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노 광주광역시의원.
이명노 광주광역시의원.

 최근 최종화가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연일 화제다. 현재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 조회수 1위, 넷플릭스 전체 순위 3위로 ‘오징어 게임’에 이어 문화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힘을 또 한 번 세계에 떨치고 있다. 늦은 시간 일정을 마치고 집에 오면 작품을 보며 훌쩍훌쩍 눈물을 훔치는 아내와 매 회차가 공개될 때 SNS에서 지인들의 눈물 후기가 올라오는 것만 봐도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매일 전쟁인 시국 탓에 아직 정주행은 못 하고 아내 옆에서 눈물 닦아주는 재미와 함께 띄엄띄엄 본 게 전부지만 최근 최종화를 봐버린 터라 ‘폭싹 속았수다(폭삭 속았우다)’라는 제주 방언의 뜻을 알아버렸다. ‘속았다’는 게 아니라 ‘몹시 수고 많았다’는 뜻이란다.

 제주에서 태어난 소녀 오애순(아이유/문소리 역)의 고된 인생 서사를 입체적 구성으로 담아낸 작품은, 보는 이들의 마음 한 켠에 담아온 가족애와 사랑의 아련함을 쌉싸름하게 어루만져주고, 그 마지막에 수고 많았다는 위로로 응축한 눈물샘을 터뜨려버렸다.

 대한민국 역사를 위로하는 드라마

 문화예술 작품은 늘 시대상을 대변하고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거나 마음을 위로해 준다. 그러나 ‘폭싹 속았수다’가 주는 위로는 시대상을 넘어 대한민국의 역사를 위로하고 있다.

 애순이가 날 때부터 첫사랑에 빠질 때, 아이를 낳아 키우고 그 아이가 아이를 낳는 모습을 보고, 첫사랑을 떠나보낸 뒤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까지, 마치 한 사람의 삶에 비유한 우리나라의 굴곡진 역사를 보여주는 듯했다.

 우리 역사는 어느 한 날도 평탄한 때가 없었다. 침략과 침탈의 역사부터 가족에게 총구를 들이대며 등지게 된 아픔까지 겪었다. 외교적 굴욕과 이웃의 도움을 받는 시간을 넘어 언젠가는 머리띠를 두르고 정의를 쟁취해 낸 희생의 역사를 거쳤고, 손에 손잡고 배고픔을 이겨낸 날도 있었다. 소중한 국민을 잃은 참사를 숱하게 겪었고 그때마다 서로를 위로하며 이겨내고 꿋꿋이 살아왔다. 우리는 모두 애순이였다.

 그 모든 애순이들은 지금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떻게 만들어온 평화인지 알아서 반헌법적인 정부와 여당의 작태가 더 화나고 속이 쓰리다. 몇명이 죽어서 만들어진 민주주의인가. 얼마나 힘들게 세운 삼권 분립과 사법 정의인가. 내란을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 윤석열에게 탄핵 선고는 왜 그렇게 늦어진단 말인가. 좀처럼 봄이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지금, 어두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 나라의 모든 애순이에게 한마디 건네고 싶다.

 “폭싹 속았수다.”

 지금까지 모든 국민이 너무나도 고생 많았다. 그리고 막연하게 주문처럼 말하고 싶다. 다 잘될 것이다. 애순이는 늘 꿋꿋하게 견디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극복해 왔다. 다가오는 시련은 잠시일 뿐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났다. 폴짝 뛰기 전의 고양이는 항상 가장 움츠린 자세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는 어둠 속에 살고 있는 게 아니라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고, 우리보다 앞선 더 아팠던 애순이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지 않았는가. 이 모든 시간이 언젠가 다 지나가면 그 시간을 추억할 날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 지쳐 쓰러지지만 않으면 된다.

 세상이 시련을 준다면, 우리는…

 마침 드라마의 외국판 제목도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로, 미국 철학자 앨버트 허버드의 명언,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 (세상이 너에게 레몬(시련)을 준다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의 ‘레몬’을 ‘귤’로 바꾼 말이다.

 본 작품은 우리에게 상황이 어려워도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우리 한번 그렇게 극복해 보자.

 눈보라 치는 아스팔트 바닥이 제아무리 차갑고, 배고픈 민생과 다가올 날들이 아무리 두려워도, 화마가 삶을 뒤덮은 재앙이 세상 모든 걸 앗아간 것만 같아도. 우리는 늘 극복하지 않았던가. 정말 조금만 더 힘내보자. 긍정적인 마음을 서로서로 전해주며 지치지 말고 조금만 더 맞서보자. 레모네이드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작중, 자식을 잃은 애순이 말했다.

 “살민 살아진다(살면, 살아진다).”

 이명노 광주광역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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