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삶]

맥.
맥.

 맥(테이퍼)을 보통 신이 남은 찌꺼기로 만든 동물이라고 천시하며 부른다. 맥은 보통 몸길이 2m, 몸무게 200kg(최대 500kg), 어깨높이 1m, 꼬리 길이 겨우 10cm로 불완전한, 하마의 몸, 코끼리의 코, 코뿔소의 눈을 가지고 있고 그 중 말레이 맥은 판다처럼 검고 하얀 털의 색 등 여러 동물의 조합 작품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리 보면 신이 창조한 마지막 완성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섞인 모습들이 또한 참으로 조화롭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보는 관점에 따라 사물이 이렇게 달라 보인다. 원효대사의 ‘일체유심조’란 말이 문득 떠오른다.

 맥은 동양의 오랜 전설에도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다. 우리 고대 조상도 맥족 또는 예맥족이라고 부르며 이 맥이란 동물을 신성시한 민족이었다. 전설의 맥은 몸은 곰이고, 코는 코끼리, 눈은 코뿔소, 꼬리는 소, 발은 호랑이와 비슷하다고 했다. 또한 맥은 쇠를 먹고 살았으며 머리는 작고 다리가 짧고 흑백의 얼룩무늬에 털은 짧으나 광택이 나는 동물로 사람들의 악몽을 먹어 치우는(몽식맥), 인간의 수호신으로 불렸다.

 말레이맥의 경우 현재는 태국,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일부 지방에 한정돼 2000마리 정도 소수가 살아있으나 예전엔 중국과 동남아 전체에 살았었다.

 옛날부터 맥은 맛이 좋다고 소문나서 사냥이 성행하였고 서식지의 파괴로 지금은 말레이반도 끝단까지 쫓겨나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멸종위기의 동물이다. 마치 고라니가 아시아 전 대륙에 걸쳐 살다가 마지막 안식처로 한반도에 몰려 사는 것과 유사한 이유이다.

 체구만 조금 다르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맥들이 아시아에 말레이맥 1종, 남아메리카에도 현재까지 베어드맥, 산악맥, 남아메리카맥(브라질맥, 미국맥), 작은검은맥(2013년 발견) 4종이 살고 있다. 이는 지구의 역사 한 가운데 남극,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오스트레일리아와 아라비아반도와 인도 아대륙을 포함하는 거대한 남반구의 초대륙 ‘곤드와나’의 존재를 나타내는 강력한 증거이기도 하다.

 맥은 이 초대륙에 약 2000만 년 전에 나타나 자유롭게 살다가 대륙 이동에 따라 서로 갈라지긴 했지만 지금도 서로 그 모습 그대로 살고 있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이상 동물이다.

 말레이맥은 중국의 판다처럼 검은 몸에 어깨부터 엉덩이까지 몸 후반부에 하얀 띠무늬가 있어 판다처럼 매력적으로 보인다. 이는 역시 판다처럼 산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위장 무늬로 보인다. 맥은 어렸을 때 사슴이나 멧돼지 새끼처럼 검은 바탕에 예쁘고 선명한 하얀 줄과 점무늬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리고 약 6개월에 후에 차츰 그 무늬가 사라지면서 어른이 되어간다.

 이 새끼의 독특한 무늬는 새끼임의 표식이자 보호색이기도 하다. 당신들은 ‘작고 예쁜 나를 보호해 주어야 해요’라고 마치 차량 뒤에 붙이는 무언의 스티커처럼 어른들에게 간절히 부탁하는 호소의 무늬이기도 하다.

 맥은 코뿔소와 얼룩말과 같은 기제류 동물로 비록 초식은 하지만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인 위기에 처하면 매우 공격적이고 사납게 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미의 재규어나 아시아의 호랑이들도 이들을 거의 사냥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직 사람만이 이들의 생사를 좌우할 뿐이다. 고기 맛이 꽤나 좋은 탓에 최근까지 오랫동안 원주민과 정복자들에게 사냥당해왔다. 이들은 ‘숲속의 정원사’로 불릴 정도로 대식가이자 방랑자로 많은 식물을 먹고 배설물을 통해 종자를 온 숲속에 퍼트린다. 만일 맥이 맛이 없고, 전설이 그대로 이어져 왔더라면 맥은 인도의 소들처럼 정글을 마음대로 활보하고 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전설도 유효 기간이 있는지, 어느덧 우리의 악몽을 대신 먹어준다는 멋진 전설은 사라지고 그들 뒤에는 멸종의 그림자만 어둡게 깔려있다.

 최종욱 <수의사>

 ▲맥( Tapir, 테이퍼, 타피르, 바쿠)

 - 학명 : Tapirus Brunnich, 1772

 - 분류 척삭동물 > 포유강 > 기제목 > 맥과 > 맥속 > 말레이맥(T. indicus), 베어드맥(T. bairdii), 남아메리카맥(T. terrestris), 산악맥(T. pinchaque), 작은검은맥(T. kabomani) 5종

 - 크기 : 키(어깨높이) 70~120cm, 몸길이 130~250cm, 몸무게 110~540kg, 앞발가락 4개,

 뒷발가락 3개, 말레이맥이 가장 큼

 - 식성 : 초식 - 잎, 새싹, 작은 가지, 과일, 풀, 수생 식물, 숲의 정원사

 - 수명 : 25~30년

 - 서식지 : 열대 우림이나 산악, 물 근처를 선호, 수영을 잘함

 - 번식 : 3년 후 성 성숙, 13개월(390일)의 임신기간, 한 마리 출산, 6.8kg, 6개월 후 이유

 - 천적 : 인간, 악어, 재규어, 수마트라호랑이, 퓨마 등/ 강력한 이빨로 천적 물리침

 - 멸종위기등급 : 위기(EN)~취약(VU- IUCN)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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