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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통 이성에게 원하는 이상향이 고양이상에 가깝다. 눈 크고 해 맑고 얼굴 작고 시크하고 등등. 그래서 고양이들은 개처럼 집을 수고롭게 안 지켜도 묶이지 않고 자유롭게 나다니면서 사람의 돌봄을 유도할 수 있는 천부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다. 아마 그들이 원해서 그렇게 생긴 게 아니라 자연이 원해서 그렇게 생긴 건데 우연히 인간의 감성과 딱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은 지독히도 운 좋은 축에 속하는 동물인 것이다. ‘너희들 관심 따윈 우린 아무 상관 안 해!’ 그런 천부적인 능력을 증명하는 녀석이 바로 집고양이
동물과 삶
최종욱
2025.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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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드렁 거드렁 아프리카 초원과 사막을 마치 제 것인 양 거들먹거리며 쿵쾅쿵쾅 달려가는 동물이 있다. 사바나의 왕 사자도, 스나이퍼 표범도, 그처럼 당당하게 걷진 않는다. 늘 그보다 센 경쟁자들이 사방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물인 모기나 진드기 한 마리도 그들에겐 언제나 치명적인 킬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초원에선 누구나 몸을 사린다. 그런데 이 녀석은 도대체 조심성이라곤 일도 안 보인다. ‘될 대로 돼라. 인생 뭐 있어’하는 식이다. 영어론 간단히 ‘I don’t care!’란 말로 그들을 대표한다. ‘세상에서 가장
동물과 삶
최종욱
2025.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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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지신에서 쥐가 첫째로 나오는 이유는 둘째로 나오는 소 위에 올라타고 가다 맨 먼저 결승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토끼와 거북이 경주처럼 경쟁은 무조건 빨라서만 이기는 게 아니고 지략도 뛰어나야 이길 수 있다. 의도치 않는 승리도 있다. 칭기즈칸은 비록 그 당시 세계의 거의 전부를 정복했지만 그를 그곳으로 이끈 건 결국 말과 쌍봉낙타였다. 그럼 어쩌면 진정한 정복자는 말과 쌍봉낙타가 아닐까?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진정한 승리라고 하는데, 그들은 정복자들을 이동시키기만 했지 정작 피비린내 나는 진흙탕 싸움을 그들 위에 탄
동물과 삶
최종욱
2025.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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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핫한 광고 중의 하나가 바로 우체국 광고이다. 광고의 주인공은 ‘제비’이다. 제비가 우체국을 소개한다. 우체국 표식을 보고 그동안 그게 제비인지 뭔지 아마 알기 힘들었을 것이다. 새 모양을 삼각형과 네모로 만든 도형 모음이기 때문이다. 우체국에선 초창기부터 반가운 소식을 물어오는 상징으로 제비를 차용했지만 그걸 굳이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니 우체국의 날렵한 새 모양이 그냥 빠른 새일까? 하고 나처럼 착각하는 분들도 많았을 것이다. 참고로 국민은행의 상징은 까치이다. 페인트 회사의 상표도 제비표가 있고, 백곰표 밀가루와
동물과 삶
최종욱
2025.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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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처럼 좀 빈티 나는 청록빛의 사향고양이과 중 가장 큰 동물이 있다. 처음 동물원에서 그를 접했을 땐, 물론 일반 고양이과 동물과 사향고양이과 동물이 분명 다르긴 하지만, 표범, 사자, 호랑이 같은 고양이과 동물에 비해 빈투롱은 겉보기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부러 누가 처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전혀 티가 나지 않는 늑대와 코요테 같은 주로 개과 동물이 사는 소맹수가 한 귀퉁이에 그를 배치해 놓았고, 거의 야행성이고 나무 위에 사는 데도 그런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 한 번 그렇게 생각 없이
동물과 삶
최종욱
2025.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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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리는 우선 이름부터 참 이채롭다. 갈색 몸에 비해 얼굴이 조금 환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을 걸로 추정하지만, 얼굴이 그리 희진 않다. 뺨이 정말로 하얀 오리는 ‘흰뺨오리’이다. 오늘 주인공으로 하필 동물 중 비교적 평범한 오리를 고른 것은 이 오리가 결코 그렇게 평범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초여름 누군가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십여 마리의 오리 떼를 발견한다. 얼추 어미 한 마리에 새끼 10마리 정도가 나란히 줄지어 간다. 흡사 유치원 나들이 풍경 같다. 행동도 참 일사불란하고 어미는 이미 갈 곳을 아는 듯 앞만 보고 부지런히 앞
동물과 삶
최종욱
2025.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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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처럼 직접 하늘을 날고 싶은 꿈, 오랜 인간의 소망이다. 이카로스는 새의 깃털을 모아 밀랍으로 붙여 만든 날개를 이용하여 천상으로 날아오르려다 태양의 열기로 인해 그만 떨어져 죽고 말았다. 하지만 그 후에도 인간의 이 무모한 도전은 끝없이 시행착오를 거듭한 후 마침내 비행기를 발명했다. 인간의 위대함이란 이런 좌절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라 할 수 있고 걔 중의 옹졸한 신은 그렇게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지 않는 인간을 어쩌면 매우 싫어할 수도 있다. 동물들에게 이 나는 능력은 다른 무엇보다 강력하다. 특히 나무 위나 그런 높은 곳에 사
동물과 삶
최종욱
2025.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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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유인원, 우리가 보통 원숭이라고 칭하는 이 긴팔원숭이는 우리 인간과 같은 유인원으로 분류된다. 특별히 이들을 따로 소형 유인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들이 유인원인 까닭은 일단 꼬리가 없고 마주 보는 엄지와 더불어 다섯 손가락이 잘 발달 되어 있고, 사회성과 지능이 침팬지만큼이나 높기 때문이다. 이 유인원은 중국 남부에도 살며 그래서 조삼모사(朝三暮四) 고사에 나오는 똑똑한(?) 원숭이가 바로 이 원숭이라고 한다. 그런데 분류가 어떻든 참 보면 볼수록 남미나 마다가스카르의 여러 가지 모양으로 진화된 신대륙 원숭이(특히 거미원
동물과 삶
최종욱
2025.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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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22나 F-35처럼 전투기의 스텔스 성능이 발달한 요즘도 치열한 전장터인 중동, 이스라엘 등 세계의 하늘을 지배하는 주력 전투기는 여전히 황금독수리 F-15 이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중우세 전투기로 여러 대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자체 생산한 T-50 초음속 고등 훈련기도 ‘골든이글’이라는 멋진 명칭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대개 세상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것들에 흔히 이 골든이글이란 명칭을 붙인다. 절대로 빼앗기지 않아야 했던 로마군의 군기 Aquila(아퀼라) 또한 골든이글의 라틴어명이다. 신성로마제국과 프로이센 그리고
동물과 삶
최종욱
2025.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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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에 라마, 알파카, 비쿠냐, 과나코의 라마족 4형제가 산다면 전혀 다른 대륙에 나머지 2형제가 마저 살고 있다. 이 둘은 추운 중앙아시아의 고비사막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쌍봉낙타(Bactrian Camel)와 열대 아프리카 북단의 사하라 사막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단봉낙타 (Dromedary Camel)이다. 등에 혹(육봉)이 한 개냐 두 개냐의 차이로 그들의 이름이 심플하게 결정되었다. 하지만 이 둘의 차이는 단순히 봉우리 개수만이 아니다. 일단 단봉낙타는 열대의 낙타니만큼 털이 별로 없고 다리가 길며 털갈이를 거의 하지 않는다.
동물과 삶
최종욱
2025.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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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고라니일까? ‘노루’란 이름은 참 정겨운 이름이다. 노란 사슴이라 노루란 설도 있고 잘 논다고 해서 노루란 어원설도 있다. 박목월 시인의 ‘청노루’에선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이라고 노루를 멋지게 표현했다. 예부터 노루는 신성한 동물로 사냥꾼들도 잡기를 꺼렸다고 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맛이 좋아 노루고기를 육포로 만들어 즐겨 먹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내륙에선 노루 보기가 아주 귀해졌다. 비목이란 가곡에서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란 슬프고 아름다운 가사가 나온다. 거기에 나오는 궁노루는 수컷 생식기
동물과 삶
최종욱
2025.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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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도망치지 말레이~”란 뉴스 앵커의 멘트로 유명해진 곰, 바로 말레이 곰이다. 보통 태양곰(sun bear)이라고 불린다. 가슴엔 둥그런 태양처럼 주황빛의 말발굽 무늬를 가졌기 때문이다. 이름은 그렇지만 막상 보면 우리나라 반달곰(아시아흑곰)처럼 무늬가 생겼다. 앞서 이런 멘트가 나온 것은 2010년 12월에 지금의 서울동물원에서 이 말레이 곰 ‘꼬마’가 근처 청계산으로 탈출해서 무려 9일 만에 잡혔기 때문이다. 무사히. 크기가 작고 천상 낯선 사람을 보면 피해 가는 성격의 곰이라 사람도 곰도 다 무사한 해피엔딩이었다. 최근
동물과 삶
최종욱
2025.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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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피카소’ 전시회를 찾았다. 이름 모를 새 조각과 그림이 많아 궁금함에 물었더니, ‘비둘기’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금은 너무 흔해 ‘유해 조류’ 취급까지 받는 비둘기가, 당시에는 한 예술가의 사랑을 받으며 명성을 누렸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결국 동물은 가림막 없는 눈으로 봐야 그 진면목을 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떠올리게 됐다.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이 된 데는 피카소의 영향도 크다. 비둘기는 세계 2차대전 당시 연합군 측 회담의 대표 깃발에 새겨졌었고 전후 그 역할이 확장되어 올리브 잎을 문 비둘기가 유엔의
동물과 삶
최종욱
2025.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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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육지 동물은 어류에서 양서류가 되어 물을 나와 파충류와 포유류로 진화되었다고 한다. 고로 물에 사는 동물들은 호시탐탐 육지를 탐한다. 아프리카 폐어(lungfish)는 물 없이도 마른 흙 속에서 몇 개월을 살 수 있는, 부레를 이용한 유사 폐로 숨 쉬는 물고기이다. 그래서 가끔 흙집을 만들다가 이 폐어를 어부지리로 얻기도 한다. 심지어 날치(flying fish)처럼 걷는 걸 뛰어넘어서 날고자 하는 어류도 있다. 그들은 세계적으로 워낙 유명해서 주목받지만, 우리 바다, 특히 보성·신안·순천· 강진 같은 남해안에서도 물이 없는
동물과 삶
황해윤 기자
2025.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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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유명한 웹툰에서 ‘톰과 제리’처럼 맨날 코요테한테 쫓기지만 절대로 잡히지 않는, 바람 같이 달리는 새가 있다. 좀 모자란 코요테는 갓은 방법을 다 동원하여 이 쌩하니 달리는 새를 잡으려 하지만 번번이 제가 제 꾀에 오히려 넘어가고 만다. 그 웹툰 제목이 ‘로드러너’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 빠른 새의 이름도 ‘로드러너’다. 즉 길을 달리는 진정한 새 중 새란 뜻이다. 생김새는 몸과 긴 꼬리까지 합쳐 닭보단 조금 긴 50cm 정도에 후투티처럼 머리에 깃털 달린 볏이 달려있고, 부리와 다리가 다른 육상 새들에 비해 월등히 길고
동물과 삶
최종욱
2025.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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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접하면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의 하나가 ‘다이앤 포시’의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그녀는 제인 구달처럼 르완다의 깊은 비룽가 산맥 속으로 들어가 인류의 기원을 찾는 고릴라 연구를 했고 어느덧 투쟁적인 고릴라 보호 운동가가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계속 밀렵당하고 있는 고릴라를 보호하려다 밀렵꾼들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당했다. 그녀는 ‘안개 속 고릴라’라는 책을 내었고 그 책과 그녀의 비참한 죽음으로 인해 신비 속 고릴라의 실체가 전 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비록 그녀와 일면식도 없지만, 이 글을 통해 나의 야생동물 길잡이
동물과 삶
최종욱
2025.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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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테이퍼)을 보통 신이 남은 찌꺼기로 만든 동물이라고 천시하며 부른다. 맥은 보통 몸길이 2m, 몸무게 200kg(최대 500kg), 어깨높이 1m, 꼬리 길이 겨우 10cm로 불완전한, 하마의 몸, 코끼리의 코, 코뿔소의 눈을 가지고 있고 그 중 말레이 맥은 판다처럼 검고 하얀 털의 색 등 여러 동물의 조합 작품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리 보면 신이 창조한 마지막 완성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섞인 모습들이 또한 참으로 조화롭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보는 관점에 따라 사물이 이렇게 달라 보인다. 원효대사의 ‘일체유심조’란
동물과 삶
최종욱
2025.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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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은 지금부터 약 2억 3000만 년 전 중생대 트리이아스기에 파충류에서 작은 육식공룡으로 진화되어 나왔다. 그리고 약 100만 년 동안 이어진 시베리아지역 화산 폭발로 인해 지구상 생물 90%가 사라진 페름기 대멸종 후 살아남아 그때부터 육상의 최강자가 되었다. 중생대와 백악기 2억 년 동안은 그야말로 공룡의 최전성기였다. 그러나 백악기 말 갑자기 발생한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운석 충돌로 인한 K-Pg 대멸종(5차 멸종)으로 인해 커다란 육상의 공룡들은 모두 사라지고 공룡의 후손인 새들만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동물과 삶
최종욱
2025.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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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평생 달고 다니는 동물, 바로 껍질 있는 달팽이다. 야! 그거 그냥 벗어버려. 엄청 편해! 민달팽이가 말했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나오는 방법을 몰라. 그리고 그 후의 일이 너무 두려워. 결국 그렇게 또 서로 각자의 주어진 삶을 살 수밖에는 없다. 천명을 가지고 사는 일이 그렇게 어렵다. 달팽이는 그 껍질 때문에 보호도 받지만, 또 그것 때문에 죽기도 한다. 작은 새들에게 힘겨운 먹잇감이지만 큰 동물들은 그냥 깨버리면 그만이다. 그런데 다행으로 이 미끌한 달팽이를 식용으로 좋아하는 동물들이 그리 많지는 않
동물과 삶
최종욱
2025.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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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월출산의 대표동물이자 깃대종이 ‘남생이’라는 사실 혹시 아시는지? 남생이는 비교적 최근인 2005년에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되고, 현재 보호 중인 위기의 동물인 줄은 진즉 알았지만, 우리 지역 월출산의 깃대종인 건 이번에 지인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월출산을 품고 있는 영암군도 달토끼, 월출산과 더불어 남생이를 지역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삼고 있다. 어린 시절 흔하게 데리고 놀던 거북이도 이젠 깃대종이 될 수 있구나 하고 반가우면서도 안타까운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월출산은 비록 우뚝 솟은 바위산이지만 의외로 물
동물과 삶
최종욱
2025.01.0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