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순의 호남의 명산]고흥 두방산(486.4m)
주상절리, 암릉 너머로 여자만과 득량만이 보이는 특급조망

비조암.
비조암.

 고흥 두방산(斗傍山 486.4m)은 ‘점입가경’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산이다. 벌교와 고흥반도 경계에 있는 두방산은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양파같은 매력이 있다.

 일단 산에 발을 들여 놓으면 숨은 매력이 하나씩 드러난다. 낮은 높이에 비해 조망이 탁월하다. 순천만을 비롯해 여자만과 득량만, 고흥반도 황금들판이 한눈에 조망된다.

 굵직한 암릉 산세이지만 부드러운 능선을 가지고 있다.

 귀절암이 있다 하여 귀절산, 말의 명당이 있다하여 말봉산이라고 불렸고, 고문헌에는 지리산, 지래산 등 다양한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다. 크고 작은 골짜기가 있지만 물이 없는 건산 지형이다.

 두방산은 근처의 병풍산, 비조암, 첨산까지 4개의 봉우리를 하나로 연계해서 많이 찾는다.

두방산 초입.
두방산 초입.

 4개의 산은 모두 바위덩어리인데, 자세히 보면 서로 다른 특색과 매력이 있다. 두방산은 주상절리가 발달해 있고, 병풍산은 정상 부분이 머리띠를 두른 것 같은 바위지대다. 비조암은 거대한 바위를 도끼로 자른 듯한 수직 암릉이 압권이다. 첨산은 뾰족한 삼각뿔 모양으로 고흥을 지키는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순신 장군의 군관이었다가 훗날 의병을 일으킨 송대립(1550~1598) 장군의 충혼이 서린 곳이다.

 의병들의 기상이 서린 곳

 당곡마을 주차장에서 0.3km 거리에 들머리가 있지만, 0.6km 더 지난 용흥사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300년 된 보호수가 있는 용흥사는 암자 수준의 사찰이다.

 담장을 끼고 돌아가면 두방산 정상, 코재, 병풍산으로 갈라지는 이정표가 있다. 정상까지는 1.1km 거리다.

 20분 정도 가파르게 올라가면 거대한 석벽에 커다란 동굴이 두 개 있다. 귀절암 터, 또는 해조암海眺岩 터라고 불린다. 암자의 흔적은 없다. 이곳에서는 멀리 첨산과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해조암터.
해조암터.

 두 개의 동굴은 성인 2~3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석간수가 흐르고 있다. 피부병을 고치는 물이라는 이야기가 전해 오지만 마시기에는 망설여진다. 동굴 안에는 무속인들이 기도할 때 사용하는 물품들이 놓여있다.

 전망대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50m 거리에 있는 전망대는 수직 절벽이다. 시야가 완전히 열려있어 동강면 일대와 여자도, 장도, 멀리 팔영산까지 두루 보인다.

 두방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여자만과 득량만, 두 개의 바다가 좌우로 보이는 멋진 풍경이다.

 두방산 서쪽으로 봉두산이 나란히 서 있다. 봉두산(鳳頭山 426.1m)은 산행지로는 주목받지 못하지만, 풍수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택지로 꼽힌다. 풍수에서 봉황의 머리에 해당하는 곳이다. 봉두산 아래 마륜리는 여산 송씨 집성촌이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과 함께했던 호국 인물들의 마을이다. 이순신장군의 선봉장이었던 신여량 장군의 정려각이 있고, 군관이었던 송대립장군 부자를 모신 쌍충정려각도 있다. 노량해전까지 함께했던 송희립 장군도 이곳 출신이다.

조망대.
조망대.

 주상절리 장군바위 전설

 두방산 정상 직전의 암릉지대에는 돌기둥 형태의 바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세월을 이기지 못한 주상절리 조각들이다.

 두방산을 비롯한 고흥반도에는 후기 백악기에 분출된 응회암 주상절리가 넓게 분포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도화면 유주산, 영남면 팔영산, 우미산 용바위, 지죽도 금강죽봉이 있다. 두방산 암릉지대에는 장군바위(입석) 하나만 신선대를 좌대삼아 우뚝하게 서 있다.

 전설에 의하면 장군바위는 이웃지역 주민들이 능선에 바위들이 늘어선 바위기둥 99개를 쓰러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바위라고 한다. 장군바위가 쓰러지기 직전에 마른하늘에 번개가 쳐서 사람들이 모두 도망가는 바람에 장군바위가 능선에 남아 있을 수 있게 됐다고 전해진다.

 두방산 정상은 3등 삼각점과 정상석이 있는 넓은 둔덕이다. 조망은 1000m급 산에 버금간다.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이 하늘에 맞닿고 있다. 북쪽으로 존제산, 금전산, 동쪽으로 여수지맥의 기다란 하늘금, 남쪽으로 팔영산과 거금도 적대봉, 서쪽으로 일림산, 오봉산이 보이며 사방으로 막힘이 없다.

장군바위.
장군바위.

 코재로 내려가는 길은 알통처럼 울퉁불퉁한 암릉을 지난다. 바위들은 계단처럼 층을 이루고 있어 오르고 내리기가 어렵지 않다. ‘위험지대’라고 안내문이 있는 작은 암봉에는 철제 난간이 설치되어 있어 생각만큼 위험하지 않다.

 돌아갈 수 있는 안전한 우회길도 있다. 여기서 5분 거리에 커다란 왕벚나무가 있다. 다른 나무에 비해 어찌나 큰지 경외감이 들 정도다. 밑둥에서부터 7갈래 기둥이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모양이다. 코재 삼거리에서는 용흥사로 바로 내려설 수 있다.

 병풍산(屛風山 479m)으로 오르는 방향은 잘 살펴야한다. 이정표가 넘어져 있기 때문이다. 암벽지대에 올라서면 7분 거리에 병풍산 정상이다. 첨산 너머로 조계산, 광양 백운산까지도 보인다.

 예전에는 비조암을 가기 위해서는 오던 길을 되돌아가야 했지만, 비조암으로 곧장 가는 길이 새롭게 생겼다. 내리막 경사지를 5분 정도만 걸으면 주 등산로와 만난다. 비조암(飛鳥岩 456m)은 거대한 요새 같다. 서쪽 입구를 제외하고는 사방이 수직 절벽인 통바위다. 성인 수십 명이 쉴 수 있을 정도로 넓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고흥만 일대의 풍경은 환상 그 자체다.

 첨산, 고흥의 기질 나타내는 상징

두방산 정상.
두방산 정상.

 고흥 사람들은 두방산은 몰라도 첨산(尖山·313m)은 안다. 15번 국도를 타고 벌교에서 고흥으로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뾰족하게 솟은 첨산이다. 불의에 맞서던 고흥사람들의 기개를 닮았다고들 말한다.

 정유재란 때인 1598년 4월, 고흥으로 상륙해 내륙으로 들어오던 왜장 소서행장(小西行長) 부대와 의병들의 치열한 전투가 첨산에서 벌어졌다. 의병 선봉에는 이순신 장군의 군관을 지냈던 송대립 장군이 있었다. 이 전투에서 송장군은 아들 송심과 함께 분전하다 순국하셨다.

 절벽에 있는 소나무 아래에 첨산 이정표가 있다. 눈으로 보기엔 손에 잡힐듯한 거리인데 2.3km나 걸어야 한다.

 너덜지대인 급경사 내리막을 20여 분 지나면 안부 사거리에 원매곡 이정표가 있다. 이곳부터 첨산 정상까지 급경사 오르막이다.

 첨산 정상도 높이에 비해 조망이 좋다. 정상석 너머로 벌교읍과 고흥지맥 줄기, 호남정맥인 주월산, 존제산, 조계산이 시원하게 보인다.

첨산조망바위.
첨산조망바위.

 택촌으로 내려가는 하산길은 험한 암릉지대다. 이정표나 표지기가 없지만 돌탑과 바위 틈새를 비집고 내려갈 수 있다. 안전시설이 전혀 없어서 악천후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10분 정도면 흥덕사 갈림길에 도착한다.

 ▲산행 길잡이

 당곡주차장-용흥사-귀절암터(동굴)-전망대-장군바위-두방산-왕벚나무-코재-병풍산-비조암-첨산-택촌-흥덕사-매곡마을(9.2km 4시간 20분)

 ▲맛집

 동강면 사무소 삼거리에 있는 원조소문난갈비탕(061-833-2052)은 1969년부터 오직 갈비탕으로 50년 동안 자리를 지켜왔다. 소갈비탕 보통 1만 2000원, 특 1만 5000원 한다. 일반적인 갈비탕과 달리 이곳의 갈비탕은 육개장과 비슷하다. 빨간국물이 얼큰하고 시원하다. 밑반찬은 단출하지만 도라지무침과 깍두기는 세월이 변해도 항상 함께 나온다.

 글·사진= 김희순 山 전문기자

고흥 두방산 개념도.
고흥 두방산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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