생들은 제목을 ‘판도라의 상자’라고 바꾸고, 약간의 각색을 가했다. 권호웅의 ‘낙하산’은 1999년이 시간적 배경이다. 즉, 대한민국에 1997년부터 시작되었던 외환 위기(일명 IMF)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유례없는 국가부도의 날을 견디는 사회
무대 읽기
임유진
2024.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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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은 마한 만로국(萬盧國), 가야 반파국(伴跛國), 백제 마로현(馬老縣), 신라 희양현(曦陽縣)에 속했다. 마로(馬老), 모루(牟婁) 등으로 불렸고 고려가 건국되자 광양(光陽)으로 개칭됐다. 풍수지리의 비조 도선(道詵)이 광양 옥룡사에서 수양했다. 광양 출신 최산두(崔山斗)가 기묘사화로 화순적벽(和順赤壁)으로 유배되어 호남 학맥을 일으켰다. 광양 출신 김여익(金汝翼)이 처음으로 김을 양식했다. 광양시(光陽市)는 전라남도 동남부에 있는 시로 1995년 시·군 통합에 따라 광양군과 동광양시를 통합한 도농복합시이다. 북쪽에는 백운산이
역사 속 전라도
서일환
2024.02.2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