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순의 호남의 명산] 장흥 억불산(517.4m)
며느리바위 압권, 마음까지 치유되는 편백나무 숲길

억불산 정상.
억불산 정상.

 장흥 억불산億佛山(517m)은 면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싼 산중에 하나다. 미국의 1달러 환율을 한화 1300원으로 계산하고, 1억 불이면 억불산의 가치가 어마어마하다고 호사가들은 말한다.

 억불산은 천관산, 제암산, 사자산과 함께 장흥의 4대 명산에 속한다. 장흥읍 동남쪽에서 읍내를 굽어보고 있으며 코뿔소의 뿔처럼 툭 튀어나온 며느리바위의 웅장한 위용이 압권이다.

 억불산은 골고루 잘 차려진 밥상과 같다. 힐링 명소로 이름난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는 60년전에 조림된 곳으로 약 47만 그루의 편백나무가 자라는 광활한 숲이 있다. 억불산 중턱에 있는 장흥 정남진 천문과학관, 배롱나무가 아름다운 평화리 송백정(松百井), 고영완 가옥 그리고 국내 유일의 귀족 호도박물관이 있다. 삼국시대부터 1000년 세월을 전해오는 전통 발효차 청태전靑苔錢을 억불산 아래에 있는 평화다원(061-863-2974)에서 즐길 수 있다.

 ‘말레길’ 따르면 가뿐하게 정상까지

 억불산은 두 얼굴을 가졌다.

 우드랜드에서 출발하는 말레길은 ‘마루’를 뜻하는 장흥 사투리로 정상까지 3.8km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유모차를 끌고 오를 수도 있을 정도로 부드럽다. 이 길 덕분에 남녀노소 힘들지 않게 정상을 밟을 수 있다.

 하지만 정상을 지나서 며느리바위로 내려가는 까칠하다. 길은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아찔한 암벽과 수직 암봉 사이에 있는 너덜지대는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을 정도다.

조망대.
조망대.

 들머리는 대체로 우목제 주차장을 기점으로 잡지만 고영완 가옥이 있는 평화리에서부터 출발하는 것도 좋다. 평화리에 있는 송백정은 작은 연못이다. 100년 넘는 배롱나무 5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흰색, 보라, 분홍, 빨강색 4가지 꽃이 어우러진 꽃동산이다.

 연못에는 앙상한 기둥이 남아 있는데 그 내력이 재미있다. 2대, 5대 국회의원을 지낸 독립운동가 고영완씨가 연못에 정자를 지으려다 그 비용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사용하는 바람에 정자를 다 짓지 못하고 기둥만 남았다고 말한다. 송백정 연못에는 억불산 정상의 모습이 연못에 잠긴 것 같은 반영이 인상적이다.

 전라남도문화재자료 제161호인 고영완 가옥은 1852년 그의 할아버지 고재극이 정화사라는 절이 있던 자리에 건립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고옥의 정취가 잘 보존되어 있어서 영화, 드라마 촬영지로도 인기 있는 곳이다.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있지만 후손들이 거주하고 있으므로 관람에 주의하자.

 고영완 가옥이 있는 평화리는 상선약수(上善若水) 마을로 불리는데 백제시대 때부터 사용하던 ‘안샘’을 복원해 지금도 우물로 사용한다. 세월이 오래되어 모양은 조금 볼품없지만 물은 그대로 마실 수 있다.

 힘차게 흐르는 개울을 따라 300여 m 오르면 외딴 기와집을 만난다. 기와집 뒤쪽에 있는 ‘정상 2.4km’ 이정표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숲으로 들어서면 키 큰 삼나무 숲과 조릿대길이 이어진다. 등산로와 임도가 서로 교차하는 곳이 여럿 있지만 이정표가 잘 갖추어져 있어 크게 혼돈되지는 않는다.

편백숲.
편백숲.

 편백나무 숲 산림욕장을 지나는 곳에 있는 정남진 천문과학관은 우드랜드 방문객들과 별을 보려는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가 좋다. 오후 2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개관한다. 천문과학관에서 정상까지는 1.1km 은근한 오르막이다.

 정상 직전에는 엎진바위가 있다. 커다란 두꺼비가 먹이를 잡기 위해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다. 천관산 연화대가 정면으로 보인다.

 8부 능선부터는 산철쭉이 군락지를 이루고 있어 4월이면 연분홍 꽃물결이 장관이다. 정상 주변에는 널따란 데크 조망대가 있다. 장흥읍내를 비롯해 멀리 회진 앞바다와 완도 금당도까지도 보인다. 남쪽으로 천관산, 천태산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고흥 천등산, 거금도 적대봉이 보인다.

 북쪽으로 제암산, 수인산이 서쪽으로는 월출산, 화방산까지도 금방 손에 잡힐듯하다.

 정상석에는 산 높이가 ‘518m’로 되어 있다. 지역적인 상징성을 감안해 의도적으로 맞춘듯하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도는 517.4m로 표기하고 있다. 정상 암반 지대에는 예전에 봉수대가 있었다. 전일산 봉수에서 신호를 받아 북쪽 수인산 봉수를 통해 전라병영성까지 전달된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0.1km만 내려가면 암릉지대를 우회하는 길이 있다. 시원한 조망도 일품이지만 바위를 넘나드는 짜릿함도 있다.

 갈림길에서 며느리바위로 내려가는 능선길은 말 목덜미처럼 부드럽고 고흥 득량만과 완도 바다가 두루 보인다. ‘며느리바위 구간 입산통제’ 안내판이 있다. 안전을 위해 장흥군 산립보호팀(061-860-6082)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표기되어 있다. 데크계단 아래 석축은 예전에 억불사가 있던 곳이다.

며느리바위.
며느리바위.

 며느리바위 전설, 희망 메시지로 바뀌었으면

 며느리바위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규모와 분위기에 압도된다. 며느리바위는 아이를 업고 있는 여자의 모습처럼 보인다.

 ‘욕심 많은 시아버지와 착한 며느리’라는 전설이 있다. 옛날 어느 마을의 구두쇠 영감은 시주하러 온 스님을 박절하게 대했다. 그것을 본 착한 며느리는 스님에게 용서를 빌었다. 그러자 스님은 며느리에게 “곧 이 마을에 물난리가 있을 것이니, 무슨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지 말고 앞산으로 가라”고 말해 주었다.

 스님의 말대로 마을에 홍수가 났다. 며느리는 물난리를 피해 산을 오르다가 “나를 두고 혼자만 가느냐?”는 시아버지의 애절한 부름에 뒤를 돌아보자마자 그만 바위로 변해 버렸다는 이야기다. 전설은 전설일 뿐이지만 이제는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바꾸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협곡 너덜지대.
협곡 너덜지대.

 며느리바위에서 하산하는 계곡은 좁은 바위지대를 손발을 모두 사용해야 할 정도로 사납다.

 좌우로는 아찔한 낭떠러지이고 경사가 심해 발걸음 떼기가 조심스럽다. 며느리바위는 카메라에 전체를 담기 힘들 정도로 높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어림잡아 50m 가 넘어 보이는 단일 암봉이다.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드러난 암봉의 규모에 경외감이 든다.며느리바위 옆으로 난 좁은 협곡은 채석장에 있는 커다란 돌무더기를 통과하는 듯하다. 바위들이 곧 쏟아질 것 같기도 하고 불안정하다. 다행히 안전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너덜지대 구간은 속도가 나지 않는다. 안전에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좌우로 칡넝쿨이 많기에 너덜지대를 끝까지 내려가면 된다. 20분 정도 소요된다. 숲에는 이정표가 없지만 선답자의 리본이 길잡이 구실을 한다. 편백이 울창한 숲에서 처음 만나는 임도에서 왼쪽으로 꺽어서 10분 정도 따라가면 우드랜드다. 차량 회수를 위해 평화리 쪽으로 가려면 청소년수련원으로 직진하면 된다.

장흥 억불산 개념도.
장흥 억불산 개념도.

 ▲산행 길잡이

 평화리~송백정~단독기와집~갈림길~푸조나무쉼터~천문과학관~정상~며느리바위~편백나무숲~임도~우드랜드(약 6.7km, 3시간 40분 소요)

 ▲숙식

 우드랜드 안에는 숙박시설도 갖추고 있지만, 편백소금집(864-7388)의 편백소금찜질방과 효소 찜질과 편백톱밥효소찜질도 인기다. 편백과 소금해독을 주제로 한 소금마사지방, 소금해독방, 편백반신욕방, 황토방 등의 찜질방을 갖추고 있다. 이용료는 성인 8000원, 단체(20인 이상)는 6000원 한다.(편백효소찜질은 2만 원 추가) 기본 이용 시간은 5시간이며 24시간 운영한다.

 글·사진= 김희순 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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