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삶]

제비.
제비.

 요즘 핫한 광고 중의 하나가 바로 우체국 광고이다. 광고의 주인공은 ‘제비’이다. 제비가 우체국을 소개한다. 우체국 표식을 보고 그동안 그게 제비인지 뭔지 아마 알기 힘들었을 것이다. 새 모양을 삼각형과 네모로 만든 도형 모음이기 때문이다. 우체국에선 초창기부터 반가운 소식을 물어오는 상징으로 제비를 차용했지만 그걸 굳이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니 우체국의 날렵한 새 모양이 그냥 빠른 새일까? 하고 나처럼 착각하는 분들도 많았을 것이다. 참고로 국민은행의 상징은 까치이다. 페인트 회사의 상표도 제비표가 있고, 백곰표 밀가루와 변기도 있다. 의류 회사들도 동물을 상표로 많이 쓰고 무스탕, 재규어, 임팔라 등등 자동차 회사는 특히 동물 이름을 많이 붙인다. 동물은 아주 효과적이면서도 모델료 한 푼 안 드는 광고이기 때문이다.

 제비는 작자미상의 고전소설 흥부전이나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를 통해 우리에게 행운을 불러오는 행운의 새로 잘 알려져 있다. 비록 집을 더럽히더라도 제비가 처마 맡에 집을 지으면 그걸 절대 헐지 않았다. 문학의 작은 힘이 이처럼 천년을 넘게 어떻게 한 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지를 우린 제비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제비.
제비.

 반면 늑대나 여우처럼 잘못 억울하게 찍힌 동물이 어떻게 처참하게 몰락하는지도 엿볼 수 있다.

 제비는 비록 작지만 거의 4000km가 넘는 초장거리를 이동하는 주기적인 철새이면서도 도래하면 텃새처럼 사람 곁에 머물러 살며 독립적으로 번식과 먹이 활동을 이어가는 방랑자이면서도 붙임성이 풍부한 낭만적인 새이다.

 물찬 제비란 표현은 물 위를 날렵하게 날면서 주로 파리나 벌 같은 날벌레를 사냥하고 그 뜨거워진 몸을 그대로 물에 살짝 적시는 제비 특유의 멋진 몸짓을 표현한다. 그들은 모든 날벌레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최강의 ‘저승사자’다. 그들의 더욱 놀라운 특징은 하루에 수백 번 사냥하는 그 입으로 진흙과 지푸라기를 물어다 자기 침과 반죽하여 놀랍도록 단단하고 정교한 둥지를 짓는다는 것이다. 제비집은 이질적인 딱딱한 벽과 진흙과 수분이 놀랍도록 잘 배합된 3D 디자인의 결정체이다. 또한 최강의 자연 친화적인 생태 재료로 일정 기간 벽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가 시간이 경과하면 바로 자연 분해되어 버리는 한시적인 건축물이다. 놀랍게도 그 분해 기간은 제비가 2번 번식하는 기간과 거의 일치 한다. 인간의 흙집과 도자기도 이런 제비의 건축술을 당연히 모방하였을 것이다.

제비집.
제비집.

 우리나라에 오는 제비는 크게 제비와 귀제비(굴뚝제비, 명매기)가 있다. 제비는 우리가 곁에서 늘상 보는 귀엽고 날렵한 제비들이고 귀제비는 인가뿐만 아니라 다리 밑이나 절벽 밑에도 입구가 좁고 길쭉한 호리병 같은 구조의 집을 짓는 보기 드문 제비이다. 일단 귀제비의 집이 벌집처럼 훨씬 정교하고 모양도 그럴싸하지만, 제비는 자기 집과 생활을 일부러 사람에게 노출시킴으로써 사람을 스스로 자기 보호자로 길들였다는 점에서 제비가 훨씬 영리하다.

 땅에 떨어진 제비 새끼를 구해서 키우면 일반 야생 새들과 달리 사람을 무척 잘 따른다. 생김새 역시도 눈과 얼굴과 입술이 몸에 비해 커서 매우 귀엽다. 예전에 흥부전의 제비가 있었던 것처럼 근래에는 카바레의 잘생긴 제비족이 성행한 적도 있었다. 제비 꼬리처럼 아래가 두 갈라진 긴 정장을 연미복이라 부르고 주로 오케스트라 지휘자나 왕족이나 고관들이 파티에서 입는 가장 격식 있는 옷으로 통한다. 제비족들이 주로 이런 연미복 같은 깔끔한 정장들을 입어 제비족으로 불렸다고도 한다. 제비는 암수의 생김새가 거의 같다. 보통 이런 성별 동형의 동물들은 평생 해로를 한다. 한번 짝을 맺으면 매년 함께 따뜻한 나라를 찾아 평생 해외여행을 즐기며 산다. 여름에는 우리나라에 살고 겨울이 오기 전 패키지처럼 수많은 제비가 한데 모여 함께 남쪽 나라를 향해 다 같이 출발한다. 제비를 보면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삶의 형태 같지만 이런 장거리 여행에서 수많은 제비가 낙오되어 바다로 빠져 죽는다고도 한다. 카바레 제비의 유혹이 얼마나 강렬했을지 모르지만 다른 여러모로 봐도 제비는 참으로 낭만적이고 향기로운 새이다.

 최종욱 <수의사>

 ▲제비(燕 연 / Barn swallow)

 - 학명 : Hirundo rustica

 - 분류 : 척삭동물 > 조강 > 참새목 > 제비과 > 제비속 > 제비 (7아종)

 - 크기 : 날개길이 11-12cm, 몸길이 17cm, 꼬리길이 7-10cm, 몸무게 12-22g 정도

 - 식성 : 모기, 파리, 딱정벌레, 매미, 날도래, 하루살이, 벌, 잠자리 등 여러 곤충

 - 수명 : 평균 4~8년, 10년 이상 살기도

 - 서식지 : 농촌 및 농경지, 전 세계적인 분포, 추위를 잘 못 참아 따듯한 곳으로 이동하는 철새

 - 번식 : 4-7월경이며, 한배에 3-7개의 알 산란. 연 2회 번식, 알을 품은 후 13-18일만에 부화, 20-24일이면 둥지 이소, 암수가 함께 양육

 - 천적 : 황조롱이, 새매, 고양이, 뱀 등

 - 멸종위기등급 : 최소관심(LC, Least Concern, 출처 : IU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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