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삶]

긴팔원숭이.
긴팔원숭이.

 제3의 유인원, 우리가 보통 원숭이라고 칭하는 이 긴팔원숭이는 우리 인간과 같은 유인원으로 분류된다. 특별히 이들을 따로 소형 유인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들이 유인원인 까닭은 일단 꼬리가 없고 마주 보는 엄지와 더불어 다섯 손가락이 잘 발달 되어 있고, 사회성과 지능이 침팬지만큼이나 높기 때문이다.

 이 유인원은 중국 남부에도 살며 그래서 조삼모사(朝三暮四) 고사에 나오는 똑똑한(?) 원숭이가 바로 이 원숭이라고 한다. 그런데 분류가 어떻든 참 보면 볼수록 남미나 마다가스카르의 여러 가지 모양으로 진화된 신대륙 원숭이(특히 거미원숭이)들과 참 닮았다. 흔한 일본원숭이나 히말라야원숭이 같은 아시아대륙에 널리 분포돼 사는 구대륙 원숭이하고는 사는 곳은 일치하지만,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특히 이들의 인상적인 긴 팔은 영화에서나 애니에서나 여러 가지 버전으로 주로 트롤이나 괴물로 나온다. 최근작 유명 애니 ‘진격의 거인’에서 엄청난 위력의 투석전을 벌이는 짐승 거인 역시 이들을 모티브로 만든 것이다. 사람의 손이 이들보다 몸에 비해 짧은 건 나무에서 내려와 지상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만일 검치호랑이가 두려워 나무 위에 살았던 초기 인류였다면 아마도 이들처럼 팔이 길었을 것이다. 그래서 여전히 나무 위의 사람이라 일컫는 오랑우탄 역시 이들처럼 팔이 길다.

 이들은 이 긴 팔로 나무 위에서 새끼를 앉은 체 시속 50km의 속도로 휙휙 거의 날아다닌다. 타잔은 감히 흉내도 못 낼 나무타기 실력이다. 이들은 우리나라나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긴팔원숭이보다는 기번(gibbon)이라는 영어식 이름으로 더 불리 운다. 근데 이들을 보면 다른 유인원인 침팬지 고릴라 등과 비교해, 마치 야단맞는 아이처럼 다소곳하고 선하게 생겼다. 행동거지 역시 나무 위나 땅 위에서 느릿느릿하다. 자기를 누가 특별히 괴롭히지 않으면 숲의 요정처럼 한없이 존재를 드러내려 하지 않고 가려먹는 채식주의를 하면서 마치 명상하듯 평화롭게 산다. 물론 보이는 게 다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보이는 것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의 관상을 본다거나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동물 역시도 매한가지. 포식자인 호랑이와 독수리는 사납고 날카롭고 생겼고 피식자인 영양이나 비둘기는 그지없이 선하게 생겼다. 아무튼 이 원숭이는 마치 수줍은 아이같이 생긴 것처럼 대개의 생활이 부드럽고 조용하다. 그리고 더욱 특출난 점은 유인원 중 유일하게 사람처럼 일부일처로 평생 해로하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천상의 집인 나무 위에서 대를 이어 가족들과 평생을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삶을 사는 이들은 이들밖에 없다.

 사람과 닮은 유인원들을 동물원에 가두면 왠지 보기조차 심히 부담스럽다. 자연환경이 잘 갖추어지면 그나마 좀 나은데 좁은 곳에 사람들 눈요깃거리로 바라보는 건, 마치 내가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찝찝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 작은 유인원 기번은 다른 원숭이들처럼 그리 큰 거부감이 들지 않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동물원 내에서도 아무래도 동물들에 따라 인기와 차별이 있는 건 피할 수 없다. 판다와 미어캣을 완전히 동일한 마음으로 대할 수 없는 것이 또한 사람의 마음이다. 그들을 같은 선상으로 바라보는 게 가능한 이들은 아마도 완벽한 자연주의 철학자들이나 될 것이다.

 기번은 대표는 흰 손과 검은 손 기번인데 몸 색깔이 아닌 손등과 발등 색깔로 그들을 구분하는 게 특이하다. 처음에 똑같은 검정색 원숭이라고 생각했다가 점차 검은 바탕에 흰 손을 가진 개체들이 자주 발견되고 그들만 따로 어울리는 것이 보여 흰 손 기번으로 최종 분류하였을 것이다. 이들 기번들은 매일 아름다운 고음의 노래를 부르며 서로를 확인하고 고요한 밀림을 살아 숨 쉬게 만든다. 심지어 함께 노래하던 짝이 죽으면 슬퍼서 따라 죽기도 한다. 서로 물어뜯기도 하고 또 다른 유인원들을 심하게 괴롭히는 유인원들을 보다가 잠깐 이들에게 시선을 돌리면 그래도 조금 바라보는 게 편안해진다. 어쩌다 유인원으로 승격되어 인간에게 더욱 관심을 받는 긴팔원숭이 기번들, 이들에겐 과연 그것이 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최종욱 <수의사>

 ▲긴팔원숭이 (gibbon, 狙(저), 長臂猿장비원)

 - 학명 : Hylobatidae

 - 분류 : 척삭동물 > 포유강 > 영장목 > 긴팔원숭이과 > 1과 4속 17종

 - 크기 : 몸길이 약 60∼76㎝, 몸무게 10kg 내외(샤망은 8~13kg), 꼬리 없음

 - 식성 : 주식으로 과일, 새순, 작은 곤충, 알 등도 먹음

 - 수명 : 평균 25~30년(최대 44년)

 - 서식지 : 인도차이나, 수마트라, 자바, 보루네오 등지의 열대우림 상층부

 - 번식 : 일부일처제, 임신기간은 210∼240일이며 한 배에 1마리씩 낳는다.

 - 천적 : 호랑이, 표범, 맹금류, 비단뱀, 바다악어, 구름표범, 아시아황금고양이 등

 - 멸종위기등급 : 위기(EN : Endangered, 출처 : IUCN)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드림투데이(옛 광주드림)를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드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