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주 광주광역시청소년노동인권센터 공인노무사.
이연주 광주광역시청소년노동인권센터 공인노무사.

 요즘 구인 공고를 들여다보면, 근로시간이 주 15시간 미만인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를 ‘초단시간 노동자’라고 부른다. 개인 사업자가 올린 구인 공고뿐 아니라, 정부에서 운영하는 각종 공공 일자리 또한 대부분 초단시간 노동자를 구하고 있다. 이러한 초단시간 노동자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조사에 따르면 초단시간 노동자는 2024년 12월 기준으로 174만 2000명으로, 2020년 109만 3000명과 비교하면 60%가 증가했다. 엄청난 증가 폭이다. 이러한 수치는 매년 역대 최대치를 찍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일자리가 노동자들에게 좋은 일자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는 노동자의 주요 권리에서 벗어나 있다. 대표적으로 △주휴일 △유급 공휴일△연차유급휴가를 부여받지 못한다. 그 외에도 △퇴직급여 △기간제 근로자로 계속 근로기간 2년 초과 시 무기 계약 근로자로 보는 규정 △사대보험 가입 등에서 초단시간 노동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초단시간 노동자 매년 최대치 경신

 모든 노동자는 일주일에 한 번 돈을 받으면서 쉰다.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쉬면서 체력을 회복하여, 다음 노동을 열심히 하라는 의미다. 이때 받는 수당이 주휴수당이다.

 보통 주중(월~금) 일하는 주 5일 노동자는 일요일이 돈을 받으면서 쉬는 날이다. 다만, 월급제 노동자는 이때 받는 유급 수당이 기본급에 포함되어 있어서 잘 드러나지 않아서 모를 뿐이다. 시급제·일급제 노동자들은 일한 시간 외 추가로 받기 때문에 주휴수당 지급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다.

 주휴수당은 모두 같은 금액을 받는 것이 아니고, 일한 시간에 따라서 비례적으로 지급된다. 일반적으로 주 40시간 일하는 사람이 주 8시간 치를 받고, 주 25시간 일하는 사람은 주 3시간 치를 받는 식이다. 하지만 주 14시간을 일하는 사람은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위와 같이 계산해서 2.8시간 치를 주면 될 텐데 말이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퇴직급여도 받지 못한다. 노동자가 한 사업장에서 계속하여 1년 이상 일하는 경우, 계속 근로기간 1년에 30일 치 이상의 평균임금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초단시간 노동자는 아무리 오래 일을 해도 한 푼의 퇴직금도 받지 못한다. 주 15시간 이상과 미만을 반복하는 노동자의 경우에는 초단시간으로 일한 기간은 퇴직금 지급 대상의 기간에서 제외한다.

 이 또한 주휴수당과 마찬가지로 비례적으로 지급하면 될 텐데 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2021년 합헌 결정을 한 바 있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전속성이나 기여도가 낮아서 퇴직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차별 없는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노동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거의 전적으로 사업주에 의해서 결정되는 사항인 근로 시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더욱 문제가 될 것이다. 다른 나라의 노동법을 살펴보아도, 우리 법의 초단시간 노동자처럼 아예 권리를 박탈하는 경우는 찾을 수 없다. (대다수의 나라가 통상 근로자와 단시간 근로자를 비례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법 울타리 바깥 노동자 둬선 안돼

 우리 법은 사업장의 규모(5인, 10인, 30인)에 따라서 적용되는 법률을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근로 시간에 대해서는 단시간 노동자라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아야 하며, 통상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비례하여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단시간 노동자는 주 15시간을 기준으로 나누고 적용 제외 규정을 정하는 것은, 더욱 보호해야 하는 노동자를 오히려 법 테두리 바깥으로 밀어내고 있다. 고용주들은 이런 초단시간 노동자가 법의사각지대에 있다는 약점을 이용하여, 사업장의 고용 유연성을 제고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초단시간 노동자가 역대 최대치를 매년 경신하는 이유다.

 하지만 사업주들이 알아야 할 점이 있다. 초단시간 노동자를 채용하는 것이 인건비 절감의 만능책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쪼개서 초단시간 노동자 여러 명을 채용하여 상시근로자 수 5인 이상 사업장이 되는 경우도 있다. 상시근로자 수 5인 이상 사업장이 되면, 오히려 사업장에서는 지켜주어야 하는 점이 늘어난다.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인건비 계산 및 인력 관리 등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늘어나는 것도 무시하지 못한다.

 초단시간 노동자가 대폭으로 확대되는 추세에서 더 이상 초단시간 노동자를 법 울타리 바깥의 노동자로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적극적으로 초단시간 노동자를 법의 보호 테두리 안으로 끌어와야 할 것이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여타 단시간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비례적으로 법을 적용하면 된다. 근로 시간이 짧으니, 적게 주휴수당을 주고, 적게 퇴직금을 주면 된다. 초단시간 노동자 중에는 여성, 청년, 고령자, 보건 사회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언젠가는 저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더 이상 초단시간 노동자를 외면하지 말자.

 이연주 광주노동권익센터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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