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순의 호남의 명산]장도 북두름산(76m)
2015년 가고 싶은 섬 선정...꼬막채취 뻘배 전통 볼 수 있어

벌교 상진항.
벌교 상진항.

 꼬막이 제철이다. 꼬막은 찬바람이 부는 11월부터 이듬해 봄까지가 가장 찰지고 맛이 좋다. 전라도에서는 잔칫상에 홍어와 함께 참꼬막이 있어야 ‘걸게 장만했다’는 말을 듣는다. 제사상에도 으레 참꼬막을 올릴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외서댁을 보자 말자 가심이 찌르르 하드란 말이여, 고 생각이 영축 들어맞아 뿌럿는디, 쫄깃쫄깃한 것이 꼭 겨울 꼬막 맛이시." 조정래의 대하소설<태백산맥>에서 염상구가 외서댁을 겁탈하고 나서 내뱉은 말이다. 덕분에 벌교는 ‘꼬막의 고장’이라는 대명사가 붙게 되었다. 벌교 사람들은 벌교 앞바다 여자만汝自灣의 진흙갯벌을 ‘참뻘’이라 하고, 이곳에서 자란 ‘참꼬막‘은 양질의 미생물을 먹고 자라서 살이 단단하고 모래가 섞이지 않아서 가장 맛이 좋다고 평한다.

해변길.
해변길.

 싱싱한 벌교 참꼬막을 맛 볼 수 있는 곳

 우리나라에는 16여 종의 꼬막이 살고 있지만 참꼬막, 새꼬막, 피꼬막을 많이 찾는다. 참꼬막은 껍데기의 골이 깊고 단단하다. 조선후기 학자 김려(1766-1821)가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인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서는 ’골의 모양이 대가집 기와지붕 닮았다‘ 해서 ’와농자 瓦壟‘子라 칭하기도 했다. 새꼬막은 썰물에도 갯벌이 드러나지 않는 깊은 곳에 살지만 참꼬막은 바닷물이 빠지면 바닥이 드러나는 갯벌의 5~10㎝ 깊이에서 자라기 때문에 추위에 더위를 견뎌내려면 껍데기가 두꺼울 수밖에 없다. 반대로 새꼬막은 껍데기가 얇아 채취할 때 쉽게 부서진다. 새꼬막은 종패를 뿌린 뒤 1~2년이면 채취하지만 참꼬막은 치패를 바다에 뿌린 뒤 4~5년을 기다려야 식탁에 오른다.

뻘배 꼬막채취.
뻘배 꼬막채취.

 벌교꼬막은 우리나라 최초로 꼬막양식을 시작했던 장암리를 비롯해서 대포리, 호산리, 장도리 등 14개 어촌계 580여 가구가 생산한다. 생산량이 연간 3000여 톤으로, 전국 생산량의 70%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여수반도와 고흥반도가 항아리처럼 둘러싸인 여자만 바다 한가운데 있는 ‘장도獐島’는 벌교 꼬막의 주생산지로 유명하다. ‘장도’는 노루발목처럼 가느다랗고 긴 섬이다. 200여 가구가 살고 있으며 반농반어를 하는 부촌이다. 섬 주변 갯벌은 낙지와 꼬막이 서식하기 좋은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어 어민들로서는 ‘금밭’이나 다름없다. 갯벌 안에 있는 ‘꼬막밭’에는 엄연히 임자가 있다. 개인소유가 문서상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 땅을 수협이 관리하고 그 관리권을 마을 어촌계를 중심으로 어촌계원에게 권리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뻘배 벽화.
뻘배 벽화.

 꼬막채취를 위해 갯벌을 이동할 때 사용하는 뻘배(널)는 ‘국가 중요어업유산 2호‘로 지정되어있다. 뻘배는 납작한 나무로 만든 길이 2m, 폭 50cm 정도의 배이다. 이것이 없으면 갯벌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장도에서는 11월이면 ’꼬막밭을 튼다‘라고 말한다. 꼬막을 채취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꼬막채취는 공동작업이다. 꼬막작업일자가 정해지면 어촌계원은 모두 참석해야 한다. 공동작업에 빠지면 벌금 10만원을 내고 일당 7만 원도 받지 못한다. 결국 17만원을 손해를 보는 셈이다. 그래서 어촌계원들은 광주, 부산 등지에 출타했다가도 작업날짜가 되면 마을로 돌아와 공동작업에 참석해야 한다. 꼬막밭은 한정된 자원이므로 외지인에게는 지분을 주지 않는다. 장남은 아버지의 지분을 물려받을 수 있지만 반드시 부모가 살아 있을 때 마을로 들어와야 인정받는다.

해안길.
해안길.

 해안둘레길은 평탄해

 장도는 람사르 해안 보존습지로 지정된 갯벌과 우수한 자연환경으로 인해 2015년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되었다. 해안절벽과 백사장, 마을과 숲을 에두르는 13.8km의 둘레길이 개설되어 있고, 탐방객을 위한 게스트하우스가 2곳있다. 해안에 바짝 붙어 있는 둘레길은 고도차가 거의 없으며 바다를 접한 경치도 매우 빼어나다. 장도를 탐방하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신경선착장에서 무료로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부수마을까지 간 다음, 그곳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해 북두름산 정상을 거쳐 선착장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선착장에서 버스를 타지 않고 해안선을 따라 가다가 산행을 시작, 북두름산 정상에 올랐다가 부수마을로 내려와 버스를 타고 선착장으로 되돌아가는 방법이다. 이 경우 부수마을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가정식 백반으로 식사를 할 수 있다. 나가는 배를 타기까지 섬을 둘러볼 시간도 한층 여유로워진다.

하방금전망대.
하방금전망대.

 하방금전망대 등 뷰포인트

 장도의 길 곳곳에는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또한 둘레길 전 구간에 야자매트가 깔려있어 길 찾기 애매한 지점에서는 매트만 밟고 따라가면 된다. 들쑥날쑥한 해안선을 따라 풍경도 다양하다. 걷는 방향에 따라 고흥 팔영산이 아스라이 보이다가 모퉁이를 돌아서면 여수지맥들과 고흥 두방산, 순천 제석산도 보이기도 한다. 목섬은 조선시대에 코끼리를 유배했다는 설이 있는 곳으로 지금은 방조제로 연결되어 있다. 섬 어느곳에서나 바다를 바라보는 조망이 좋지만 특히 신경백사장~ 가느바구로 가는 해안데크길과 중매산~ 배금백사장으로 내려가는 언덕, 그리고 하방금 전망대등이 특히 뷰 포인트다. 북두름산 정상은 뒷동산 수준의 높이지만 바다와 어우러진 조망만큼은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해안가 주변에는 얼핏보면 도깨비 바늘풀처럼 생긴 미국 가막살이 야생화가 집단으로 번식하고 있다. 외래종인 이 놈은 바지와 옷에 사정없이 달라붙어 사납기는 하지만 한약 약재로 사용되는 어엿한 약초다.

북두름산 개념도.
북두름산 개념도.

 ▲산행길잡이

 신경선착장-신경백사장-안산-목섬(누렁이무덤)-중매산-배금백사장-부수마을-부수선착장-새롬바위산-하방금전망대-북두름산-부수마을, 마을버스 정류장 (11km 4시간)

 ▲교통

 벌교 상진항에서 장도까지 철부선이 하루 2회(오전 7시, 오후 2시)운항한다. 장도까지 약 30분 걸린다. 요금은 편도 3000원, 장도에서 나오는 배는 오전 7시30분, 오후 2시30분, 기상 상황에 따라 운항 일정이 바뀔 수 있으므로 보성군청 홈페이지에서 ‘장도 사랑호’를 검색해 배 시간을 확인하는 편이 낫다.

 ▲숙박 및 식사

 부수마을 게스트하우스(010-9451-0442)에서 숙박 및 식사를 할 수 있다. 식사는 이틀 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백반 1만 2000~1만 5000원 한다. 제철 음식을 원하면 미리 주문해야한다. 마을에서 운영하며 밑반찬은 섬에서 잡은 싱싱한 재료를 사용한다.

 글·사진= 김희순 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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