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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특별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오지 않는다.” 20세기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남긴 말이다. 이 말은 우리에게 20세기 이후 가장 강력한 윤리적 경고 메시지다. 아렌트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직접 취재했다. 아이히만은 2차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을 조직·실행한 핵심적 인물이었다. 1945년 나치 독일 패망 후 도피하다가 1960년 아르헨티나에서 붙잡혔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유대인 학살을 실행한 아이히만을 잔혹한 괴물로 여겼다. 그러나 아렌트가 법정에서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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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2025.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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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제정 말기, 황실의 한복판에 파고든 이름이 있었다. 라스푸틴. 시베리아 출신의 무명 수도승이었던 그는 기도와 신비적 치유 능력을 앞세워 황태자의 병을 돌보며 황실의 신임을 얻었다. 황후는 라스푸틴을 ‘신이 보낸 사람’이라 믿었고, 차르조차 그의 말에 흔들렸다. 그러나 역사의 기록은 분명하다. 라스푸틴은 제정 러시아의 불안과 균열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제도가 흔들릴 때, 권력은 합리 대신 주술에 기대었고, 그 결과는 제국의 몰락이었다. 낯선 이야기 같지만, 우리는 이미 비슷한 장면을 한국 정치에서 목격했다. 윤석열 정권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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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2025.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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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방학 기간 야간 아르바이트를 한 A 군은 주휴수당을 아예 받지 못했다. 노동청 진정 접수를 했지만, 사업주는 여유 자금이 없다면서 지급을 거부했다. B 씨는 2년 동안 일한 식당에서 퇴사했는데도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단시간 노동자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노동청에 진정 접수를 했지만, 사업주는 끝까지 B 씨가 주장하는 퇴직금 청구 금액을 인정하지 않았다.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노동자들은 노동청 진정 접수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지만, 현실은 A 군과 B 씨처럼 노동청에서도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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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주
2025.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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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마음이 서늘해진다. 불이 꺼진 상점, ‘임대’라는 붉은 글씨가 붙은 문, 한때 북적이던 식당 앞에 길게 드리워진 정적. 퇴근길에 불빛이 꺼진 채 방치된 채소 가게를 지나고, 주말 오후마저 썰렁한 카페 앞을 스치다 보면, 단순한 경기 지표나 통계보다 훨씬 피부로 다가오는 현실의 체감지수가 있다. 코로나라는 긴 그림자가 걷힌 지 벌써 2년이 훌쩍 지났지만 골목 경제는 여전히 깊은숨을 쉬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전 국민에게 지급되기 시작한 민생회복 지원금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람들은 만나면 서로 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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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2025.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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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지 않아도, 피하고 싶어도 무언가를 또 누군가를 맞이해야만 하는 때가 있다. 두 팔 벌려 기꺼이 환영하는 상황이 아니라 피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맞이해야 하는 상황은 늘 곤혹스럽다. 특히나 그 상황을 만든 책임의 일부가 자신에게 그 무게는 더 크게 다가온다. 요즘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푹푹 찌는 찜통더위가 바로 그렇다. 여름의 시작인 6월부터 폭염 특보가 연일 이어지니, 7월과 8월은 어떻게 견뎌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더위는 한낮에만 그치지 않는다. 밤에도 이어지는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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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
2025.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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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북카페 조성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한강 작가 노벨상의 쾌거에 너무나도 기뻤고, 이 기회가 얼마나 큰지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삭감을 주장했다. 그저 한두 해 사진 찍기 적당한 스팟으로 전락하길 원치 않아서, 제대로 된 사업을 요구하는 바람이었다. 광주시는 한강 작가의 어릴 적 거주지를 매입해 기념 사업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하고자 했으나, 현재 소유자의 매도 의사가 없어 인접 부지를 매입하고 사업을 준비했다. 25미터 떨어진 나대지를 찾았고, 당초 예정지의 감정가에 상응하는 예비비를 들여 토지를 매입했다. 지금은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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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노
2025.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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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예향의 역사와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해 한국 근·현대 미술사의 주요 작가들을 배출하고 뚜렷한 지역적 특성을 보이며 국제적인 시각예술 중심도시로 자리해 왔다. 또한 이 같은 지역 기반을 광주비엔날레와 유네스코미디어아트창의도시 등 국제적 네트워크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광주에 국립현대미술관이 건립되어야 할 상대적 차별성과 필요성을 몇 가지로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 균형 발전과 더불어 범국가적 차원의 역사 문화적 가치가 밀집된 지역의 문화자원을 차별화해 연구 재조명하고 진흥시킨다는 면에서 필요하다. 각 국립박물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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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호
2025.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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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살을 에던 지난해 12월, 1980년 5월의 깊은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아온 광주시민들을 다시금 구도청 앞 광장으로 불러 모은 충격적인 계엄령이 선포된 지 약 반 년이 지난 2025년 6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었다. 취임 직후라 아직 뚜렷한 정책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지수가 단 10여 일 만에 3000선을 돌파하며, 지난 정권의 무능과 그 존재 자체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큰 해악이었는지를 국민 스스로 체감하게 했다. 이는 단순한 지수의 회복이 아니라, 정치 정상화를 향한 시대적 흐름이자 국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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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명
2025.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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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 이재명 대통령 10대 공약 중 하나인 ‘기후위기 대응 및 탈탄소 전환’도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필자는 앞선 두 차례 기고를 통해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중요성, 그리고 광주·전남이 대한민국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핵심 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강조했다. 이번에는 광주·전남 친환경 에너지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새 정부의 지역 및 국가적 에너지 대전환 계획 수립 시 고려할 내용을 제안하고자 한다. 2050 탄소중립 혁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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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철
2025.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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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자가 일하는 광주노동권익센터로 외국인 유학생 A 씨가 한국인 학생 B와 함께 찾아왔다. 카페에서 1년 넘게 일하다가 최근 퇴사했는데 주휴수당과 퇴직금은 물론이고, 마지막 달 임금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인 학생도 같은 곳에서 일하면서 주휴수당을 지급받지 못한 상태였다.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면서 똑같은 임금 체불을 겪어서 우리 센터에 방문했지만, 상담을 마치고 나가는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방법은 확연하게 달랐다. 외국인 유학생 A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사업주의 입금을 기다리는 방법을 택했고, 한국인 학생 B는 즉시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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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주
2025.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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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민간단체는 공익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민주주의의 기반으로, 이들 단체의 자율성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은 올해로 25년을 맞았다. 이 법에 따라 비영리단체를 등록하거나 변경하려면 관할 시·도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되는데, 2025년 1분기 기준 광주광역시에 등록된 단체는 무려 703개에 이른다. 그런데 필자는 최근 광주시의 행정 절차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일을 겪었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필자의 근무 단체)이 사무소 이전에 따라 임대차계약서를 포함한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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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고형준
2025.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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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오월은 추념과 의기의 결집으로 여느 때와 다른 충만한 기운이 넘쳐난다. 정치 사회적으로도 그렇지만 문화예술계도 오월을 되짚는 여러 행사들을 특별 기획해서 시민과 외지 방문객들의 추모 재다짐의 의지를 모아낸다. ‘오월미술제’는 광주의 오월을 시각예술로 띄워내면서 ‘광주정신’을 되새기고 광주 안팎과 내일로 확장시키는 5월의 대표적 미술 행사다. 2020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해서 처음 시작했으니 올해로 여섯 번째다. 올해 ‘오월미술제’는 ‘생물민주주의’라는 주제로 민족미술인협회 광주지회(광주민미협)와 은암미술관이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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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호
2025.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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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올해는 비가 많을 거라는 소식이다. 여기저기서 짝을 찾는 개구리들의 울음소리가 시작되고 있다. 곧 깜깜한 밤을 생명의 노래가 가득 채울 것이다. 기후변화를 넘어 생물다양성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생물다양성은 동물, 식물, 미생물 등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의 다양성을 말한다. 이는 단순한 종의 수를 넘어 종 내의 유전적 다양성과 삼림지, 습지대, 산, 강 등 생태계 다양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생물다양성은 다양한 종들 사이의 관계를 통해 생태계의 환경을 조절하고 생태계가 균형과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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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
2025.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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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며, RE100 이니셔티브는 이제 우리 기업들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 됐다. 특히 전남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생산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지역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다. 수도권으로의 장거리 송전에서 비롯되는 비효율성과 한계를 고려할 때, 해답은 분명하다. 광주와 전남이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중심이 되어 생산된 에너지를 지역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연관 산업을 육성하며, 장기적으로 국가 에너지 산업 전환을 선도해야 한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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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철
2025.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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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의 뒤안길을 들여다보면 때로는 “양반 빨갱이”라 불리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정해룡(1913~1969)이라는 인물은 상당히 논란이 많은 존재다. 그가 “양반”이자 “빨갱이”라 불리게 된 이유는 단순히 그의 정치적 성향이나 사회적 위치 때문만이 아니다. 그가 살았던 시대의 정치적 격변과 그 속에서 자신이 선택한 길이 당시의 사회적 관념과 충돌했기 때문이다. 정해룡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거쳐 해방 후의 혼란스러운 시기를 살아간 인물이다. 그가 “양반”이라고 불린 이유는 그의 출신이 전통적인 조선의 양반 가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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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2025.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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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최종화가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연일 화제다. 현재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 조회수 1위, 넷플릭스 전체 순위 3위로 ‘오징어 게임’에 이어 문화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힘을 또 한 번 세계에 떨치고 있다. 늦은 시간 일정을 마치고 집에 오면 작품을 보며 훌쩍훌쩍 눈물을 훔치는 아내와 매 회차가 공개될 때 SNS에서 지인들의 눈물 후기가 올라오는 것만 봐도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매일 전쟁인 시국 탓에 아직 정주행은 못 하고 아내 옆에서 눈물 닦아주는 재미와 함께 띄엄띄엄 본 게 전부지만 최근 최종화를 봐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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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노
2025.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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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구인 공고를 들여다보면, 근로시간이 주 15시간 미만인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를 ‘초단시간 노동자’라고 부른다. 개인 사업자가 올린 구인 공고뿐 아니라, 정부에서 운영하는 각종 공공 일자리 또한 대부분 초단시간 노동자를 구하고 있다. 이러한 초단시간 노동자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조사에 따르면 초단시간 노동자는 2024년 12월 기준으로 174만 2000명으로, 2020년 109만 3000명과 비교하면 60%가 증가했다. 엄청난 증가 폭이다. 이러한 수치는 매년 역대 최대치를 찍고 있다.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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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주
2025.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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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 혼돈의 시대다. 분열된 국론은 용광로처럼 광장에 들끓고, 이를 부추기는 극한의 언설들이 군중의 흥분을 드높인다. 뜨거웠던 민주화운동과 촛불집회의 시기를 거쳐 왔지만 이토록 내전을 염려할 만큼 국민끼리 양분되어 맞싸운 적은 없다. 끝 모를 이 파국과 갈등 대립이 과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미래에는 한 조각 보탬이라도 될지 여전히 안개 속이다. 편협된 아집과 엇나간 과욕이 만들어낸 오작동이 쌓이다 급기야 뇌관을 건드렸고, 이에 편승하는 당리당략 이익집단과 동조하는 무리들의 광분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내몰았다. 무엇이든 시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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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호
2025.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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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월이면 각 학교는 학부모총회를 열어 새로운 학년을 시작한다. 그러나 최근 대전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아동 사망 사건이 던진 질문은 묵직하다. 아이들은 과연 안전하고 행복한 교육을 받고 있는가? 학교는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학교는 학생만의 공간이 아니다. 학부모 또한 학교 운영의 주체로서,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학교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때 침묵하거나 방관한다면, 그것은 아이들의 미래를 포기하는 일과 다름없다. 이제 더 이상 학교를 두려워하거나 망설일 필요가 없다. 학부모회와 학교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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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2025.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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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모기나 끓고 냄새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땅이여~”라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을 이제는 쉽게 만나기 어렵다. 기후위기에 몰린 지금 지구에서 탄소흡수원으로, 또 생물다양성의 중심지로 습지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중요성을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록습지와 평두메습지가 습지보호지역과 람사르습지로 지정되면서 지역에서 습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습지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라는 ‘공식’으로만 박혀 있던 개념이 ‘장록습지’와 ‘평두메습지’라는 실체로 우리 앞에 다가오면서 습지가, 또 습지의 가치와 중요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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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
2025.02.2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